가면의 시대 - 캐롤라인 왕비의 1460일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22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 지음, 이광일 옮김 / 들녘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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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루저니스트 시리즈는 어느정도 매력은 가진 작품들이 얼굴을 하나씩 내미는 그런 느낌이다. 

이 소설은 가면의 시대라는 제목을 가지고 나온 소설인데,
북유럽 소설은 쉽게 접할 수 있는 장르는 아직까지는 아닌 것 같지만 캐롤라인 왕비와 덴마크의 이야기.
사실 재미있는 것은 덴마크의 왕세자의 러브 스토리로 유명한 일화가 현대에 있기에 
더욱 흥미가 갔다.

덴마크 왕실은 영국 왕실보다 더욱 오래된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고 하는데, 왕세자가 호주 요트 대회에 참가 했다가 반해서 결혼한 호주의 평범한 여성이 왕세자비이고, 어린데도 근엄하게 생겼다하여 근엄이가 그의 아들이다.
사실 참 단란해 보이는 이 가족을 보면 덴마크의 역사도 역사지만 왕실 자체가 상당히 친근감이 간다. 
실제도 덴마크 국민들은 왕실을 무척 사랑하고 아낀다고 하니, 왕실의 역사와 역사적인 중요성을 떠나서 국민들에게 환영받고 있음도 알 수 있겠다. 아무튼, 그런 밝고 화사한 이야기가 아닌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가면의 시대의 시대적 배경이 나온다. 

아무튼 이 책은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가 실화를 바탕으로 한 덴마크 역사소설로, 스칸디나비아 문학의 거장 페르 올로프 엔크비스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준 작품이다. 작가는 이 작품을 발표한 후 평단으로부터 "1974년 이후로 스칸디나비아 쪽에서 노벨 문학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어쩌면 이 작품이 그에게 노벨상을 안겨줄지도 모른다"며 호평을 받은 바 있다고 하니, 또 그만큼 유럽에서는 역사 소설이 얼마나 사랑을 받고 있는가 하는 반증이기도 한 것 같다. 

사실, 이 글을 읽다보면 왕과 왕비의 슬픈 그러나 역설적인 러브스토리가 나오는데, 이야기를 듣기만 해서는 20대의 불타는 혈기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을만큼 정렬적이지만 사실 이 두사람이 처음 결혼을 한 것은 왕이 18세 왕비가 15세 였다.
사실, 영국 왕실의 무슨 행사가 있으면 프랑스도 같이 들떠서 들썩인다던데, 이미 왕실의 뿌리를 잘라버린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기 20년 전부터 덴마크에서는 조용한 혁명이 시작되었는데, 그것이 바로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슈트루엔제라는 인물은 말이 없는 조용한 사람이다. 사실 '얌전한 고양이가 부뚜막에 먼저 올라간다.'는 말이 있듯이 이 얌전하고 조용하고 정치와는 아무 관련도 없이 의사일을 하고 싶어하는 듯한 금발의 남자는 왕실에 들어가서 어마어마한 일들을 벌이고 역사속에서 사라진다. 처음에는 자의반타의반으로 덴마크 국왕 크리스티안 7세의 주치의로 궁정에 들어갔다가 그의 전폭적인 신뢰에 힘입어 덴마크 개혁 작업을 시작한다. 이 과정에서 왜소하고 정신이상 증세를 계속 보이는 크리스티안 7세는 영국의 공주인 캐롤라인 왕비를 감당하지 못하고 한편으론 귀찮아하고 무서워하면서 그에게 "고독한 왕비를 보살펴 달라"고 명한다. 이렇게 해서 이 때문에 세 사람은 파국으로 치닫는 비극의 주인공이 된다.

