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리기를 말할 때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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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순간, 달리는 사람이 눈에 많이 띄어요. 그들을 보고 있으면 가끔 저도 뛰고 싶다는 생각을 해요. 마음과 달리 몸은 잠깐 뛰어도 헉헉대지만요. 한때 저도 마라톤을 했어요. 15년 전쯤 들어간 직장 마라톤 동호회에서, 4년간 총 7번 10km 마라톤 대회에 참가했었거든요. 당시 달리기에 진심도 아니었고, 기록 단축에도 별 관심이 없었어요. 10km가 제 한계라 느꼈기에 하프, 풀 코스는 시도하지도 않았고요. 오랜 시간 잊고 지냈는데 이 책을 통해 다시 달리기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네요.

 

작가이자 러너로 잘 알려진 무라카미 하루키. 매일 4~5시간씩 글을 쓰는 루틴으로도 유명하죠. 매년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하는 그가 궁금했어요.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그의 소설 속에서는 만날 수 없는 그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달리기를 축으로 한 그의 문학과 인생의 회고록이라 할 수 있어요. 

 

'무라카미 하루키. 작가(그리고 러너). 1949~20**. 적어도 끝까지 걷지는 않았다'

만약 묘비명에 문구를 선택할 수 있다면 이렇게 써놓고 싶다는 저자. 이 짧은 문구에 그가 어떤 삶을 살고 있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 드러나는 것 같아요. 작가 못지않게 러너로서의 삶도 중요하다는 것,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꾸준히 끝까지 가겠다는 마음이요.

 

30살이었던, 1978년 4월 1일 오후 1시 반 전후, '소설을 써보자'라는 생각으로 작가의 길을 걷게 된 저자. 야구 구장에서 혼자 맥주를 마시면서 야구를 관전하고 있을 때, 맑게 갠 하늘과 이제 막 푸른빛을 띠기 시작한 새 잔디의 감촉과 배트의 경쾌한 소리를 들으면서였어요. 하늘에서 뭔가가 조용히 춤추듯 내려왔는데, 하루키는 그것을 확실히 받아들였다고 해요. 그런 확실한 감정을 느낀 적이 없기에 부럽기도 하고 신기했어요. 이전까지 작가가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었기에 제대로 된 만년필 한 자루 없었다는 그는, 서점에 들러 원고용지 한 뭉치와 1,000엔 정도의 세일러 만년필을 샀어요. 조촐한 자본 투자로 봄에 시작해서 가을에 완성된 작품이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예요. 첫 작품으로 신인상을 타면서 신진 소설가로 데뷔하게 된 하루키. 어쩌면 숨겨져 있던 재능이 그제야 드러났는지도 모르겠네요. 이전까지 카페를 운영하면서 글을 쓴 저자는 세 번째 소설 <양을 쫓는 모험>이 호평을 받고 나서야 전업 소설가가 되기로 마음먹어요. 

 

저자가 매일 달리게 된 것은 이 무렵이었어요. 긴 인생을 소설가로 살아갈 작정이었기에, 체력을 지키면서 체중을 적절히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택한 것이 언제 어디서나 혼자서도 할 수 있는 달리기였어요. 달리는 것이 '그다지 고통스럽지는 않다'고 느꼈기 때문에 20년 이상 계속 달릴 수 있었다는 저자는, 소설 쓰기의 많은 것을 매일 아침 길 위를 달리면서 배워왔다고 해요. 달리고 있을 때 어떤 생각을 하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저자는 이야기해요.

"강물을 생각하려 한다. 구름을 생각하려 한다. 그러나 본질적인 면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생각하고 있지 않다. 나는 소박하고 아담한 공백 속을, 정겨운 침묵 속을 그저 계속 달려가고 있다. 그 누가 뭐라고 해도, 그것은 여간 멋진 일이 아니다." (P. 45)

 

