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바라보다 - 우리가 모르는 고래의 삶
엘린 켈지 지음, 황근하 옮김 / 양철북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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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싸울 줄 몰라서가 아니라 싸움이 무의미하다는 것을 알기에  
똑같이 폭력을 행사하지 않는 것.
때때로 돌고래나 코끼리 같은 지능이 뛰어나고 감수성이 풍부한 동물들이 
인간의 오만함을 너그러운 아량으로 봐주고 있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고래의 삶을 다룬 <거인을 바라보다>를 읽으면서도 그런 생각을 했다. 
 

"우리는 진실로 어떤 미래를 원하는가? 
지속불가능할 정도로 물을 쓰고 어마어마한 양의 화석 연료를 태우며
온실가스를 엄청나게 배출해대는 대형 호텔이 있는 미래를 원하는가?
생물 종으로서 우리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p. 69 

책 속에 등장하는 멕시코의 환경비행서비스의 설립자이자 조종사인 '샐리'는   
고래의 출산 장면을 목격하고도 카메라를 집어드는 대신
비행기의 방향을 돌려 자리를 피해주었다고 한다.   
관찰 대상이 아닌 지구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동등한 생물로서 바라보는 관점,
아이를 키우는 엄마 마음으로 쓴 책이라 
고래를 바라보는 시선이 남다른 건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모든 것에 연결되어 있다. 알려진 것이든 알려지지 않은 것이든,
모든 현실에 떼려야 뗄 수 없이 연결되어 있다.
그 심오한 느낌이 예수를, 아우구스티누스 성인을, 프란치스코 성인을,
로저 베이컨을, 찰스 다윈을, 그리고 아인슈타인을 만들었다.
그들 모두는 각자 자기만의 속도와 자기만의 목소리로,
모든 것이 하나이며 그 하나가 모든 것이라는 앎을, 경이로움으로 발견했고 재차 확인했다. 
바다 위에서 어른거리는 푸른 빛인 플랑크톤과, 자전하는 지구, 끝없이 펼쳐진 우주, 
이 모든 것이 탄성적인 시간의 선에 의해 한 데 묶여 있다. 
조수웅덩이에서 별로, 그리고 다시 조수웅덩이로 시선을 옮겨보라."
-p. 290 / 스타인벡의 <코르테스 해의 통나무> 중에서  
 

요즘들어 생태나 환경 관련한 책들을 많이 읽는다. 
그리고 어떻게 살아야 할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한다.       
잔인하게 사육되고 도살되는 동물 먹지 않기, 가죽 제품 사용 안하기.....
누군가는 왜 세상을 어렵게 사느냐고 핀잔을 주지만
앞으로는 더 어렵고, 깐깐하게 살아볼 생각이다.   
내가 꿈꾸는 미래는 다양한 생물종이 평화롭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세상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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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엔 작은 돌고래가 살아요
히메노 치토세 글.그림 / 지혜정원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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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이런 책을 보고 있으면
마음이 더욱 촉촉해진다. 
장애를 가지고 태어난 동생을 바라보는 아이의 시선이 따뜻해서. 

미움이나 싸움을 모르는 돌고래.
태어나면서부터 말하지도 듣지도 못하는 아이의 동생을
아빠 엄마는 '작은 돌고래'라고 부른다. 
 

"가끔은 사람의 세상에도 돌고래처럼 살아가려는 아이가 태어나기도 한대." 
  

"사람의 세상에 태어난 돌고래 아이들은 
사람의 마음속 바다에서 살아. 
그래서 나는 동생을 위해 내 마음속 바다를 
최대한 크고 넓고 깨끗하게 하려고 노력해."
 

마음속 바다에서는
말 못하는 동생의 마음도 들을 수 있겠지.
꼭 귀로 듣지 않아도
크고, 넓고, 깨끗한 마음속 바다라면.
 

사람의 세상에 태어난 돌고래 아이들이
상처받지 않고 행복하게 숨 쉬며 살아갈 수 있도록  
모든 이의 마음속 바다가 크고, 넓고, 깨끗해야 할 텐데......

이 책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은 
유유히 헤엄치는 돌고래가 등장하는 앞뒤 면지다. 
아무 말 없어도, 글씨 하나 없어도 무슨 말인지 알 것 같다. 
그래서 펼쳐놓고 그냥 바라보기만 한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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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는 아프다 -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코끼리에 대한 친밀한 관찰
G. A. 브래드쇼 지음, 구계원 옮김 / 현암사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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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미주 빼고 460여 페이지에 이르는 이 책을 읽는 동안
줄곧 코끼리에 대해서 생각하며 살았다.
학대받는 코끼리 생각에 울면서 잠이 들기도 했다.
꿈속에서는 코끼리 떼가 나타났다.
덩치는 크지만 마음은 여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정서적인 동물…….

