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고른 장난감 - 에디터 맘 정원씨의
강정원 지음 / 낭만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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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낳기 전에는 장난감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온갖 장난감으로 둘러싸인 집에 왕자나 공주처럼 앉아 있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장난감이 필요한 이유를 알겠다. 
예전처럼 돌봐줄 수 있는 식구가 많은 것도 아니고,
자연을 접할 기회도 많지 않으니 장난감이 그 역할을 대신 하는 것이리라. 
엄마에게는 잠시라도 짬을 낼 수 있는 여유를 주고. 
  

"아이를 키우면서 안타까운 점 하나가 뒤늦게 좋은 것을 발견하는 일이다.
준비가 철저한 이라면 모를까 대부분의 초보 엄마는
갓 태어난 아이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한 에너지가 소비된다.
그리고 아이가 잠든 사이 가까스로 컴퓨터 앞에 앉아 유아용품을 검색하기 시작한다.
바운서, 아기띠, 턱받이, 치발기...작은 아기에게 필요한 물품은 정말이지 종류도 다양하다.
또 물건은 어찌나 많은지 점점 골치가 아파진다.
물건 구경하기를 광적으로 즐기는 나조차도
아이들 용품 고르는 일은 어렵고도 힘든 일이었다.
그래서 결국은 사이트에 올라온 베스트셀링 상품을 주문하는 것으로
어설픈 쇼핑을 끝맺는 경우가 많았는데 돌이켜보면 안타까운 부분이 무척 많다."
-p. 43
 

나 또한 이러고 있던 차에 만난 책이 '에디터맘 정원씨의 두 번 고른 장난감'이다.
패션잡지 에디터이자 엄마로서 고른 장난감이라 그런지
책 안에 실용적이고 디자인이 빼어난 아이 물건들이 가득했다.    
게다가 장난감의 역사, 만들어지는 과정, 디자인에 얽힌 이야기 등도 실려 있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지름신이 강림하사 몇 가지 제품은 구입해 두었고,

마음속 보관함에 담아 놓은 장난감도 여러 점이다.) 
 

"남편은 나를 두고 '사서 고생'이란 별명을 지어주엇다.
물건을 구입하는 일은 물론이고 각종 기념일에 작은 유치원 행사까지
모든 것에 의미를 부여하며 대충 넘어가는 일이 없는 내가 피곤하고 안쓰럽게 느껴졌으리라.
그래도 난 나의 이런 점이 좋다. 사소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면 그것은 특별한 것이 된다.
그리고 그렇게 내 주변, 내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것이 나에겐 '사는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자꾸자꾸 의미를 부여하며 장난감을 고르고, 간식을 만들어 주고,
아이들과 특별한 주말을 보내려 한다.
좀 분주하고 피곤하긴 하지만 난 그렇게 사는 게 재미있다."
-p. 87
 

물건도, 사람도, 시간도 의미를 부여하면 특별한 것이 된다고 믿는 내게
무척이나 공감가는 구절이다. 
아이 용품으로 너무 과하지 않나 생각되는 것들도 있었지만,
읽는 이의 '사적인 취향'에 따라 취사선택하면 될 부분이니 패스~ 
처음에는 아이 장난감을 보기 위해 구입한 책이었는데 읽다 보니 엄마가 더 빠져들었다.    
글쓴이의 표현을 빌리자면, 이것도 육아의 큰 즐거움이리라. 
아이 장난감이라면 '당연히' 뽀로로 같은 캐릭터가 그려진
알록달록한 색상의 제품만을 떠올리던 초보맘의 안목을 높여준 책.   
아울러 '좋은 장난감이란 어떤 것일까?' 고민하게 만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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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200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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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도, 공간도 사라져버린 것 같다. 
습기에 축축하게 젖어 삭아버리고 남은 것은 본질,
그저 본질.
"카뮈의 <이방인> 이후 최고의 처녀작"이란 찬사를 받은 소설이라는데
<이방인>에 작렬하는 태양빛이 있다면 
이 소설에는 습기가 있다.