2007년 8월까지 울트라 마라톤과 철인 삼종 경기를 비롯해 풀 마라톤을 25회 완주한 저자. 100킬로를 11시간 42분에 골인한 울트라 마라톤 대회에서 저자는 자신은 기계니까 아무것도 느낄 필요 없이 앞으로 나아갈 뿐이라고 타일렀다고 해요. 주변에 걷는 사람이 많았지만, 저자는 아무리 달리는 스피드가 떨어졌다 해도 걸을 수는 없었다고 해요. 그것이 자신이 정한 규칙이라면서요. 규칙을 한 번이라도 깨트린다면 앞으로도 다시 규칙을 다시 깨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면서요. 마지막 단계에는 육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조차 머릿속에서 대부분 사라져 버렸다고 해요. '나는 나이면서, 내가 아니다.'라는 느낌이 들었다는 저자. 그런데 울트라 마라톤의 체험 후 정신적 허탈감을 느껴 러너스 블루를 경험했어요. '달리고 싶다'라는 의욕이 이전처럼 명확하게 보이지 않게 되었다고 해요. 그렇다고 마라톤을 그만둔 것은 아니지만요. 이전만큼의 기록도 나오지 않자, 흥미의 중심을 트라이애슬론에 대한 도전으로 옮겨 달리는 것과의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되었다는 저자. 그때부터 추운 시기에는 마라톤 레이스를 하고 여름철에는 트라이애슬론에 참가하는 것이 생활의 사이클이 되었다고 해요.

 

소설가, 러너로 꾸준히 자신을 증명하고 있는 하루키. 그는 어떤 직업이든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 못지않게 집중력과 지구력이라는 것을 강조하고 있어요. '계속하는 것-리듬을 단절하지 않는 것'이 장기적인 작업을 하는 데에는 중요하다고 이야기하거든요. 한계를 알면서도,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오래 자신의 능력과 활력을 유지해 가려 하는 하루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저는 어떤 것을 갖추고 있는지 생각해보게 되네요. 

 

무라카미 하루키는 저의 20대 시절을 함께한 작가 중 한 사람이에요. 작품 특유의 우울한 감성이 저를 둘러쌌는데, 그게 멋있고 좋아 보였어요. 무슨 내용인지 깊이도 제대로 모른 채요. 30대가 되면서 소설을 멀리하면서 하루키의 작품도 거의 읽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이 책을 읽으면서 그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되었어요. 자신만의 규칙을 정하고 그것을 지키려고 하는 사람, 자신이 납득할 수 있는 곳에 이르기 위해 꾸준히 하나씩 하나씩 쌓아가고 있는 사람. 저도 한때 10km지만 마라톤을 했는데 저자와는 참 다른 마음가짐으로 임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이왕 하는 것 제대로 즐기면서 해봤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더라고요. 이 아쉬움이 걷기부터 시작해 저를 다시 달리게 할 수도 있겠죠? 저도 하루키처럼 한 발 한 발 보폭에 의식을 집중하면서도, 멀리 풍경을 바라보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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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트로 기획자의 영감 노트 - 우리가 사랑한 1990년 광고 바이브
정상수 지음 / 포르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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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 광고. 대부분 중간쯤 보고 건너뛰는데, 가끔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광고를 만나요. 아이디어가 참신하거나 스토리가 궁금해서, 아니면 필요한 물품일 때 등이에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광고를 접할 때가 많은데 가끔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38년 차 광고 전문가인 저자는 1987년 광고 대행사 오리콤에서 TV 광고 PD와 감독으로 시작하여 한국 최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어요. 여러 유명 광고(모토로라, 코닥 필름, KFC, 네스카페 등) 캠페인을 성공시킨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 올림픽을 치렀던 1980년대 말부터 글로벌 광고 회사들과 협력하며, 때로 사워 가며 집행했던 광고 캠페인들을 소개해요. 그 작업 과정에서 거친 수많은 시행착오와 광고 선진국의 동료들로부터 배운 노하우를 담았어요. 현역 기획자들의 기획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영감은 어디에서 올까요? 알 수 없어요. 세상의 모든 기획자는 각자의 방식대로 영감을 얻는다고 해요. 하지만 훌륭한 기획을 위한 영감을 얻으려면 열심히 찾고, 열심히 궁리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만나게 된대요. 반응이 없으면 다시 찾으면 되고요.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또다시 찾고요.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지 말고, 날마다 그냥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준다고 해요.