명민하고 직관적이나 불안정한 심성을 가진 크리스티안 7세, 금지된 사랑의 덫에 걸려 한 여인을 마음에 두고 그 여인을 찾아 나서기까지 하는 대단함을 보인다. 그리고 그녀를 통해 자아를 발견하지만 결국 그 사랑은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 이야기의 한 페이지가 되버리고 만다. 그리고 왕의 아들을 낳았지만 스스로의 감정과 욕정을 주체하지 못해 결국 왕가를 버리고 파멸하는 당돌하면서도 한편으론 무모한 왕비 캐롤라인, 나름은 원하지 않는 권력과 사랑의 정점에서 반동세력의 음모에 말려 파멸하여 단두대에 사라지고 마는 순수한 이상주의자 슈트루엔제, 자신을 정의의 대리자로 인식하고 덴마크 왕궁의 순결을 지키고자 했던 그래서 권력에 중심에 서있었고 그리고 계속 그 자리를 지켜나간 총리 굴베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굴베르는 화가와 초상화를 정치의 시녀로 여겼다. 그들이 하는 일은 사실을 형상화하는 것이었다. 사실의 형상화란 이런 경우 보잘 것 없는 외모에 가려진 내적 진실을 의미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보잘 것 없는 외모가 꽤 오랫동안 쓸모가 있었다. -(가면의 시대 中) 

정말 150도 안되는 키에 보잘 것 없는 한 평범한 장의사집 아들이 권력의 중심의 서서 써내려가는 이야기로 시작되는 이 소설은 북유럽 역사, 아니 통들어 유럽 역사에 비교적 약한 나에게도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사실 키작은 위인들의 이야기는 어디에나 있지만 (심지어 나폴레옹까지) 이 책에서는 그 작고 보잘 것 없음이 
상당히 리얼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래도 필체 자체에서 느껴지는 사실적 묘사가 좋았던 작품이었다.

23살의 어린 나이에 결국 왕비에서 쫒겨나고 영국에 구조를 받아 생활하는 캐롤라인 왕비의 그 동안의 삶은 마치 한편의 인생 드라마를 보는 듯이 많은 일들이 일어나 있었다. 원하지 않는 정약 결혼. 그리고 그 정약 결혼에서 피어나지 못한 사랑. 감당할 수 없는 충동과 절제 불능. 정말 아주 평범하고 평범하다는 이 여자의 평가에선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 이 책에서 그려진다. 
사랑이란 것은 정말 사람은 변화시키는 것 같다.
노래에서만 듯던 그 사랑 이야기, 사랑사랑사랑 이라는 것은 평범하고 그저 물흐르듯이 세월에 
몸을 맞길 것 같은 여자조차 강인하고 예리하고 결단력있게 만든다.

사실 북유럽 소설이란 것 자체가 조금은 생소하지만 북유렵 혁명에 대해서도 특히 조용히 일어나거나 조용히 지나가는 혁명에 대해서는 무심히 지나치기 일 수 이다. 인물을 검색해봐도 딱히 특징있다거나 많은 관심을 받지 않은 주인공들이었던 것 같다. 그 주인공들의 역동적인 삶을 마치 한편의 웅장한 클래식의 한편처럼 써내려간 책이다.
비록 해피엔딩이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만 존재하지 않는 소설이지만 재미있다. 재미도 재미이지만 무엇보다 역사와 함께 역동적인 한 시대를 글로서 풍미할 수 있어서 기분 좋아지는 그런 역사 소설이다. 

무엇보다 왕실이라는 아름다운 가면속에 숨겨진 수많은 이야기들, 비화들 중에 한 막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가면속의 그들은 아름답고 화려하고 웅장하지만,
가면을 벗은 그들의 모습은 ........ 

이 소설을 보면서 문득 조선시대를 떠올리는데, 그저 한번 만나면 운이 좋은 것이고 얼굴도 모르고 시집을 갔다가 거기서 평생을 살아야 하는 비운의 세대가 생각난다. 마음이 통하고 마음과 마음을 주고 받지 못하는 비운의 결혼.
단지 권력과 화합이라는 면목으로 진행되는 계약 결혼들.
그 안에서 행복을 찾고자 발버둥 친 젊은 피가 들끓는 여자와 그 여자의 사랑을 받아들인 남자.
묵묵하게 모든 것은 귀찮다면서 총명하지만 정신병에 시달리는 지도자.
그 지도자의 밑에서 야금야금 정치적 명목을 이어나가는 키작고 못생겼지만 야망이 있는 남자. 
그들의 이야기가 한권에 오목조목 펼쳐진다. 

