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의 위로
배정한 지음 / 김영사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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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하면 초록빛을 잔뜩 머금은 싱그러움과 높고 파란 하늘이 떠올라요.

왜일까요? 공원은 사계절과 모든 날씨를 온몸으로 받아들이는데 말이죠.

아마 제가 초록의 생명력과 눈이 시릴 정도의 파란 하늘을 좋아해서 그런가 봐요.

 

공원에 대한 새로운 시선과 감각을 초대하는 이 책은 공원과 도시를 둘러싼 여러 이야기가 숨어 있어요.

저자는 공원과 도시에 관한 이야기들을 느슨하게 연결하는 주제는 '위로'라고 해요.

공원은 누구에게나 자리를 내주는 위로의 장소이자 모두를 환대하는 공간이니까요.

 

도시는 인류의 위대한 발명품이에요.

도시로 모여든 사람들의 협력 생산과 문화 혁신을 통해 도시는 사회에 발전과 풍요를 가져왔어요.

그러나 동시에 도시는 불안과 피로, 소외와 불평등, 쇠퇴와 소멸, 지구환경 시스템의 붕괴를 낳기도 했어요.

19세기 급속한 산업화가 낳은 여러 문제에 구원투수로 투입된 것이 '공원'이에요.

공원은 숨 가쁜 변신을 거듭한 도시와 함께 진화하며 도시의 공간과 시간에, 도시의 삶에 틈과 쉼을 선물했어요. 코로나19로 답답했던 시기, 우리는 공원으로 갔어요.

다시, 공원이 오고 있어요.

 

야구를 좋아한다는 저자.

아이가 유치원 다니던 때부터 주말마다 야구 중계를 함께 봤다고 해요. 아내는 조경학과 교수면 주말에 아이와 공원에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항의했지만, 야구장도 공원이라는 논리를 펴며 꿋꿋이 TV 화면을 사수했다고 해요.

19세기의 급격한 도시화가 낳은 사회문제의 공간적 진통제로 발명된 근대 도시 공원과 노동 계층의 여가 욕구를 분출하는 장치로 고안된 야구장은 형제 관계예요.

저자는 화려한 봄의 절정에 꼭 가봐야 할 공원을 추천해 달라고 하면, '창원 NC파크'에 가보라고 해요.

거리에서 바로 걸어 들어가 경기를 조감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공원이라면서요.

 

어린이 놀이터 하면 보통 그네, 미끄럼틀, 시소 등이 떠올라요.

하지만 전주 맘껏숲놀이터에는 기성품 놀이기구가 없어요. 대신 넓은 공터가 있어요.

다양한 높낮이의 잔디 언덕이 공터를 감싸고 있고, 얕은 개울과 물웅덩이, 흙과 모래, 낮고 길쭉한 곡선형 벤치, 풍성한 수목이 흩어져 있어요.

"놀이 공간은 무엇이든 담을 수 있는 그릇 같아야 합니다. 아이들이 스스로 놀거리를 찾고 노는 방법을 궁리하게 했어요."라고 조경가 김아연 교수는 이렇게 말해요.

이곳은 아이들뿐 아니라 다양한 연령층이 이용할 수 있어요. 풍성한 숲은 어린이와 청소년이 자연과 만나는 곳 그 이상이자, 시민들의 여백의 시간을 호젓하게 보내는 장소이기도 해요.

이렇게 자발성과 다양성을 갖춘 놀이터를 묵묵히 지원하는 조연은 입구 쪽에 자리한 '맘껏하우스'에요.

날씨와 상관없이 아이들이 놀고 보호자가 편안하게 지켜볼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수용해서 만들어진 이곳은, 실내지만 야외처럼 느껴지는 사이 공간이 많아 일종의 놀이기구처럼 활발하게 쓰이고 있다고 해요.

 

 

초록 잔디밭에 새긴 하얀 원에 갇혀 공원을 즐기는 사람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도하기 위해 백색 분필 페인트로 그린 지금 2.5미터의 원형 띠.