1980년대 말, 한국의 광고를 해외에서 찍어 오는 일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해요. "늘 새로운 스타일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커피만은 변함없이 초이스죠." 광고를 뉴욕에서 촬영할 때, 제작을 총괄하게 된 저자. 사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한 후 (그 과정에서 광고주, 마케팅 디텍터들과 많이 다투고 야단맞으면서 배웠다고 해요) 진행된 해외 촬영은 다행히 순조로웠다고 해요. 해외 로케이션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요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사무실에서 영상을 만들 수 있고, 국내의 멋진 장소를 발견해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낼 수도 있을 거예요. 광고 기획에 성공하려면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유행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해요. 광고뿐 아니라 어떤 유형이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면 유행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그 반대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요.


매년 6월, 광고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칸 국제 광고제',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칸 라이언즈 국제 창의성 축제'가 열린다고 해요. 저자는 1991년 처음 참관하러 갔는데, 한국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자유분방한 광고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해요. 특히 그해 필름 부문 금사자 상을 수상한 페리에 생수 광고를 보면서 영상 광고를 영화처럼 만들 수 있구나!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고 해요. 30초 안에 뭘 더 집어넣으려는 것이 아닌, 한 가지 메시지(갈증 해소)를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는 영화식 스토리텔링과, 거기에 마지막에 반전을 설정해 보는 이를 몰입하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요. 광고에 스토리가 아닌 메시지만 꾹꾹 눌러 담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광고를 만들려면 '여유'를 가져야 해요. 소비자는 구체적인 제품의 사양이 아닌, 광고가 주는 인상을 기억할 뿐이에요.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죠.


기업의 광고 업무 대행, 홍보, 이미지 관리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담당하는 광고 대행사. 예전에는 4대 매체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광고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추세예요. 회사에 소속되어 회사가 하라면 뭐든지 만들었던, 24시간이 모자라게 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저자. 지금은 속도 때문에 회사에 소속된 기획자의 일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일하면 퀄리티가 좋을까요? 속도전을 멈출 수 없다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저자. 잠깐 숨을 돌리고 정리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난 경험을 누구에게나 있지 않냐고 해요. 모든 아이디어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이 생겨요.


어린이 제품 매출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 상품. 요즘은 키덜트 시장도 커져서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제품도 많죠. 그래서 광고 아이디어 회의 때, 제품 자체로 시원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 캐릭터를 한번 써보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없다고 캐릭터의 힘에 기대는 것은 슬기롭지 않아요.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해요. 캐릭터는 광고를 거들 뿐 캐릭터 때문에 지갑을 열게 할 수는 없어요. 광고는 제품 자체의 매력을 찾아 그걸 잘 소화하고 돋보이게 하면 돼요. 제품 외의 것들로 광고를 꾸미면 사은품이 덕지덕지 붙어 정작 원래 판매하려는 제품은 보이지 않는 광고가 되기 딱 좋으니까요.


데이비드 오길비는 "재미없는 아이디어는 깜깜한 밤에 지나가는 배와 같으니, 빅 아이디어를 내라."라고 조언했어요. 사람들은 심심한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아요. 재미있어야 듣고 봐요. 영화, 드라마에도 갈등이 없으면 보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말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잠시 멈춰 봐요. 그리고는 그대로 표현하지 말고 삐딱한 시선으로 한 번 다시 보자고 해요. 비틀어 보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요. 1986년 멕시코 올림픽 이전까지 높이뛰기 선수들은 대부분 다리를 옆으로 벌려서 뛰는 가위 뛰기나 바닥을 보며 뛰는 엎드려 뛰기의 자세를 취했어요. 그런데 딕 포스베리라는 무명 선수가 하늘을 보고 등으로 막대를 뛰어넘어서 2미터 38센티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워요. 포스베리는 '높이 뛰기만 하면 되지, 누가 꼭 땅을 보고 뛰래?'라는 삐딱한 생각을 했어요. 결국 포스베리는 높이 뛰기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 되었어요.


1세대 광고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알지 못했던 광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바쁜 세상에 광고를 끝까지 다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임팩트가 있어야 성공한 광고겠죠.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는 것보다는 강력한 콘셉트를 가장 간단하게 압축하는 '한 단어 콘셉트'를 기억하면 어떨까요? 이 광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누구든지 알 수 있게 말이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데 가끔은 삐딱하게 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겠죠?