힘겹게 살고 있는 이웃의 모습이나 유기견·유기묘들의 삶,
좁은 우리에 갇혀 살다 인간의 먹이가 되는 동물들의 모습을 볼 때면
얼른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곤 했다.
내가 어찌해 줄 수 있는 문제도 아닌데 보고 나면 마음의 짐이 될 것 같아서.
세상의 부조리한 면을 따박따박 따져가며 살기에는 삶이 너무 버겁지 않나…….
그런데 인간이 코끼리에게 가하는 폭력 앞에서는 눈을 감아버릴 수가 없었다.
너무 많은 것들이 읽혔기 때문이다.
유년기의 트라우마가 한 생명체의 삶을 어떻게 파괴하는지
지속적인 감금과 폭력이 어떠한 결과를 불러오는지
그건 비단 코끼리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유럽의 홀로코스트, 르완다의 대학살, 아메리카 인디언들의 조직적인 살상과 예속’
고통 받는 코끼리에게서 고통 받는 인간을, 인간이 인간에게 가하는 폭력을 보았다.
“생명체에 자행하는 행위를 생각해보면 모든 인간은 나치다”라고 했든가…….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심리학 용어가 잔뜩 등장하고 다양한 역사적·지리적 사실들이 넘치고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 태어난 이국적인 코끼리의 이름이 가득 등장하지만
이 책은 동물학에 관한 책도, 심리학에 관한 책도, 역사학에 관한 책도,
심지어 코끼리에 관한 책도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 자신의 인간성에 대한 책이다.”

오늘도 코끼리가 난동을 부려 사람을 헤쳤다는 기사를 보았다.
이런 기사만 보면 ‘코끼리가 미쳤구나, 몹쓸 동물이구나.’ 이런 생각들을 하게 되는데
곰곰이 되짚어 보자.
초식 동물인 코끼리가 왜 인간을 공격하게 되었을까?
도대체 어떤 일들이 벌어졌기에 본성이 뒤틀릴 만한 행위를 하게 되었을까?

상처받은 코끼리 크룽제를 치료하는 다음과 같은 대목에서 나는 울어버렸다.
“결국 나는 시간을 두고 크룽제에게 다가가서 부드러운 빗자루로 쓸어주기 시작했다.
크룽제의 몸은 조금씩 부드러워졌고 깊이 숨을 들이마시며 한숨을 쉬었다.
눈은 반쯤 감겨 있었고 눈물이 흘러내렸다.
치료를 끝내자 크룽제는 코를 뒤쪽으로 올려 내 얼굴을 어루만졌다.
내 얼굴도 크룽제와 마찬가지로 눈물에 젖어 있었다.
몸의 접촉은 곧 영혼의 접촉이다.”
그리고 잔혹한 학대에도 불구하고 인간을 사랑하고, 용서하고, 보호하려 애쓰는
코끼리들의 모습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코끼리가 멸종한다면 인간에게도 미래는 없다,
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비약일까.
“이 놀랍고도 똑똑하며 감성적인 코끼리들”이 지구상에서 사라진다면
그들보다 ‘더 놀랍고 똑똑하며 감성적’이라고 믿고 있는 인간의 삶은 과연 어떻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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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 과학자들은 왜 세상을 잘못 보는 것일까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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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신이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그의 첫 책인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식과 정보로 가득 찬 생물학 책이겠거니,
고로 지루하겠거니, 그래도 교양 차원에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정도?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깊이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아는 내용을 죽 늘어놓거나, 말장난으로 눙치거나
별 내용 없으면서 심오한 척하는 책과는 다른, 진짜 알맹이로 꽉 들어찬 책.
후쿠오카 신이치가 이야기하는 분자생물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 너머에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으니.

언젠가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과학서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적인 은유로 가득 찬 문학서이며,
삶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철학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런 이유로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들을 좋아한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모자란 남자들>, <동적평형>,
그리고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까지.
매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책을 펼쳐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책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
생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은 <동적평형>이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이전 책들보다 덜 탄탄한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후쿠오카 신이치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과거에 우리가 익혔던 지각과 인식의 수로는 지금도 엄연히 우리 내부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수로가 정말로 생존하는 데 유리하고, 정말로 안심할 수 있게 해주며,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가져다 주었을까?
사람의 눈이 오려낸 ‘부분’은 인공적인 것이며
사람의 인식이 발견한 ‘관계’의 대부분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
그리고 봤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헛것인 것이다.”
-p. 145

오늘도 인터넷 상에 제목만 달리해 숱하게 올라오는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들,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관계들, 타인에 대한 평가…….
후쿠오카 신이치는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진실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결론 내버리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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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소라 6집 - 눈썹달 [재발매]
이소라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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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이소라씨 앨범 중에 가장 좋아합니다.   

'바람이 분다', '봄'...   

찬바람이 불 때 들으면 더 좋은 노래들이지요.  

시리고, 쓸쓸한 풍경을 담고 있어서  

가만 듣고 있으면 우울의 바닥을 치게 되지만  

그래서 더 좋을 때가 있지요.

마음에 적잖은 위로가 되는 앨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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