책을 일다보면 이 책 속의 주인공들은 매 순간 수시로 스스로에게 외친다. "가면을 벗어요, 그대. 나와 함께 여기서 춤을 춰요. 그리고나서우리의 진짜 모습을 한번 느껴봐요. 당신 상상만하지말고 이리와서 가면을 벗고 함께 (글로써) 즐겨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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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천왕기 세트 - 전6권
이우혁 지음 / 엘릭시르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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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약까지 하면서 책을 보는 스타일은 아닌데 망설임없이 예약해놓고 기다렸던 책이다.
사실 이우혁 작가의 글을 생각하면 퇴마록이 나왔을 때 어린나를 나를 열광케 했던 기억이 난다.
왜란종결자는 사실 좀 실망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퇴마록은 아직도 내가 즐겨 읽는 책 목록에 들어갈 정도로 읽고도
가끔 생각나면 하나씩 꺼내서 읽는다. 특히 즐겨읽는 건 혼세편과 말세편.
왠지 요즘 세상을 보면 더욱더 동감가고 어떤면으로는 정말 저런 해결사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갖게 해주는 희망적(?)인 소설이다. 하하
 
# 역사의 한페이지
작가님도 이야기 했듯이 대부분이 허구이다. 허구이기에 재미있는 것이고 허구이기에 소설인 것이다.
마치 다빈치코드를 두고 실제냐 아니냐 예수가 결혼을 한것이냐 아니냐는
의미를 부여하는 것과 같이, 소설은 그만큼 영향력있고 파장을 일으킬 수 있으며
그것이 역사 소설일 경우 더더욱 민감한 부분이기에 앞에 서두에 이야기가 되어진 것 같다.
 
이 페이지를 읽으면서 특히 고구려 역사가 생각났다. 그리고 방치되어 있는 소중한 고구려의 고분들과 이미 도굴되어
암시장에 팔려나간 우리의 소중한 유물들. 그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우리에겐 자랑스럽고 소중한 역사이지만,
중국인들에겐 그저 말갈이나 거란같은 하나의 '왜'에 불과하게 인식되는 역사.
그들은 왜곡을 해야만 어느정도 자존심이 사는 그런 역사.
 
유방이 항우를 물리치고 치우천에게 제사를 드리는데 과연 이 인물은 누구인가? 라는 재미있는
의문에서부터 시작된 치우천왕기.
사실 주신이라는 이름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물론 그 드라마가 방영될 당시에 해외에 있었던 나는
뒤늦게 한국에와서 케이블티비에서 해주는 재방송으로 드라마를 접했지만
'태왕사신기'라는 드라마가 이 책 첫장부터 떠오르게 된다.
"쥬신의 왕의 별이................" 라면서 재미있는 대사를 만들어 냈던 그리고 각각의 신물을 봉인해 가지고 있었던 그 신물들의 상징들이
쥬신의 왕을 모시는. 어쩌면 태왕사신기 덕분에 치우천왕기를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된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든다.
 
 
# 하늘에게 선택받은 자
치우천의 어릴 때, 즉 성인식 전의 이름은 희네이고 그의 쌍둥이 동생은 나래이다.
희네는 똘똘이 스머프 캐릭터에서 파파 스머프가 되는 캐릭터이고 나래는 그를 잘 따르는 목숨만큼 형을 소중히하는 동생이다.
그래서인지 이 형제의 우애도 정말 눈물 깊다.
삼국지에 유-관-장 라인이라면 여기는 천-비 라인인 것이다.
 