그 안에서 사람들은 휴식, 일광욕, 연애, 피크닉, 독서, 운동, 사색 등을 즐겨요.

이것을 본 한 저널리스트는 '2019년에서 온 누군가에게 이 사진을 보여준다면, 실재하는 현실이 아니라 디스토피아를 다룬 할리우드 쇼의 한 장면'이라고 여길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어요.

뉴욕 브루클린의 새로운 핫 플레이스인 도미노 공원.

1856년에 세워져 설탕 제국이라 불리며 2004년까지 가동된 뒤 방치된 도미노 설탕공장 일대를 재생하는 사업의 촉매로 투입되었어요.

도미노 공원은 브르클린 탈산업 경관 특유의 거친 미감을 만끽하며 이스트강 너무 맨해튼 스카이라인의 석양을 감상할 수 있는 낭만의 명소로 순식간에 떠올랐어요.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서른 개 원 안에 펼쳐진 도미노 공원.

팬데믹 시대를 거치며 공원의 가치와 역할을 재발견하고, 도시와 슬기롭게 동거할 수 있는 공원 사용법을 하나씩 마련해 가야해요.

 

'당신의 공원은 어디입니까'라는 질문에 저자처럼 선뜻 답하지 못했어요.

아마 공원에 저만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스쳐 지나갔기 때문이겠죠.

책을 쭉 읽으면서 생각해 보니 집 근처 조그마한 공원을 현재 저의 공원으로 삼기로 했어요.

아이들과 함께 걷고, 뛰어놀고, 혼자 산책도 하고, 가끔은 벤치에 앉아 책을 읽기도 하거든요.

집 주변에 큰 공원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작은 공원도 많은 것을 보여주고 있었어요.

계절이 변함에 따라 옷을 갈아입는 나무들, 어르신들이 운동하시다 잠시 쉬어가기도 하는 곳.

비가 온 다음 날엔 지렁이 친구들이 길을 잃은 채 여기저기 헤매고 있고, 가끔 두꺼비, 개구리, 뱀, 사마귀, 여치, 메뚜기 친구들도 놀러 오는 곳, 한여름엔 매미들의 합창을 들으며 그늘에 앉아 쉬기도 하고, 바스락바스락 낙엽을 밟으며 걷기도 하고, 눈이 내리면 내 발자국을 고이 새기기도 하는 곳이네요.

지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공원은 하나의 위로이자 여백을 주는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어요.

앞으로 획일적이지 않은 그곳의 개성을 그대로 담은 공원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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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잘하는 사람이 반드시 쓰는 글 습관 - 회사에서 무조건 통하는 무적의 글쓰기 센스
오쿠노 노부유키 지음, 명다인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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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잘 쓰고 싶어요.

처음엔 리뷰, 일상의 일을 글로 쓴다는 것 자체로도 좋았어요. 어쨌든 시작했으니까요.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쓰는 글들이 비슷한 느낌이 들어요.

아… 좀 더 잘 쓰고 싶은데 능력이 안 돼요.

마음을 내려놓고 담백하게 쓰고 싶은데 잔뜩 힘이 들어가 버린 글이 되어버려요.


오쿠노 노부유키는 글쓰기 분야에서 50만 부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가로,

그는 단숨에 끌리는 글에는 '법칙'이 따로 있다고 해요.

 '매끄러운 문장으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

아… 매끄러운 문장, 어떻게 쓰는 거지? 어려울 것 같은데? 생각이 들어요.

하지만 저자는 막힘없이 읽히고 뇌리에 박혀 약간의 탄성이 나오는 문장은 누구든 쓸 수 있다고 해요.

이 책에 나오는 프로 작가들의 기술을 내 것으로 가져온다면요!


'사로잡다, 이어가다, 전환하다, 끝맺다' 4장에 걸쳐 포인트 34가지를 알려줘요.

프로작가들의 생생한 문장이 사례로 수록되어 있고, '두루뭉술한 글 vs 생동감 있는 글'을 비교해 놓았어요.

