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산책
김종완 지음 / 김영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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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공간 속에서 지내요. 공간마다 가지고 있는 다양한 특색을 마주하면서 저는 어떤 곳을 좋아하나 생각해 봤어요. 일단 마음이 편해지고 위로하는 느낌을 주는 곳을 좋아해요. 그곳에서 쉼이라는 선물을 받는 것 같거든요. 때론 새로운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생기를 되찾게 하는 곳, 그냥 와~~!! 하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는 공간도 좋아해요. 반면 뭔가 아쉬움이 남는 공간을 만날 때도 있는데, 디자이너는 아니지만 균형과 조화가 어긋난다고 생각하는 곳이 그런 것 같아요.


공간이 주는 힘을 믿고, 공간에 새로운 숨을 불어넣는 일을 하는 김종완 공간전략 디자이너. 2016년 자신의 이름을 내건 '종킴디자인스튜디오'를 설립해 독창적인 공간 아이덴티티 정립을 첫 번째 원칙으로 두고, 브랜드의 상업적 성공에 핵심을 둔 디자인을 추구해요. 이 책은 그동안 다양한 선택을 하며 시도하고 도전한 프로젝트들을 소개해요.


책을 쓰면서 지나간 프로젝트들을 살펴보기 위해 실무 작업용 서버에 들어가 폴더의 번호를 살펴보던 저자. 스튜디오 설립 후 7년이 됐는데, 234번째 프로젝트가 계약되어 있었다고 해요. 짧다면 짧은 기간 동안 적지 않은 프로젝트를 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프로젝트를 '진심'으로 대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미지의 세계에 있는 상상 속 인물의 행복을 기원하며 가치를 그려내는 직업'이라고 자기 일을 소개하는 저자는, 어린 나이에 스스로 미래를 정하고 계획을 짜 프랑스로 유학을 떠났고, 갖은 노력 끝에 가장 존경하는 스타 디자이너의 회사에 입사해 커리어를 쌓았어요. 하지만 귀국하는 순간, 오직 한 가지 목표만 생각해야 했다고 해요. 바로 '이 분야에서 되도록 빨리 입지를 다지자.' 이 목표 하나로 최선을 다해 달린 결과 공간을 그리는 디자이너였다가 누군가의 인생에 영향을 주는 길잡이가 되는 삶도 같이 살고 있어요. 새로운 직함이 느는 만큼 책임감도, 해야 할 공부도 늘어났지만 이를 계기로 본인 또한 성장하고 있다고 해요. 저자의 다음 목표는 분야의 한계를 없애고, 모든 분야의 경계를 없애는 것이라고 해요. 나아가 어떤 브랜드하고도, 어떤 사람하고도 잘 어울리는 협업을 잘하는 것이라고 해요.


"앞으로 디자이너는 시각적으로 아름다운 공간을 창조하는 일만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정확한 활용 방안을 제시하는 기획력과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담을 줄 아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P. 10)


📍 활명 : 고귀한 전통과 현대적 표현의 만남


동화약품에서 판매하는 활명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브랜드이자 일제강점기 때 비밀리에 독립군을 지원해왔다고 해요. '활명'은 동화약품의 프리미엄 뷰티 브랜드로 저자에게 플래그십 스토어 디자인 제안을 했어요. 활명의 코어를 '궁중 레시피'로 잡았어요. 장소는 건춘문을 마주 보고 있는 3층짜리 소형 건물로 결정했는데, 건물 옆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이 위치해 있어 예술 및 문화가 과거와 미래를 오가며 공존했고, 수많은 관광객이 한복을 입고 활보하는 활기찬 풍경이 펼쳐졌어요. 한국인의 시선에는 전통미를 살리되 고루하지 않고 현대적으로 풀어낸 느낌을 주어야 하고, 외국인의 눈에는 한국 고유의 전통이 물씬 묻어나면서 첨단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한국의 세련된 이미지를 충분히 드러내는, 균형을 찾으려고 했어요. 인터뷰, 브랜드 공부, 많은 논의 등을 거쳐 탄생한 공간. 공간 디자인이 빛을 발하는 순간은 그곳에 진열될 제품과 공간이 적절하게 조화를 이룰 때라고 해요. 클라이언트도 만족스러워하고 방문객들도 많은 관심을 보였지만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어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여 관광객의 방문이 끊긴 것이 아쉬움으로 남아있다고 해요.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문제가 생길 때도 많았다고 해요. 저자는 그때마다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면서 앞으로 나갈 수 있었다고 해요.

"문제가 생기면 해결하면 된다. 우리가 경계하는 건 문제가 생길 것이 두려워 아예 시도하지도 않고 디자인에 한계를 두는 행위다. 기성품은 안전하지만 한정적인 디자인이 나올 수밖에 없다. 어떤 분야든 서로 다른 것이 섞여 새로운 것이 창조될 때 유일한 가치를 가진다." (P. 53)


책 제목인 <공간 산책>처럼 저자가 작업한 공간 여러 곳을 산책하듯 책을 읽었어요. 디자인할 공간의 컨셉을 잡고 이견을 조율하고 일정에 맞추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그려졌어요. 책 곳곳에서 진심을 담아 사람을 대하고 일하는 모습이 느껴져서 개성있고 따스함이 담긴 공간이 탄생한 것이 아닐까 싶어요. 진심으로 작업했지만 잘되지 않아 문을 닫아 공간이 없어지거나 다른 곳으로 이사 갈 때면 슬픔을 느끼고, 모든 것이 산업 쓰레기가 된다는 사실에 힘들어하는 저자의 고충도 느껴졌어요. 어떤 일이든 기쁨과 함께 공허함도 찾아오게 마련인데, 독보적인 인물이 되기 위해 항상 흐름을 앞서가며 유연하게 사고하고 대화를 나누려고 하는 저자의 노력이 느껴졌어요. 앞으로 마주하는 공간마다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을지 궁금해할 것 같아요. 제가 있는 공간은 어떤 이야기와 색을 담을 수 있을지도 고민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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