"어느 것 하나 습기에 젖지 않은 것이 없었다.
습기는 그들의 고독한 몸을 적셨다."
-p. 110

후텁지근한 바람이 불고, 공기 중에 습기가 가득한 여름 같은 소설.
읽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어렵사리 책장을 펼쳤는데 
빨려들어가듯이 읽어버렸다.
읽고 나서도 잔상이 많이 남아 한동안 멍하니 앉아 있었다.
이런 소설은 줄거리를 나열하는 게 그다지 의미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제목은 <다다를 수 없는 나라>인데
읽다 보면 아주 먼 곳으로 여행을 다녀 온 기분이 든다.      
옮긴이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책을 사들고 기차에 오르는 즉시 문장은 짧고 여운은 긴
이 소설의 매혹에 빨려들고 말았다.
책을 다 읽고, 그후 몇 번이나 다시 읽고, 그리고 번역을 하고
마침내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나는 그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적요함, 거의 희열에 가까울 만큼 해맑은 슬픔의 위력으로부터
완전히 놓여나지 못하고 있다."
 
책장을 넘기며 "짧은 문장들 사이에서 배어나오는 기이한 적요함,
거의 희열에 가까울 만큼 해맑은 슬픔의 위력"을 느껴보길.    
그속에서 아직 헤어나지 못한 나는 다시 책을 펼치며 
<다다를 수 없는 나라>로 여행을 떠난다. 

이상한 일이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나 코맥 메카시의 <로드>는 버겁게 읽었는데 
<숨그네>나 <로드> 못지않게 친절하지 않은 크리스토프 바타유의 문장에 매혹되는 걸 보면. 
이 또한 취향의 문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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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로부터 봄 - 거친 삶, 맨몸으로 부딪쳐 살아온 이들에게
노익상 지음 / 청어람미디어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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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밥을 목에 넘기는 게 얼마나 준엄한 현실인가."를 절절하게 보여주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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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 - 2011년 칼데콧 메달 수상작
필립 C. 스테드 지음, 에린 E. 스테드 그림, 유병수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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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태어난 지 6개월 밖에 안 됐는데…….
할 줄 아는 거라곤 먹고, 자고, 싸고, 울고, 손발 쪽쪽 빨고. 이런 거 밖에 없는데…….
엄마는 언젠가 아이에게 보여주기 위해서라며
평소 자신이 읽고 싶었던 그림책을 집에 들여놓는다.
아이를 핑계로 그림책에 대한 엄마의 욕망을 실현한다. 
  

아이가 잠든 시간에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을 펼쳐보며
빙그레 웃다, 행복해 하다, 마음이 푸근해져서 몇 번이고 다시 읽는다.
‘동물원지기인 아모스 할아버지는 동물들의 마음을 잘 아는구나!
궁리하기를 좋아하는 코끼리의 선택을 기다려주고,
거북이와 느릿느릿 달리기 경주를 하기도 하고,
수줍음 많은 펭귄 옆에 조용히 앉아 있어 주고.
자신이 주고 싶은 것을 막무가내로 떠안기는 게 아니라
동물들의 마음을 살펴 그들과 함께하는 좋은 친구네.’
혼자 사는 사람이 병이 나면 쓸쓸해지기 쉬운데
병문안을 온 동물 친구들 덕분에 아모스 할아버지는 행복해 보였다.
아모스 할아버지와 함께할 수 있어서 동물원 친구들도 행복해 보이고.

우리 아이가 좀 더 커서 <아모스 할아버지가 아픈 날>을 읽으며
‘함께하는’ 마음을 배울 수 있었으면 좋겠다.
수줍음 많은 펭귄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모스 할아버지처럼 그 옆에 조용히 함께 앉아 있어줄 수 있다면!