사실, 가끔 운명이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하는데,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든다.
이 책을 쭉- 읽으면 나오지만 맥달은 미래를 점칠 수 있지만 그 미래를 바꿀 수 있는 아니 자신의 미래도
바꾸어 준 치우천을 사랑하면서 그 힘으로 살아간다.
어쨋든 큰 틀에서의 운명은 어느정도의 곡선을 그리면서 존재하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희네. 나래 시절에는 둘 다 목숨을 위협하는 고비가 있었다.
희네는 어머니가 목숨을 구해 구해 준 약초를 동생에게 먹이고 자신은
다리를 훗날 고치게 된다.
(이것도 운명인 것이지)
 
희네. 그의 이름은
치우천이다.
그는 하늘이되고 동생은 치우비.
그 하늘위를 날아다닌다.
 
선택받은자의 위염과 총명함은 정말 하늘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운명의 활로 명중을 해서 찌르는 것 같다.
 
그 운명은 거부할 수 없이 빠르고 정확하게 10점 가운데 라인 안으로 매섭게 날아들어 세상의 박수를 받는다.
하지만 그 박수를 받기까지 운명은 수없는 연습과 고난을 주는 것이다.
그 여정이 치우천왕기 1-6권인 것 같다.
 
#죽일놈의 사랑
사실, 판타지에서 사랑은 별로 기대하지 않는데, (뭐 꼭 나오긴 나오지만) 퇴마록 이후에 그렇다할 재미난 판타지 소설은
보지를 못했던 것 같다. 아무튼 여기도 그 죽일놈의 사랑이 나온다.
 
희네의 사랑은 그래도 양호하다.
나래의 사랑이 바로 그 죽일놈의 사랑.인 것이다.
 
퇴마록에서 특히 즐겨 읽는 것은 혼세편과 말세편 이지만, 세계편에서 나왔던 리와 연희의 가슴아픈 사랑은
정말 사랑 이야기도 아닌 판타지 소설에 가슴을 뭉클하게 만드는 전율이 있었던 기억이 난다.
뭐 딱히 깊이 연애하고 오랫동안 연모하고 그런 내용도 아닌데 짧고 간결한데
마음이 뭉클하고 생각하면 마음이 아리는 그런 사랑 이야기.
 
치우비의 사랑은 그렇다.
옆에 여자들이 아무리 찌르고 괴롭혀도 끄떡하지 않는 일편단심이다.
(정말 이런 사람이 있을까는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러니까 마치 이스라엘 장군의 아들과 팔레스타인 대통령 딸이 결혼을 꿈꾸는 그런 이뤄지긴 아주 많이 힘든 케이스.
그리고 결국 아버지에게 이용당해 외모마저 팍삭 아주 팍삭 늙어버린 그녀를 끝까지 사랑하는 치우비.
거기다가 결국 그 사랑을 이뤄내고 마는 치우비는 박수 짝짝짝으로 모자랄 정도로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사실 이 두 형제에게 박수쳐주고 싶은 것은
사랑에 있어서도 마음의 의리까지 져버리지 않는 '곧음'이 있다는 것이다.
 
치우천도 '소녀'와 첫 결혼을 하는데, 그녀가 마음에 떠남에도  그녀에 대한 마음의 의리를
지키려고 노력한다.
아무튼, 결말은 결코 아름답지 않다.
얼굴값을 하는 소녀경의 주인공 소녀가 날뛰는 바람에
치우천도 힘든 일을 당하게 되니.
아무튼 결국 본인도 나중에는 마음을 인정해
사랑하는 사람을 옆에 두니 치우천의 사랑은 그래도 행복한 편이다.
 
아무튼, 맥달과 치우천은 결국 맥달의 소소하면서도 수줍은 시도로 이루어지고 그들도 기본적으론 행복한 것 같다.
(퇴마록에 보면 해동감결 때문에 맥달이 먼저 죽는 것으로 나오지만, 아무튼 치우천왕기에서는 적어도 행복한 수준에서 마무리 된다)
 
#너의 길, 의심없이 당당하게 걸어가라!
사실, 가끔 주어진 환경을 거부하고 싶거나 그것을 부정하고 싶거나 벗어나고 싶거나 아예 다른 사람이 되고 싶거나
하는 충동은 가끔 느낄 수 있다.(이런 충동을 자주 느끼면 문제다 ;)
치우천이란 사람은, 운명을 부정하지도 긍정하지도 않으면서 자신의 길을 당당히 걸어가는 인물이다.
그의 옆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아끼고 사랑하고 지탱해 주지만,
결국 그는 그의 길을 만들어가면서 혹은 받아들이면서 걸어간다.
 