자기소개서, 채용공고, 안내문, 메일, 편지 등 실전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문장이 있어 도움받을 수 있어요.


📍 읽히려면 무조건 강하게 단언해서 쓰기!

'함부로 단정하면 트집 잡히지 않을까?'라는 걱정은 하지 말래요.

의외로 그런 오해는 생기지 않는다고요.

단정적이고 분명한 표현을 쓰면 문장이 하나하나 짧아지고 자연스레 리듬감도 좋아진다고요.

예를 들어, "저희 회사로서는 맡기 어려울 듯합니다."라는 말보다 "저희 회사는 맡을 수 없습니다."라고 하는 것이 의견이 분명하게 전달돼 오히려 읽는 사람이 친절을 느낀다고 해요.


📍 애매한 표현 '등', '같은', '라든가'는 독약이기에 빼고, 전달 메시지를 명확하게 드러내기!

단언조의 주요 법칙 중 하나는 습관처럼 붙이는 애매한 표현을 삭제하는 것이에요.

애매한 표현으로 '등, 측, 라든가, 라는, 듯하다, 같은, 지도 모른다, 라고 생각한다, 어떤 의미, 수동형'이 있어요.

애매한 표현을 쓰면 문장의 메시지가 불투명해지고 파악하기 어려워져요. 즉, 맛이 옅어져요.

그러니 무조건 단언하고 뻔뻔해지라고 해요.


📍 눈길을 끄는 첫 문장의 공통점은 '허풍 떨기'!

거짓말을 하자는 의미가 아니라, 상황에 따라 과장된 표현이나 호들갑스러운 수식어가 필요하기 때문이래요.

예를 들어, 아래 두 문장 중에 어떤 것이 더 끌리나요?

1) "신재생 에너지를 활용한 '차세대 주택'이 완성됐다."

2) "태양광 패널로 전력을 일부 자급하는 집이 지어졌습니다."

1) 은 기대감이 생겨 그다음을 읽게 만들지만,

2) 처럼 있는 그대로 사실을 쓰면 아무도 안 읽는대요.

거짓말은 안 되지만, 읽히고 전달되려면 '있는 그대로' 쓰는 것도 좋지 않아요.

무관심하던 사람도 읽게 만들기 위해 고심하는 자세가 쓰는 이의 기본이니까요.


📍 계속 읽고 싶은 문장의 열쇠는 '현실감'과 '공감'!

예를 들어 평일 오전에 근처 카페에 들어가 앉았는데 양쪽에 단체로 온 중년 손님들.

한쪽엔 아주머니 네다섯 명, 다른 한쪽은 아저씨 두 명.

대화가 들려요.

아주머니들은 같은 동네 사람, 아들 내외 등 아는 사람 이야기를 해요.

아저씨 두 명은 신문을 읽으면서 일본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눠요.

귀가 쫑긋해지는 건? 역시나 아주머니들의 대화에요.

왜냐하면 실제로 보고 들은 경험담이어서 현실적이기 때문이죠.

글을 쓸 때도 '현실감'과 '공감', 이 두 요소를 염두에 두고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방법을 강구해봐요.


📍 '마지막 문장이 긴장감도 없고 재미도 없다.' 많은 사람이 하는 고민일지도 몰라요.

그만큼 끝맺음이 쉽지 않아요.

저자는 마무리 지어진 '느낌', 끝맺음이 납득되는가!

이것 하나만이 중요하다고 해요.

좋아하는 컬럼이나 에세이를 꼼꼼히 읽고, 신선한 감이 드는 마무리 같은 느낌의 표현을 여럿 비축해두면 도움이 된다고 해요.


처음부터 앗! 이러면서 멈칫했어요.

저자가 하지 말라는 것은 하고 있었고, 하라는 것은 하지 않았거든요.

예를 들어 무조건 단언하는 문장, 허풍을 떨어 기대감 주기는 하지 않았고, 등·같은 애매한 표현을 즐겨 썼어요. 어느 정도 안전지대를 확보하려는 소심함이 글에서도 그대로 느껴져서 밋밋한 글이 되어 버렸던거죠.