이야기도 감동적이지만 목판화와 연필을 이용한 일러스트가 주는 울림이 크다.
아이가 어려서 글을 읽지 못하더라도 많은 걸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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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육아의 원형을 찾아서 - 아마존 예콰나족에게서 ‘인간 본성을 존중하는 육아법’을 배운다
진 리들로프 지음, 강미경 옮김 / 양철북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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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마음이 없다거나 아이를 낳고 싶은 생각이 없다고 말하면
어른들은 “아직 때가 안 돼서 그럴 거야.”라고 말씀하셨다.
어른들이 말하던 ‘때’라는 것이 이 책의 저자인 진 리들로프가 이야기하는
‘연속성’과 유사한 개념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
잠만 자던 아이가 주변을 살피고, 무엇이든지 입에 집어넣어 탐색하고
뒤집고, 어른들이 먹는 것을 보며 입맛을 다시고…….
때가 되면 강요하거나 채근하지 않아도 아이는 각각의 성장 단계를 거치며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때 엄마 품은 롤러코스터의 안전장치 같은 역할을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 
  

“롤러코스터가 지니는 매력의 비밀은 안전지대에 있다는 점이다.
롤러코스터가 트랙을 따라 질주하다 공중에서 뒤집어져도
안전띠를 매고 있기 때문에 전혀 위험하지 않다.”
-p. 187

엄마의 넉넉한 품과 사랑, 믿음이 있기에 아이는 안심하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엄마 품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주지 않는다면,
안전장치 하나 없이 무조건 롤러코스터에 태운다면 어떻게 될까?
아이는 불안에 떨며 온전한 행복이 무엇인지 모른 채 살아갈지도 모른다.
혹은 온전한 행복의 대용물을 찾아 끊임없이 헤매거나
정서적으로 미성숙한 어른 아이에 머물 수도 있고.

예콰나족 엄마들은 아이를 품에서 떼어 놓지 않고 늘 함께한다.
일을 할 때도, 음식을 만들 때도 함께하기 때문에
아이는 자연스럽게 부족의 문화와 삶의 방식을 습득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응석받이로 자랄 거라고 짐작한다면
기우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흔히 생각하듯 아이를 많이 안아 주어서 아이가 독립적으로 성장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해낼 거라는 믿음, 든든한 버팀목처럼 기다려주는 부모의 넉넉한 마음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닐까.
안정감을 주되 요즘 엄마들처럼 만사 제쳐두고 아이에게만 올인하지 않는 것,
예콰나족에게 육아란 ‘별스러운 일’이 아니라 삶의 일부이다.
일과 놀이와 생활이 분리된 현대 사회에서
예콰나족의 방식을 고스란히 따를 수는 없겠지만,
‘연속성’에 바탕을 둔 ‘인간 본성을 존중하는 육아법’은 참고할 만한 점이 많다.
육아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그러려니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것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우리의 비극 대부분은 인간이라는 종이 마땅히 누려야 하는 ‘권리’를
인식하는 능력을 잃어버렸기 때문에 발생한다.
우리는 권태를 마지못해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참혹한 유아기와 아동기를 겪고 나서 겨우 남아 있는 우리의 연속성마저
수많은 방법으로 못살게 군다.
……
우리는 아이들은 부모를 무시하고 부모는 아이들을 짜증나게 한다고 기대한다.
우리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우리의 능력에 대해서뿐만 아니라  
결혼에 대해서도 회의하며 살아가는 삶을 받아들인다.
우리는 삶은 고달프며 행복할 수 있다면 행운이라는 생각을 당연하게 여긴다.
우리는 행복을 타고난 권리로 보지 않으며,
행복이 평화나 만족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p. 229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문장.     
개인적인 취향 때문에 그렇게 느낀 건지, 오래 전에 쓰인 책이라 그런 건지,
옮긴이의 솜씨 때문인지, 편집의 문제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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