광고 기획자의 인사이트가 궁금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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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학공부, 순서를 바꾸면 빨라집니다 - 평범한 내 아이를 위한 ‘지름길’ 수학공부법
민경우 지음 / 메리포핀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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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하는 순서를 바꿔서 무궁화호가 아닌 KTX에 올라타는 초4~중1까지의 지름길 수학 공부법에 대한 책. 이 시기가 내신에 방해받지 않고, 필요한 개념 학습에 집중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기 때문이라는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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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스 - 특별판
칼 세이건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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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테디셀러인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TV 교양 프로그램을 책으로 옮긴 이 책은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과학책이자 시대와 국경을 뛰어넘어 우주 탐험의 희망을 심어 준 교양서의 걸작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저도 15년 전쯤 교양인이 되고 싶어서 읽어 봤어요. 중간까지만 읽고 포기했지만요. 그게 마음속에 계속 걸렸었나 봐요. 언젠가 다시 읽어야지 생각만 하다 작년에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를 읽은 후 드디어 읽을 결심을 하게 됐어요. 물론 읽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긴 했어요. 그래도 방대한 분량의 책을 완독했어요. 체할까 봐 천천히 읽어서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네요. 읽기는 읽었는데 리뷰를 남기려니 눈앞이 캄캄했어요. 그래도 어설프나마 조금의 기록을 남겨보기로 했어요.


코스모스(Cosmos)는 우주의 질서와 조화를 뜻하는 그리스어로, 카오스(Chaos)에 대응되는 개념이에요.


"우리도 코스모스의 일부이다. 이것은 결코 시적 수사가 아니다. 인간과 우주는 가장 근본적인 의미에서 연결돼 있다. 인류는 코스모스에서 태어났으며 인류의 장차 운명도 코스모스와 깊게 관련돼 있다. 인류 진화의 역사에 있었던 대사건들뿐 아니라 아주 사소하고 하찮은 일들까지도 따지고 보면 하나같이 우리를 둘러싼 우주의 기원에 그 뿌리가 닿아 있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우주적 관점에서 본 인간의 본질과 만나게 될 것이다." (P. 22)


"우리는 과연 누구란 말인가?" 누구나 한 번쯤 해본 질문이죠. 이 질문에 접근하는 방식은 다 다를 거예요. 인문학자, 과학자, 신학자 등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야기하겠죠. 과학의 눈으로 바라보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요?


엄청난 양의 에너지와 물질을 폭발적으로 뿜어냈던 대폭발이 있은 뒤 영겁의 세월을 지내는 동안 코스모스에는 그 어떤 구조물도 없었어요. 이 텅 빈 공간을 수소 원자들만 주인 행세를 하며 떠돌아다녔어요. 그러다가 주위보다 밀도가 높은 지역들이 자라나기 시작하며 큰 기체 덩이들이 생겨났어요. 그 덩어리들 안에서 핵융합 반응이 시작되며 제1세대 별들이 태어났어요. 코스모스는 빛으로 넘쳐났고, 수소가 타고 남은 재에서 수소보다 무거운 원소들이 합성됐어요. 이렇게 만들어진 무거운 원소가 앞으로 태어날 행성과 생명의 기본 모체가 됐어요. 핵연료를 소진한 별들은 어마어마한 규모의 폭발을 일으키면서 그동안 합성해 놓은 원소들을 성간 공간에 되돌려줬어요. 이렇게 무거운 원소가 가미되면서 제2세대 별들이 태어났어요. 그중 돌과 철로 된 하나의 작은 세계가 원시 지구예요.