이 책의 배열 또한 다른 책과 달라서 눈에 들어왔어요.

저자의 표현처럼 '시각적으로 하얗고 잘생긴 문장'을 만들기 위해 배열을 예전과 달리해봤어요.

이런저런 시도를 해가며 저만의 방법을 찾아봐야겠어요.

저자가 알려준 34가지의 포인트를 하나씩 적용해 나가면 제 글도 나중엔 센스있겠죠?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ㅎ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글쓰기를 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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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덕 마녀의 수상한 죽 가게 - 다 타버린 마음을 끌어안고 사는 당신에게
나우주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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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보랏빛을 품은 비교적 얇은 책. 흥미를 자극하는 제목. 표지 그림에서 풍기는 어딘가 오묘한 분위기. 아주 커다란 토끼와 마녀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데, 표정이 비슷해 보이면서 달라요. 토끼가 그냥 바라보는 느낌이라면, 마녀는 무언가를 해내야겠다는 결연함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요? 솥에서는 보라색 죽이 끓고 있는데 이 죽은 어쩐지 호기심을 갖고 이리저리 살피는 눈치에요.

 

소설 쓰는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나우주 작가. 쓴 소설 중 한 작품이 토지문학상을 수상한 후 극심한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해요. 몇 년간 소설에 손도 못 대는 생활을 이어오다가 용기 내어 자신의 이야기를 픽션에 담아 세상과 다시 소통하기 시작했다고 해요. "토닭토닭, 오늘도 죽 쑤는 하루지만 함께 살아냅시다."라고 말하며 우리 서로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요.

 

'나는 누구고,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가.'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봤을 의문. 하지만 좀처럼 해소되지 않아요. 그냥 살다가 한 번쯤 다시 마주하게 되지만 삶이 바빠서 오래 붙들고 있지 못하고 흘려보내 버려요. 저자는 시간이 흐르고 삶도 흐르면서 살아내느라 방치한 의문에서 곰삭은 진물이 흘러내렸다고 해요. 어찌해야 할지 몰라 가방을 싸 들고 무작정 전국을 떠돌며 8년을 칩거와 방황한 시간을 이 책에 담았어요여전히 답을 찾지는 못했다고 해요. 세상에 정답이라고 이름 붙일 수 있는 것이 있기나 할까요. 다만 저자는 밖으로만 행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돌렸다고 해요. 나를 제대로 들여다보기로 한 거죠. '나는 이 안에 있어. 진짜 나를 발견해 줘.'라고 소곤대는 목소리를 귀담아들어 주면서 한 걸음씩 나가고 있는 거겠죠.

 

서울 서초동 번화가에서 '변덕이 죽 끓듯'이라는 가게를 운영하며 '변덕죽'을 파는 한 마녀. 그녀의 죽은 다른 죽과 다르게 사람들에게 활력을 선물해요. 사람의 마음속에 존재하는 욕망, 욕구, 불안, 비교, 성과 등을 양념으로 하는 그녀의 죽은 보라색을 띠어요. 마녀는 완벽한 죽을 만들기 위해 잠을 줄여가며 연구하며 자신을 몰아붙였어요. 사람들이 죽을 먹고 힘을 낼수록, 칭찬할수록, 더 잘하고 싶었어요. 증명하고 증명받는 삶에는 지루할 틈이 없었죠.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죽집은 식약처 직원들에 의해 점검을 받아요. 흰 쌀죽이 보랏빛을 띠고, 강장제 효과를 내는 것에 의문을 품은 인근 식당 업주 중 누군가 신고를 한 거죠. 영업 정지가 끝난 후 원산지 표기 의무 이행 권고를 받았는데,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증명할 수는 없었어요. 어쩔 수 없이 식당 문을 닫은 후 마녀는 온몸의 힘이 빠져나가는 것을 느끼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해요.