선인들을 만나고 신수들과 대화를 하고 그리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그 누구 앞에서도 당당하다.
 
오늘 문득 그런 글을 읽었다.
네가 올라갈 때 그 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대하여라
네가 내려오는 길에 그 사람들을 다시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그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사람의 생명과 목숨 그리고 그 사람의 존재가치는 소중하며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것일 것이다.
평화롭지 않은 세상, 전쟁과 분쟁. 그리고 수없는 마찰과 시끄러운 일들이 만연한 세상에
치우천왕기는 그냥 판타지가 아닌 어쩌면 희망의 메세지 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문득, 청룡, 백호, 주작, 현무를 마지막편에서 읽고 덮으면서 태왕사신기 드라마가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책에 좀 무심했는데 오랜만에 새벽까지 눈을 부릅뜨고 읽을만한 재미있는 소설을 만났다.
아주 솔직히 말하면 영화도 1편만큼 재미있는 2편은 없듯이,
'퇴마록보다 재미있었다' 라고 말 할 순 없겠지만
아주 의미있고 재미있는 판타지 소설이었다.
강력한 추천을 하면서 별 다섯개를 망설임없이 클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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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게 - 제144회 나오키상 수상작
미치오 슈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폴리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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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라는 그룹이 불렀던 소원을 말해봐라는 노래가 생각난다. "소원을~말해봐~"라는 경쾌한 노래가 귓가에 들리는 듯하다. 사실 개인적으로 요 몇년간 읽었던 나오키 수상작들은 흠잡을 곳 없이 만족스러웠다.
2011년, 새로운 나오키 수상작 망설임없이 빼들었다.

"예부터 카니는 먹어도 가니는 먹지 말라는 말이 있지" 로 시작한다. 신이치는 아빠를 잃은 어린 소년으로 한쪽 다리를 잃은 할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산다.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이젠 어리다와 조금 컸다의 중간쯤 되는 나이로 암에 관한 다큐를 본 이후로 게의 형상을 한 함이 아버지를 먹어치우는 환영에 시달리며 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한 트라우마를 안고 사는 소년이다.  

1. 신이치의 세상 - 엄마의 남자가 사라지게 해주세요
신이치의 세상을 바라본다. 그의 세상은 어떤 세상일까. 모두에게 있는 게임기가 없어서 외로운? 같은 전학생과 밖에 어울릴 수 없는 단절감? 사실 그에게 주어진 세상은 그리 공평하지 않다. 신이치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은 무언가 희미하게도 닫혔다가 열렸다가 하는 것 같다. 신이치가 바라보는 세상은 적당한 단절과 적당한 인내가 섞여 있는 회색빛 세상이다. 그에게 엄마의 남자친구는 그에겐 적인 것 같으면서도 인정하고 싶지 않은 하나의 마음속 돌덩어리다. 그 돌덩어리가 무거워 내려놓고
싶지만 그럴 수가 없다. 마음이 텁텁하고 답답하지만 그럴 수가 없다. 그래서 몸을 던질만큼 내가 상처를 입어서라도 내려놓고 싶은 만큼 그렇게 소라게에게 잔인하게 소원을 빈다. 

2. 하루야의 세상 - 눈을 감으면 달님이 나를 보고 웃고.
사실, 하루야라는 아이는 알다가도 모르겠다. 마치 지방에 대해 잘 모르지만 얼핏 있는 이미지로 경상도 남자 같은 느낌을 주는 아이다. 사투리를 쓰고 말이 없고, 그저 묵묵히 받아들인다.
그의 눈은 신이치를 통해 더욱 빛을 발한다.  

