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 - 제1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임영태 지음 / 뿔(웅진)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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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야지, 작심하고 책을 펼친 건 아닌데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

다 읽고나서는 이렇게 끼적였다.

'슬픔은 슬픔인데 통곡을 하는 울음이 아니고 투명하고 맑은 슬픔.

우리가 이 세상을 떠난 뒤,

머물렀던 공간과 함께했던 사람들을 영혼의 눈으로 바라볼 때

이런 느낌이 들지 않을까.

미련과 회한과 안쓰러움과 자책과 미안함이 불러일으키는 따뜻한 슬픔.

자신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해서 애꿎게 상처 준 수많은 타인과

말 못하는 생명들에게 미안, 나약한 인간이라 미안…….

 

공지영 작가가 남긴 심사평에 공감한다.

"처음에는 그렇고 그런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특별히 흥미를 끄는 독특한 문장도 구성도 등장인물도 없었으니까.

이런 중요한 상금을 거머쥘 당선작이 되리라고도 상상하지 않았다.

그런데 책장을 넘길수록 나는 알 수 없는 슬픔을 느꼈고

뿌리칠 수 없는 어떤 이끌림에 끌려가고 있었다.

마음속에서 꾸역거리며 무언가가 차오르기 시작했고

엉뚱하게 가끔 눈시울도 뜨거웠다."

 

한동안 소설을 읽지 못했는데

이 작품을 읽고 나서 다시금 소설책들을 펼쳐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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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를 금하노라 - 자유로운 가족을 꿈꾸는 이들에게 외치다
임혜지 지음 / 푸른숲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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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일상을 담은 에세이일 거라는 짐작과는 달리

생각해볼 만한 내용이 가득해서 몇 권 더 주문해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했다.

“삶이 초라하게 느껴질 때 읽어봐!”

 

아이들이 자신들의 가능성을 꽃 피울 때까지 기다려주기,

환경과 인권, 그리고 양심을 지키며 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는 부부의 모습,

돈보다 시간과 자유를 선택한 삶,

적게 벌지만 기부까지 하며 알차게 꾸리는 가정...

 

뮌헨에서 살고 있는 건축가 임혜지의 일상을 들여다보며 참 많이 배웠다.

무엇보다도 궁핍함을 감춘 채 겉으로 호탕한 척하는 것이 아니라

적게 버는 대신 부지런히 아끼며 사는 모습에 설득당했다.

아름다움이란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이 아니라

자신에게 떳떳하고 당당한 모습이라는 걸 깨닫고 나니

더 이상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자신을 괴롭히지 않게 되었다.

아울러 아닌 척하면서 실은 겉보기를 꽤나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다는 것도,

무엇에 가치를 두고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우리 자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이웃을 위해, 이 세상을 위해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본질적이지 않은 일들에 매달려 삶을 낭비해 왔다니!

 

책을 선물 받은 친구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 육아나 교육뿐만 아니라 역사의식까지 다양한 생각을 하게 하네.

아기 키우는 친구들에게 권하고 있어.”

좋은 책은 나눌수록 즐거움이 배가 된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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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집이 좋아 - 인테리어 디자이너 신경옥이 고친 10~20평대 집을 엿보다 좋아 시리즈
신경옥 지음 / 포북(for book)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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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작은 집이 좋아? 설마…. 작은 집이 뭐가 좋아?
조금만 움직여도 여기저기 부딪히고, 하루라도 정리 정돈 안하면 집안이 난장판이 되고,
수납공간이 없어서 살림 늘어놓으며 쩔쩔매고. 뭐가 좋다는 건지….’
이렇게 투덜대며 책장을 펼쳤는데, 마지막 장을 넘길 즈음에는
정말로 ‘작은 집’이 좋아졌다. 좋아졌다기보다 좋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크고 넓은 집에 살면 더없이 좋겠지만, 대궐같이 넓은 집에 사는 사람들이 얼마나 될까.
집이 좁다고 투덜대기보다 살뜰히 꾸려 살고 싶어지는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 삶의 지혜일 터.
이 책에는 그러한 삶의 지혜, 인테리어 노하우가 가득 담겨 있다.
얼마 전에 읽었던 <타니아의 작은 집>이 불필요한 물건들을 들이지 않는
버림의 미학을 일러준다면 <작은 집이 좋아>는 집 꾸밈의 미학을 보여준다고 할까.
단, 여기서 말하는 꾸밈이란 남에게 그럴 듯하게 보이기 위해서가 아닌
내 가족이 좀 더 편안하게 생활하고 쉴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