 

집에만 칩거하던 마녀는 나날이 숨이 막혀오고 소름과 긴장이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껴요. 계속 참다가 어느 날 캐리어에 짐을 아무렇게나 쑤셔 넣고는 무작정 떠나요. 동해, 제주, 양평, 용인, 남양주 등으로요. 마녀는 그동안 자신이 내려놓았다고 생각했는데 도망쳤다는 것을 알게 돼요. 자신이 이상하다고 느낀 마녀는 신경정신과 병동에 입원해요. 의사는 '극심한 번아웃. 그로 인해 동반된 우울증'이라고 진단 내리면서 쉬어야 한다고 해요. 마녀는 지난 5년 내내 쉬기만 했다고 하는데, 의사는 몸 말고 뇌가 쉬어야 한다고 말해요. 마녀는 자신은 이제 끝났다고 생각해요.

"저는 마녀예요. 특별한 죽을 끓이죠. 온갖 자료를 읽고 분석해서 만드는. 그걸 못한다는 건 아무것도 못한다는 것과 같아요." (P. 102)

"일에만 의지하던 사람이 일을 중단하면 방황하게 되지요. 삶의 가치관을 바꿔야 해요. 죽을 못 끓여도, 어떤 의미 있는 일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자체로 존귀한 존재예요. 스스로를 틀에 가두지 말란 겁니다." (P. 102~103)

 

병원에서 퇴원한 후 마녀는 궁산이라 불리는 작은 산기슭에 2년째 살고 있어요. 가끔 쫓기는 듯한 조바심과 알 수 없이 긴장감이 올라오지만, 그럴 때마다 자신의 모습을 그대로 인정합니다.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존재들과 대화하며, 집주인인 60대 여류 화가 미니킴과 만나 이야기도 나누면서요. 여전히 머릿속에 생각이 많고 게다가 수시로 바뀌고 기분도, 내 마음도 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요.

 

깊은 밤, 마녀는 방바닥에 앉아 창에 얼비치는 달빛을 봅니다.

"거기서 끓어오른 것이니 거기서 해결해. 다른 누구도, 어떤 장소도, 어떤 약초도, 어떤 형상도 아닌 오직 거기 있는 너만이 할 수 있어. 내 마음의 뿌리, 단 하나의 진짜 나."

어쩐지 온 우주의 '진짜들'이 고독하게 버티고 있을 것만 같습니다. 알아주기를, 찾아내주기를 말입니다.

(P. 147)

 

'번아웃' 반갑지 않은데 한 번씩 찾아와요. 세상 모든 것에 의문이 들어요. 왜라는 물음표가 끝도 없이 따라다녀요. 생각하다 생각하다 지쳐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그냥 멍하니 시간을 보내요. 열심히 살다 한 번씩 찾아오는 번아웃은 내게 쉼이 필요하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어요. 삶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라고, 잠시 멈춰보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 같아요. 그제야 앞만 보고 달리느라 많은 것을 놓치고 있었음을 깨달아요.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는 것도요. 번아웃을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번아웃이 오지 않게 나를 잘 챙기는 것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어요. 삶에 쉼과 여유가 한 스푼씩 추가된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싶어요. 최근 지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었는데, 저에게도 약간의 쉼을 선물해 줘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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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산책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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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간 속에서 지내요.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색을 마주하면서 저는 어떤 곳을 좋아하나 생각해 봤어요.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하는 느낌을 주는 곳을 좋아해요. 그곳에서 쉼이라는 선물을 받는 것 같거든요. 때론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생기를 되찾게 하는 곳, 그냥 와~~!! 하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공간도 좋아해요. 반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 공간을 만날 때도 있는데,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균형과 조화가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곳이 그런 것 같아요.


공간이 주는 힘을 믿고,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김종완 공간전략 디자이너. 2016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해 독창적인 공간 아이덴티티 정립을 첫 번째 원칙으로 두고,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에 핵심을 둔 디자인을 추구해요. 이 책은 그동안 다양한 선택을 하며 시도하고 도전한 프로젝트들을 소개해요.