신이치가 받은 편지를 보면서 "그런 거 무시해라" "누가 그랬나!" 라고 소리를 지르는 그의 모습에서  사실은 자기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그렇게 외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소라게를 지지면서 그는 어떤 소원을 빌었을까? 어떤 마음을 가졌을까? 알것도 같고, 그러다가도 또 모르겠다. 어른이라는 사람이 어린 아이 마음 하나 제대로 읽지 못하겠다는 나약함과 무력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하루야의 닫혀 있는 문을 열고 나면 눈을 감으면 들려오는 감미로운 노랫소리처럼 달님이 활짝 미소를 지어줄지도 모른다. 아니 나는 그러기를 바란다. 부모의 학대와 무관심 속에서 이 아이가 그래도 잘 성장했으면 하는 바람은 나의 이기심인걸까...... 

3. 나루미의 세상 - 어른이 된다는 것은.
신이치의 엄마가 아빠의 애인이라는 것을 알면서, 아니 아빠가 만나는 여자라는 것을 알면서도 묵묵히 지켜보는 아이. 아빠를 자신의 품으로 돌려받고 싶으면서도 어른이라는 것은 그렇게 땡깡을 부리면 안된다는 것, 어른이 된다는 것은 알면서도 모른척 해야 한다는 것, 모르는 것도 아는 척 해야 할 때도 있고, 알면서도 감쪽같이 숨겨야 한다는 것을 아는 아이. 그래서 슬픈 애어른. 이 아이는 신이치에게 묻는다.
"토요일에 뭐했어?" 라고. 가족들이 함께 있었냐고.
그리고 신이치의 반응을 바라보면서 알면서도 모른척 한다.
그리고 그녀의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신이치의 할아버지 쇼조를 용서하는 듯 하면서 용서하지 못한다.
결국 마음의 앙금이라는 것은 쉽게 풀리지 않는 것이다. 마치 몹시 분한 일이 있는데 그걸 꾹 참고 아니라고 아니라고 주문을 걸다가 새벽에 일어나 입술을 꽉 깨물고 분해서 눈시울을 붉히는 것처럼.
그렇게 이 아이의 세상은 두가지 뿐이다. 어른이 된다는 것과 어른이라는 것.
세상은 결국 마음을 다해도 마음을 다해 그것을 원하거나 원하지 않아도 결국 결과는 내 뜻과는 다를 수도 있다는 것을 너무 빨리 알아버린 아이. 그 아이의 눈이 무척 슬퍼 보일 것 같아 잠시 눈을 감아 본다.

4. END 그리고 AND

 "무슨 소원 안 빌어 볼라나?"
하루야의 목소리는 좁은 방에서 소근거리는 것처럼 분명하게 들렸다.
"소원?" 
자기 목소리도 가슴속에서 다른 누군가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았다.
"모처럼 신령님이 있다 아이가."
"소원 같은 거 특별히 없어."
"뭐라도 있을 낀데."
"그럼.........." 
대답이 떠오를 때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다.
"그럼 돈을 갖고 싶어."
"뭐꼬, 그기."
하루야는 어처구니 없는 듯 웃었다. -(102)

세 아이는 아이들이 가지고 있기에는 왠지 버거울 법한 걱정과 고민거리들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을 잘 승화시켜 어울리는 법을 알고 있다. 마치 이기주의적인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서로 그것을 잘 보듬어 준다. 이 아이들이 얼마나 절박했으면 소라게를 태우면서 소원을 빌까? 라는 생각이 아니라 이 아이들의 간절한 소원을 들어 줄 무언가의 매개체로 등장한 소라게. 일본에서 유명한 이지매 그리고 부모의 죽음, 편부모 가정, 부모의 폭력, 그리고 비록 사별했다고는 하나 부모님에게 생긴 애인등으로 정말 우울할 법한 소재들을 다 붙여 놨으나 결과는 결코 우울하거나 침체 분위기의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결말은 따뜻하게 서로를 보듬어 줄 수 있을 거라는, 세상이 그렇게 차갑지만은 않다는 그런 여유를 가지고 돌아봐 줄 수 있다는 격려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이 소설 타이틀은 "제 2의 하루키" 라고 말한다.
제 2의 하루키라. 그래 일큐팔사를 통해 하루키와 대화를 하면서도 달을 보았다. 두개의 달을. 아주 매력적인 두개의 달을.
하지만 슈스케의 달은 좀 다르다. 제 2의 하루키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더 따뜻한 분위기를 품고 있다.
하루키의 달이 차가우면서 밝은 빛을 내는 두개의 달이라면 슈스케의 달은 떡방아를 찢는 토끼 두마리가 은근히 보일 듯 말 듯 비치는 그런 보름달 같은 느낌이다.