원시 지구는 얼었다 녹기를 계속하면서 내부에 갇혀 있던 여러 기체를 외부로 방출했고, 이렇게 해서 원시 대기와 최초의 바다가 지표와 그 인접 공간을 둘러쌌어요. 기존에 있던 원소와 분자들은 서로 들러붙어 더 복잡한 분자를 형성했고 복제도 하게 됐어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화학 반응들은 더욱 복잡해져 단세포 식물이, 이후에는 다세포 생물로도 진화하게 됐어요. 여러 동식물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한 작은 무리가 나무에서 땅으로 내려와 민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어요. 그들은 두 발로 똑바로 서고 연장을 사용하고 다른 동물, 식물, 불을 다스렸으며 언어를 궁리해 냈어요. 이후 빠른 속도로 인류는 글자를 발명하고 도시를 건설하고 예술과 과학을 발달시켰으며, 다른 행성과 별에 우주 탐사선을 보내기 시작했어요. 150억 년 우주의 역사 안에서 수소 원자가 이룩해 낸 놀라운 업적의 일부예요.


이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진 인간이 자신에게 가장 위험한 존재로 변하고 있어요. 기후 변화, 생태계 교란, 핵전쟁 위험, 전쟁 등 인간은 자기 파멸을 가져올 수 있는 수단들을 동원하여 지구의 연약한 환경을 더욱 교란시키고 있는 중이에요. 그것이 초래할 심각한 결과는 전혀 개의치 않고 말이에요.


우주에서 벌어졌던 진화의 단계를 차근차근 이해하면 거대한 '수소 산업'의 최종 산물로서 태어난 생물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한 존재임을 알게 돼요. 우주적 시각에서 볼 때 우리 하나하나는 모두 소중해요. 그러므로 나와 다른 생각을 가졌다고 해서 타인을 미워하거나 죽여서야 되겠어요? 절대로 안 돼요. 수천억 개나 되는 수많은 은하들 중에서도 우리와 똑같은 사람은 찾을 수 없기에 우리는 서로를 아껴줘야 해요. 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을 존중할 줄 아는 하나의 공동체로 바꿔야 해요. 그렇게 함으로써 지구 문명도 은하 문명의 어엿한 구성원이 될 수 있어요.


우주 어느 곳에는 생명체가 존재하지 않을까? 라는 상상, 해 본 적 있으신가요? 이 넓은 우주에 지구에만 생명체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조금은 우리를 외롭게 하는 것일까요? 외계인을 만들어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요. 그중 우리는 특히 화성에 관심이 많아요. 화성 이주계획을 추진하는 일론 머스크, 제프 베이조스의 화성 탐사 등을 봐도 그래요. 왜 그럴까요? 그것은 언뜻 보기에 화성이 지구와 매우 유사하기 때문이에요. 화성은 지구에서 그 표면을 관측할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성이에요. 얼음으로 뒤덮인 극관, 하늘에 떠다니는 흰 구름, 맹렬한 흙먼지의 광풍, 계절에 따라 변하는 붉은 지표면의 패턴, 심지어 하루가 24시간인 것까지 지구를 닮았어요. 이러니 화성 생명을 상상하고픈 유혹에서 벗어나기 어렵겠죠. 하지만 화성에서 생명의 징조라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외계 행성의 환경을 인간이 살기에 적합하도록 바꾸는 지구화를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이 될 것이라고 해요. 훨씬 기술이 진보된 미래에는 좀 더 앞당겨질 수도 있겠죠. 화성에 이주하는 것도 좋지만 지금 있는 지구를 더 사랑하며 아끼는 것은 어떨까요? 지구 같은 행성은 없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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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서이지만 많이 어렵지 않았고 인문학책인가 싶을 정도로 깊이 생각해야 하는 것들도 있었어요. 가끔 광대한 우주를 상상하고 그 속에 저를 그려봐요.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아주 아주 작은 존재더라고요. 이 작은 내가 왜 지구에 와서 이런 삶을 살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었어요. 생각해도 답이 나오지 않아 머리만 지끈거렸던 기억이 있는데, 그냥 이것 하나만 기억할까 해요. 나라는 존재는 수소 원자 하나에서 시작됐다는 것을요. 나뿐 아니라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수소 원자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을요. 조합의 결과가 달라서 결과물이 다른 것뿐이지 공통의 조상을 갖고 있다는 거잖아요. 똑같은 사람이 한 명도 없다는 사실에서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함을 느끼고, 같은 원자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에서는 모든 생명체를 존중해야 함을 깨닫게 되네요. 그리고 이 지구에 잠깐 스쳐 가는 손님으로 깨끗하게 사용하고 가야겠다는 것도요.