책을 쓰면서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살펴보기 위해 실무 작업용 서버에 들어가 폴더의 번호를 살펴보던 저자. 스튜디오 설립 후 7년이 됐는데, 234번째 프로젝트가 계약되어 있었다고 해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미지의 세계에 있는 상상 속 인물의 행복을 기원하며 가치를 그려내는 직업'이라고 자기 일을 소개하는 저자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 미래를 정하고 계획을 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갖은 노력 끝에 가장 존경하는 스타 디자이너의 회사에 입사해 커리어를 쌓았어요. 하지만 귀국하는 순간, 오직 한 가지 목표만 생각해야 했다고 해요. 바로 '이 분야에서 되도록 빨리 입지를 다지자.' 이 목표 하나로 최선을 다해 달린 결과 공간을 그리는 디자이너였다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길잡이가 되는 삶도 같이 살고 있어요. 새로운 직함이 느는 만큼 책임감도,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났지만 이를 계기로 본인 또한 성장하고 있다고 해요. 저자의 다음 목표는 분야의 한계를 없애고, 모든 분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라고 해요. 나아가 어떤 브랜드하고도, 어떤 사람하고도 잘 어울리는 협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해요.


"앞으로 디자이너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력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P. 10)


📍 활명 : 고귀한 전통과 현대적 표현의 만남


동화약품에서 판매하는 활명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이자 일제강점기 때 비밀리에 독립군을 지원해왔다고 해요. '활명'은 동화약품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로 저자에게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 제안을 했어요. 활명의 코어를 '궁중 레시피'로 잡았어요. 장소는 건춘문을 마주 보고 있는 3층짜리 소형 건물로 결정했는데, 건물 옆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치해 있어 예술 및 문화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공존했고, 수많은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활기찬 풍경이 펼쳐졌어요. 한국인의 시선에는 전통미를 살리되 고루하지 않고 현대적으로 풀어낸 느낌을 주어야 하고,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 고유의 전통이 물씬 묻어나면서 첨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세련된 이미지를 충분히 드러내는, 균형을 찾으려고 했어요. 인터뷰, 브랜드 공부, 많은 논의 등을 거쳐 탄생한 공간. 공간 디자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그곳에 진열될 제품과 공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라고 해요. 클라이언트도 만족스러워하고 방문객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여 관광객의 방문이 끊긴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고 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도 많았다고 해요. 저자는 그때마다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해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 우리가 경계하는 건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 아예 시도하지도 않고 디자인에 한계를 두는 행위다. 기성품은 안전하지만 한정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든 서로 다른 것이 섞여 새로운 것이 창조될 때 유일한 가치를 가진다." (P. 53)


책 제목인 <공간 산책>처럼 저자가 작업한 공간 여러 곳을 산책하듯 책을 읽었어요. 디자인할 공간의 컨셉을 잡고 이견을 조율하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책 곳곳에서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하고 일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개성있고 따스함이 담긴 공간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진심으로 작업했지만 잘되지 않아 문을 닫아 공간이 없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면 슬픔을 느끼고, 모든 것이 산업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저자의 고충도 느껴졌어요. 어떤 일이든 기쁨과 함께 공허함도 찾아오게 마련인데, 독보적인 인물이 되기 위해 항상 흐름을 앞서가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졌어요. 앞으로 마주하는 공간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할 것 같아요. 제가 있는 공간은 어떤 이야기와 색을 담을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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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 타임, 생체시계의 비밀 - 수면, 건강, 삶에 혁명을 불러오는 최적의 시간을 찾아서
러셀 포스터 지음, 김성훈 옮김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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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면, 건강, 일, 운동 등에 최적의 시간이 있을까요? 사람마다 제각각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궁금해요. 제가 하루를 어떻게 사용하고 있는지부터 생각해 봤는데, 정신없이 보내는 것 같아요. 시간은 없고 할 일은 많으니 뭐 하나 진득하게 집중하지 못하고 이것저것 쑤시고 다니는 느낌? 이렇게 해서는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던 요즘이에요.