사실 이 책을 덥고 나서 곰곰히 생각을 해본다. 이것은 어른들을 위한 소설일까? 어른도 아니고 어린이도 아닌 그렇다고 청소년이라고 하기도 애매한 나이의 아이들에게 인간의 교묘한 심리를 부각시켰다. 그리고 그 마음의 소리로 우리와 대화를 시도한 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시도도 매력적이었고, 그만큼 임펙트도 충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과거를 곰곰히 돌이켜보면 그 순간으로 도저히 돌아가고 싶지 않은 때들이 있다. 한마디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들. 하지만 다시 돌아간다해도 쉽게 바뀔 것 같지 않은 사실들의 배열. 그 배열들 속에 점점 커지는 마음속의 회색빛 그림자를 덮으려고 눈을 감았던 기억. 어쩌면 누구에게나 있을법한 기억들. 마치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인연들을 교묘하게 엮어서 세 아이의 눈을 통해 바라볼 수 있게 해주는 이 책은 어른들의 입장이라곤 좀처럼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우리는 아이로 돌아가 이 글과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신이치, 하루야, 그리고 나루미. 이 아이들의 눈이 번득인다. 마치 어둠속에 수많은 눈들이 깜박이는 것 같이 섬짓함을 느낀다. 그래서 하늘에 떠있는 달에게 소원을 빌어 본다.
이 책을 덮는 순간 달이 마치 소원을 말해보라고 속삭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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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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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기발함! 그 끝은 과연 어디일까를 생각해보게 해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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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얼굴 해문 세계추리걸작선 16
시드니 셀던 지음, 최운권 옮김 / 해문출판사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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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해문세계추리걸작선을 몇 권 보게 되면서 읽게 된 책이다. 시드니 샐던에게 상까지 안겨준 책이고 첫번째 소설이라니 소설에 있어서는 50세가 넘어서야 발을 디딘 그에게 첫 상을 안겨준 소설이라니, 그런대로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시작을 하면 나쁘지 않다.  

그러니까 이 소설은 누군가 정신분석과 의사를 죽이려고 하는 이야기다.
그에게 치료를 받고 나가는 동성연애자가 살해를 당하고
그의 카운터 직원이 살해를 당한다.
그리고 다음은 그다.

그리고 그 사건을 조사하는 동료를 잃게 한 사람에게 복수를 하지 못하게 한 그에게 앙심을 품고있는 형사와 그 형사와 첫번째 사건을 해결하는 또 한명의 형사.
그리고 잠시 등장했다 죽음으로 작별을 고하는 탐정 (좀 황당하다)
그리고 어설픈 로멘스가 첨가되어 이야기가 흘러간다.
결국 그 별로 로멘스 같지도 않은 로멘스 때문에 목숨이 위험했고 또 정신 분석가의 특유의 기질로
나름 시간을 벌는 덕분에 FBI와 형사가 그를 찾아서 모두 잘 해결되었고 결국 그가 승리했다는 내용이다.

사실, 구성면이나 여러가지 면에서 다른 타, 유명작가에게 미치진 못하지만, 시드니 샐던의 첫착품이니, 그런대로 이해를 하고 보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추리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으로서는
그다지 추천하게 되는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그래도 읽은 것에 대해서 후회가 남을 만한 작품까지는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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