누구나 한 번쯤은 읽어보면 좋은 책이에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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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 -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
토마스 힐란드 에릭센 지음, 이영래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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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의미란 무엇일까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같은 사람이라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황에 따라 다르게 다가올 테고요. 학계에서 손꼽히는 세계적인 사회인류학자인 저자는 암 선고 이후에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얻었고 인류학 연구와 삶의 경험, 분야를 넘나드는 풍부한 지식을 모아 이 책을 썼어요. 삶의 마지막 여정에서 찾은 가슴 벅찬 7가지 깨달음(관계, 결핍, 꿈, 느린 시간, 순간, 균형, 실 끊기)에 대해 이야기해요.

 

138억 년 전, 빅뱅으로 우주가 탄생하면서부터 모든 것들은 관계 속에서만 존재할 수 있게 되었어요. 주변을 조금만 둘러보면 보이지 않는 여러 실이 나와 연결되어 있음을 느껴요. 가는 실, 굵은 실, 꼬인 실, 끊어진 실 등 다양한 모양으로요. 이 실들이 모여 거대한 태피스트리를 만들고 그 관계망 안에서 우리는 조화를 이루면서 각자의 소리를 낼 수 있는 거겠죠. 그렇기에 온전한 인간으로 성장하려면 권리와 의무가 가득 찬 친밀한 관계가 필요해요. 좋든 나쁘든 타인과 연결하는 실은 중요해요. 그 실이 보이지 않는 순간 인간은 완벽한 혼자가 되니까요. 하지만 내게 상처를 주는 실은 끊어버리는 것이 나을 거예요. 그 자리에 결핍이 생길 테지만, 그래야 새로운 실이 연결될 수 있을 테니까요.

 

인류에게 결핍은 언제나 존재했어요. 인류는 결핍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했고요. 심각한 물질적 결핍에서 많이 벗어났지만, 지금은 다른 형태의 정서적 결핍이 우리 삶을 방해하고 있어요. 타인의 관심과 시간, 외부 세계와 연결하는 믿을 수 있는 실, 그 실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것, 나 자신을 알게 되는 느린 시간이 그것이에요. 갈증을 모르는 사람은 물의 가치를 모르듯, 결핍을 아는 사람만이 기대감을 갖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어요. 평탄한 삶을 바라지만 역경 없이는 성취도 크지 않을 거예요. 평지를 걷는 것이 좋아도 가끔은 오르막길을 가야 해요. 편한 내리막길을 가려면 힘든 오르막길이 필요해요. 위기를 통해 보풀은 날려 보내고 중요한 것은 남기게 돼요. 다만 여과기는 정기적으로 청소하지 않으면 막히고 위기가 준 가르침을 잊기에 주의해야 해요. 

 

어떤 꿈을 꾸고 있나요? 우리는 자면서 꿈을 꾸고, 내 삶의 희망을 품기 위해서도 꿈꿔요. 꿈은 상상력에 날개를 달아주고 다른 삶, 다른 세계가 가능하다는 것을 상기시켜요. 꿈은 사적이고 보이지 않기에 아무도 우리 꿈을 빼앗을 수 없어요. 꿈속 세상에서는 모두가 평등해요. 아무도 우리의 꿈을 빼앗을 수 없어요. 꿈의 가능성은 삶을 견디게 해주죠. 많은 꿈이 실현될 수 없고 실현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죠. 

 

참나무는 자라는 데 200년, 사는 데 200년, 죽는 데 200년이 걸린다고 해요. 그만큼 나무의 삶은 느려요. 사람도 시간을 들여야만 자신을 알 수 있고 창의적으로 변할 수 있어요. 세상을 계속 움직이게 하는 것은 느리고 반복적인 요소인데, 현대 사회는 불안하고 독창적이며 변화무쌍한 것에 중독되어 있어요. 느림은 규칙적으로 사용하지 않으면 시들어버리는 삶의 근육이에요. 느긋한 산책을 하면서 느림을 실천해 보는 건 어떨까요? 이어폰과 잡담 없이 고요에 둘러싸여 천천히 산책하면 비로소 자신과의 시간을 가지고 상상력을 발휘해 나와 연결된 실을 보고 느낄 수 있어요. 그렇기에 느림은 세상이 정신없이 숨 가쁘게 돌아갈 때 균형을 잡기 위해 필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어요.