 

책의 저자인 러셀 포스터는 영국의 저명한 신경과학자이자 일주기 리듬의 세계적 권위자예요. 이 책은 그가 40년에 걸쳐 생물학적 시간의 본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을 소개한 것이에요. 수면과 일상의 리듬에 대한 최신 과학과 연구, 흥미로운 사례들을 바탕으로 구성된 이 책의 정보를 이해하고 나면, 10대와 노년층이 회복 수면을 취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는 이유, 기분과 의사결정 능력이 오전과 오후에 차이가 생기는 이유, 야간 교대근무가 건강에 치명적인 이유, 신진 대사를 강화하는 식사 시간과 면역력이 강화되는 약 복용 시간은 언제인지, 더 나은 수면을 위해 빛을 사용하는 방법 등에 대해 정보를 제공해요. 또 독자들이 궁금해할 질문을 뽑아 Q&A에 실었고, 나의 생체리듬을 알아볼 수 있는 '크로노타입 검사지(아침형, 중간형, 저녁형)'와 수면일기 작성법도 부록에 실어서 누구든 적용할 수 있어요.

 

"나의 가장 큰 목표는 독자들에게 최신의 과학을 바탕으로 구체적인 정보와 지침을 제공해서 스스로 생각하고 결정할 수 있는 힘을 실어주는 것이다. 자신의 생체시계가 돌아가게 하는 원동력이 무엇인지 이해하고, 이 지식을 이용해서 자기에게 적합한 최적의 개인 루틴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P. 24)

 

우리 몸은 24시간 생체시계의 지배를 받아요. 이 시계는 우리에게 언제 자고, 먹고, 생각하고, 다른 여러 가지 필요한 일을 하면 좋은지 충고해줘요. 이렇게 매일 내부에서 조정이 이루어지는 덕분에 우리는 역동적인 세상에서 최적의 기능을 선보이고, 지구의 24시간 자전에 의해 만들어지는 밤낮 주기의 요구에 맞추어 우리의 생물학을 미세 조정해요. 우리 몸이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재료가,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양으로, 올바른 시간에 있어야 해요. 수천 가지 유전자가 특정 순서에 켜지고 꺼져야 해요. 단백질, 효소, 지방, 탄수화물, 호르몬 등이 정확한 시간에 흡수, 분해, 대사, 생산되어야만 성장, 복제, 대사, 운동, 기억 형성, 조직 복구 등이 이루어져요. 이를 위해서는 하루 중 올바른 시간에 적당한 행동이 이루어지도록 준비되어 있어야 해요. 내부 시계가 이 모든 일을 제때 정확하게 조절해주지 않는다면 우리는 혼돈에 빠져들 거예요.

 

그렇다면 생체시계는 어디에 있을까요? 과학자들은 SCN(시각교차위핵)이라는 뇌 영역에서 찾았어요. SCN에는 약 5만 개 정도의 뉴런이 들어 있는데, 각각의 뉴런이 자체적으로 시계를 갖고 있어요. 일반적으로 이 뉴런들은 서로 이어져 있어요. 시계 유전자의 대략 24시간의 단백질 생산과 분해 주기의 분자 피드백 고리가 전기 신호나 호르몬 신호로 전환되어 나머지 신체에서 일주기 시계를 조정하는 작용을 해요. 시계 유전자에서 나타나는 작은 변화로 인해 '아침형, 저녁형, 중간형' 크로노타입으로 분류돼요.

 

일주기 리듬을 밤낮의 주기와 '동조화'해주는 가장 중요한 신호는 빛, 특히 새벽과 황혼의 빛이에요. 눈이 빛을 감지해서 생체시계를 조절하기에 눈을 상실하면 빛에 의한 생체시계 조절이 불가능하다고 해요. 저자는 망막 안에 있는 막대세포와 원뿔세초 외에 제3의 광수용체인 pRGC(감광망막신경절세포)를 발견했어요. 이 pRGC를 통해 빛이 감지되고 일주기 리듬이 조절된다고 해요.