-수납장만 잘 활용해도 집이 훨씬 넓고 분위기 있어 보인다.
-값비싼 세트 가구를 들이지 않고도 집을 꾸밀 수 있는 방법은 무궁무진하다.
-작은 집이기에 더 따뜻하고 이야기가 넘치는 공간으로 만들 수 있다. 
  

그밖에도 실제 응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 노하우가 가득해 책값이 전혀 아깝지 않았다.
별 내용 없이 사진만 그럴 듯한 얄팍한 책들도 많은데…….
인테리어 관련 책이지만, 마음에 드는 구절이 눈에 띄어 밑줄을 그어 두었다.
이를테면 다음과 같은. 
 

친한 사람들만 아는 일이지만 나는 규칙을 싫어하는 사람이다.
하고 싶은 대로 하고, 하기 싫으면 안 하고, 무언가를 정해 놓는 법도 없다.
어느 날 문득, 거실과 주방이 바뀌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면
지나친 고민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할 사람이다.
무어 그리 대단한 삶이라고…
나쁜 짓만 아니라면, 하고 싶은 걸 못할 이유가 없다는 생각을 한다.
-p. 117

“두 다리를 좀 쉬어갈 양으로 찾아간 찻집이 눈부실 때,
밥 먹자고 들어간 식당이 배불리 먹여주는 것은 물론
기분까지도 찬란하게 만들어줄 만큼 아름다운 공간일 때,
인테리어 가게의 야무진 매장 풍경이 마음으로 쏙쏙 스며들 때...
나는 해바라기처럼 활짝 웃게 된다. 잘 꾸며진 공간이란 그런 것.
몸과 마음을 쉬게 하고 웃게 하는 것.”
-p. 172
 

잘 꾸며진 공간이란 그런 것!
그럼, 이제부터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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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임팩트 맨 - 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기 1년 프로젝트
콜린 베번 지음, 이은선 옮김 / 북하우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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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한복판에서 환경에 영향을 주지 않고 살아남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일까?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을 펼쳤다.
'사람들의 관심을 끌려는 수작 아니야?'라는 의심도 하면서.
슬며시 짜증도 났다. 아마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이었으리라.  
 

“솔직히 저도 이 프로젝트를 좋아하지만, 처음 이야기를 들었을 때 짜증이 나더군요.
하지만 왜 짜증이 나는지 파악하고 그 속내를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우리는 간신히 현실을 외면하고 있는 상태 아닐까요?
다른 나라에서는 사람들이 굶어죽고 저녁은 어떻게 때워야 할지 막막한 상태인 현실을
우리 모두 어느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10달러를 주고 세 번쯤 들을 CD를 삽니다.
그 10달러면 누군가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데 말입니다.
모두들 알고 있지만 어떻게 하면 되는지 방법을 모르고 있는데,
이 황당한 노 임팩트 프로젝트가 등장해서 우리를 흔들어놓고,
현실을 상기시키고, 아슬아슬한 외면의 벽을 무너뜨려 미안해지게 만드니
처음에는 화가 나고 그렇게 만드는 사람한테 짜증이 날 수밖에요." 

-p. 247 


그래도 책을 펼친 건 "누릴 것은 충분히 누린다."는 뒷표지 문구 때문이었다.
'금욕적'으로 살라고 강요하거나, 죄책감을 불러일으키거나, 가르치려고 들지 않아서 
부담스럽지 않게 책장을 넘길 수 있었다.     