 

사는 데 항상 느린 시간만 필요한 것은 아니에요. 때로는 순간으로 충분할 수 있어요. 아무리 짧은 순간도 충분히 의미 있을 수 있고 이를 통해 삶에 만족할 수 있어요. 매일의 삶에서는 작지만 놀라운 일이 항상 일어나요. 사랑하는 사람과 마주 앉아 맛있는 음식을 먹는 순간, 사랑하는 아이의 웃음을 바라보는 순간, 고요한 가운데 혼자 책을 읽는 순간 등이요.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산다고 하면서 먼 미래의 모습만을 바라보고 살아가려 하기에 '지금 여기, 현재'의 중요성이 대두되었을 거예요. 하지만 순간이 매일의 삶에 소금과 양념을 주는 것은 맞지만, 실체와 방향을 말해주는 것은 '긴 지금'과 '큰 여기'라는 사실도 잊지 말아야겠죠.

 

균형 없이는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없어요. 균형은 삶의 거의 모든 부분에 필요해요. 인류의 모든 프로젝트는 안전과 자유, 개인의 독립성과 집단의 소속감, 과거에 뿌리를 두는 것과 미래에 대한 개방성 사이에서 완벽한 균형을 찾는 것들이에요. 줄타기 곡예사가 넘어지지 않기 위해 매초 손에 쥔 장대를 조정해야 하는 것처럼, 균형에는 유연성이 필요해요. 세상이라는 바다에서 내 페이스대로 헤엄칠 수 있으려면 균형의 기술을 갖춰야 해요. 그러기 위해서는 내 삶을 한 번씩 점검해 볼 필요가 있겠죠. 괜찮은 인간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지, 쭉정이가 내 시야를 가리고 있지는 않는지 필터를 정기적으로 청소하면서 말이에요.

 

인간은 언젠가는 죽어요. 살아있을 때는 실을 연결하는 것이 중요했다면, 죽음에 이르렀을 때는 실을 잘 끊는 것도 중요해요. 좋은 죽음에는 준비가 필요해요. 자신의 삶을 포함하여 모든 것의 덧없음을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고, 죽음의 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해야 해요. 존재하는 모든 것의 공통된 목표는 조화와 균형을 경험하고 대합창단 속에서 작지만 분명한 목소리를 내는 것이에요. 그렇기에 우리는 지금의 시간을 놓쳐서는 안 되며, 할 수 있을 때 최선을 다해야 해요. 하지만 내려놓을 수 있어야만 삶을 끝낼 수도 있고 목표를 이룰 수도 있어요. 인생은 의미로 가득 차 있지만 모든 것에는 때가 있어요. 작별을 고하고 그동안 쌓아온 실이 성장하고 번성하도록 놓아주어야 하는 시간이 있어야지만 원이 완성될 수 있어요.

 

죽음에 가까이 갔던 사람의 인생이 바뀐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이전과는 다르게 인생을 바라보게 된다고 하더라고요. 저는 아직은 죽음이 두렵기에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의 삶을 성찰하고 앞으로의 방향을 정하려고 해요. 사람마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이 다르기에 인생의 의미를 채울 단어도 다를 거예요. 저는 거창한 것보다는 지금은 주어진 삶에 즐거움을 느끼며 살고 싶어요. 이게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거든요. 제가 꾸고 있는 꿈에 다가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 점검해 보게 되네요. 빨리 변해가는 세상에서 모든 걸 꺼놓고 느리게 생각하고 움직이면 또 다른 의미를 찾게 될까요? 지금 여기, 현재를 살면서 크게, 길게 바라보는 균형도 갖춰야 할 것 같아요. 마지막에 나는 어떻게 실을 끊을 것인가에 대한 답도 조금씩 찾아가면서요. 감사합니다.

 

인생의 의미를 찾고 싶은 분, 나 자신과 대화하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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