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 - 과학자들은 왜 세상을 잘못 보는 것일까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4월
평점 :
품절


후쿠오카 신이치.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
그의 첫 책인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집어 들었을 때만 해도 별다른 기대는 하지 않았다.
지식과 정보로 가득 찬 생물학 책이겠거니,
고로 지루하겠거니, 그래도 교양 차원에서 읽어봐야 하지 않을까 정도?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깊이 빨려들어 갈 수밖에 없었다.

아는 내용을 죽 늘어놓거나, 말장난으로 눙치거나
별 내용 없으면서 심오한 척하는 책과는 다른, 진짜 알맹이로 꽉 들어찬 책.
후쿠오카 신이치가 이야기하는 분자생물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해도 좋았다.
그 너머에 ‘생명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큰 그림을 볼 수 있었으니.

언젠가 <생물과 무생물 사이>를 두고 다음과 같이 쓴 적이 있다.
“이 책은 과학서이다. 그러나 동시에 시적인 은유로 가득 찬 문학서이며,
삶에 대한 통찰이 엿보이는 철학서다!”
많은 책을 읽는 것보다 자신의 삶에 대해 고민해 볼 수 있는
단 한 권의 책을 읽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나는,
그런 이유로 후쿠오카 신이치의 책들을 좋아한다.
<생물과 무생물 사이>, <모자란 남자들>, <동적평형>,
그리고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까지.
매번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그의 책을 펼쳐본다.
개인적으로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는 책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
생명의 본질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던 책은 <동적평형>이다.
<나누고 쪼개도 알 수 없는 세상>은 이전 책들보다 덜 탄탄한 것 같지만,
그래도 ‘역시 후쿠오카 신이치구나!’ 감탄하며 읽었다.

“과거에 우리가 익혔던 지각과 인식의 수로는 지금도 엄연히 우리 내부에 남아 있다.
하지만 이런 수로가 정말로 생존하는 데 유리하고, 정말로 안심할 수 있게 해주며,
세상에 대한 진정한 이해를 가져다 주었을까?
사람의 눈이 오려낸 ‘부분’은 인공적인 것이며
사람의 인식이 발견한 ‘관계’의 대부분은 망상에 지나지 않는다.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
그리고 봤다고 생각하는 것도 어떤 의미에서는 모두가 헛것인 것이다.”
-p. 145

오늘도 인터넷 상에 제목만 달리해 숱하게 올라오는 선정적인 내용의 기사들,
일상에서 마주하는 여러 관계들, 타인에 대한 평가…….
후쿠오카 신이치는 “우리는 보려고 하는 것밖에 보지 못한다.”고 말했는데 
어쩌면 우리는 ‘보는 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진실이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생각하고 싶은 대로 결론 내버리면 그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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