 

SCRD(Sleep and circadian rhytym disruption 수면 및 일주기 리듬 교란), 즉 생체시계가 망가지면 어떻게 될까요? 감정, 인지, 생리학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커요. 엑슨발데스 유조선 사고,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폭발 사고 등은 실무자의 수면으로 인한 주의력 과실로 인해 발생했고, 미국에서는 매년 32만 8,000건의 졸음운전 사고가 발생하고 있고, 보건의료계에서는 의료과실로 해마다 환자 9만 8,000명이 사망한다고 추정된다고 해요. 이는 야간 교대근무, 장기간 근무, 시차증 등 일주기 리듬이 파괴되었기 때문이에요. 아무리 오랜 기간 야간 교대근무를 해도 일주기 리듬은 바뀌지 않고, 우리 몸은 여전히 낮 시간에 맞춰 동기화되어 있기에, 이들은 일주기 리듬과 수면 교란에 큰 영향을 받아요.

 

그렇다면 SCRD를 완화하기 위해 취할 수 있는 행동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자신에게 맞는 일상 루틴을 찾아서 고수하는 것이 가장 중요해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아침에 최대한 자연광을 받기, 낮잠은 20분 내외로 제한, 저녁 시간에 조명 줄이기, 일관된 수명/각정 일정, 밤에 조명을 어둡고 하고, 적절한 온도를 유지하고, 좋은 매트리스와 베개를 사용하는 등의 적절한 수면 환경 조성, 수면제 복용 최소화, 취침에 가까운 시간에는 카페인 같은 자극제 피하기 등이에요. 기업 차원에서는 졸음 감지 기술을 이용해서 운전자를 보호하거나 작업장 조명을 1000럭스 이상 충분히 밝게 유지하는 등의 노력을 해야 해요. 중요한 것은 사회적으로 우리 몸속 시계를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에요.

 

"일주기 리듬에서 중요한 것은 결국 시간의 양이 아니라 타이밍이다. 일주기 리듬은 행동을 조절해 최고의 효과를 만들어낸다. 우리 몸은 올바른 재료를, 올바른 장소에, 올바른 양으로, 올바른 시간에 필요로 한다, 생체시계는 이런 필요를 예상해 서로 다른 요구들을 충족해준다. 일주기를 현명하게 이용하는 사람은 더 오래, 더 행복하게 균형 잡힌 충만한 삶을 살게 될 것이다." (P. 434)

 

저자는 생체 시계의 효율을 높여주는 최적의 시간에 대해 여러 가지 팁을 제시(중요한 의사결정 시간, 운동하기 좋은 최적의 시간, 밥 먹는 시간, 약 먹는 시간 등)하면서 누구나 내 몸에 딱 맞는 시간과 리듬을 발견해 최적의 루틴을 설계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해요. 그리고 교육을 통해 일주기 리듬과 수면에 대한 사회적 태도를 변화시켜 자원 낭비를 막고, 건강도 개선하게 되길 바란다고 해요.

 

크로노타입 설문을 해봤는데, 저는 중간형이더라고요. 책에도 나와 있지만 생체시계는 사람마다 조금씩 달라요. 나이, 생활 환경 등이 다르기에 어쩔 수 없겠죠. 책을 통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시간을 발견하고 제대로 활용하면 지금보다 더 건강하고 즐겁게 생활할 수 있을 거예요.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생체시계에 맞지 않는 활동을 하지 않는 거겠죠. 밤새워 공부하거나 일하는 것이 개인의 건강을 해치는 것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큰 손실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해요. 저도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면 하루 종일 멍한 기분이 들면서 기분도 나빠지더라고요. 일주기 리듬을 현명하게 사용하지 못했던 지난날들이 떠올랐어요. 내 몸을 이겨내야 한다는 생각보다는 즐거운 동행을 할 수 있게 해야겠어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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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시우행 2023-12-01 1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도서 내용을 충실하게 알려주는 좋은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