나는 앞으로 1년 동안 생각 없는 소비로 흥청거리지 않고
수도승처럼 금욕하지도 않는 중용의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나는 나무를 죽이지 않고 열매를 즐길 방법을 찾고 싶었다.
우리 별의 원금이 아니라 배당금으로 사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p. 47

빙고! 이런 실험이라면 기꺼이 동참하겠오!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라 내용을 요약해서 옮길 수는 없을 것 같고
'노 임팩트 맨 프로젝트'를 현실 속에서 하나하나 실천해 보려고 한다.
 
나는 여러 단체에서 자원활동을 하면서 환경운동은 적게 쓰는 운동이 아니라
더 많이 베푸는 운동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배를 쑥 집어넣는 운동이 아니라 가슴을 내놓는 운동이다.
환경운동의 대상은 환경이 아니다. 인간이다.
인간을 위해 더 나은 미래상을 제시하기 위한 운동이다.
-p. 271 

단순히 엄격한 룰을 정하고, 그것을 따르면서 자기만족에 머무는 환경운동 말고
지구상에 모든 생물이 더불어 살아갈 더 나은 미래를 위해서 작은 실천이라도 해볼 생각이다.  
소설가 커트 보네거트가 인생이 무엇인지 도무지 알 수 없어서 아들에게 물었더니,
아이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고 한다. 
 "아빠, 우리는 뭐가 됐든 함께 헤쳐나가자고 태어난 거예요."
매일 암울한 뉴스가 전해지지만, '뭐든 함께 헤쳐나간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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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일요일들
은희경 지음 / 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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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찍 위악을 알아버린 아이.
이름도 가물가물하지만 나는 은희경의 소설 <새의 선물>의 주인공을 이렇게 기억한다.

"건조한 성격으로 살아왔지만 사실 나는 다혈질인지도 모른다.
집착 없이 살아오긴 했지만 사실은 아무리 집착해도 얻지 못할 것들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짐짓 한걸음 비껴서 걸어온 것인지도 모른다.
고통받지 않으려고 주변적인 고통을 견뎌왔으며,
사랑하지 않으려고 내게 오는 사랑을 사소한 것으로 만드는 데
정열을 다 바쳤는지도 모른다."
-<새의 선물> 그리고 <마지막 춤은 나와 함께> 중에서

<새의 선물>에 이런 구절이 있었나? 다시 읽어보니 아프다. 예리한 시선이 아프다.
<새의 선물>은 꽉 짜인, 빈틈없는 소설이라 좋아했는데
은희경 작가의 최신작 <소년을 위로해 줘>는 어쩐지 느슨한 것 같아 몇 장 넘겨보다 밀어두었다.
'느슨함'이 작가의 의도였다는 걸 산문집 <생각의 일요일들>을 읽으며 깨닫는다.
가수가 절규하지 않고 힘 빼고 노래를 부르고 싶을 때가 있는 것처럼
배우가 멋있는 척하지 않고 편안한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것처럼  
작가도 정제된 언어보다 어깨에 힘 빼고 가볍게 쓰고 싶을 때가 있겠지.

<생각의 일요일들>은 인터넷에 장편소설 <소년을 위로해줘>를 연재하며
'답글'이라는 이름으로 독자들에게 쓴 편지들을 엮은 산문집이다. 
소소하고 시시콜콜한 얘기들이 담겨 있겠거니 가볍게 책장을 넘겼는데 
생각에 잠기게 하는 구절들이 많아 천천히 아껴가며 읽었다. 
작가는 "이 산문 속 시간들의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이
낯 뜨겁고 공허해 보여 책을 묶기까지 여러 번 망설였다."라고 말하고 있지만, 
그래서 나는 더 좋았다. "한시적인 소란과 과장된 감정과 헛된 열정"을 엿볼 수 있어서.
책 뒤에는 다음과 같은 문장이 있다.
"생각하는 쪽으로 삶은 스며든다. 마치 소설가의 현재 삶이 소설을 결정하는 것처럼."

후배 시인 하나가 은희경 작가에게 전했다는 말.
"소년을 그저그런 행복 말고, 아프게 행복하도록 해주세요."
"아프게 행복하도록"에 방점을 찍는다.
밀어두었던 <소년을 위로해 줘>를 다시 펼쳐봐야겠다.
오래 전에 읽었던 <새의 선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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