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트로 기획자의 영감 노트 - 우리가 사랑한 1990년 광고 바이브
정상수 지음 / 포르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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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하지 않아도 보게 되는 광고. 대부분 중간쯤 보고 건너뛰는데, 가끔 궁금해서 끝까지 보게 되는 광고를 만나요. 아이디어가 참신하거나 스토리가 궁금해서, 아니면 필요한 물품일 때 등이에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만 광고를 접할 때가 많은데 가끔은 광고를 만드는 사람은 어떻게 아이디어를 얻는지 궁금할 때가 있어요.


38년 차 광고 전문가인 저자는 1987년 광고 대행사 오리콤에서 TV 광고 PD와 감독으로 시작하여 한국 최초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가 되었어요. 여러 유명 광고(모토로라, 코닥 필름, KFC, 네스카페 등) 캠페인을 성공시킨 저자는 이 책에서 서울 올림픽을 치렀던 1980년대 말부터 글로벌 광고 회사들과 협력하며, 때로 사워 가며 집행했던 광고 캠페인들을 소개해요. 그 작업 과정에서 거친 수많은 시행착오와 광고 선진국의 동료들로부터 배운 노하우를 담았어요. 현역 기획자들의 기획 작업에 도움이 될 만한 몇 가지 이야기도 담겨 있어요.


영감은 어디에서 올까요? 알 수 없어요. 세상의 모든 기획자는 각자의 방식대로 영감을 얻는다고 해요. 하지만 훌륭한 기획을 위한 영감을 얻으려면 열심히 찾고, 열심히 궁리하는 길밖에 없어요. 그러다 보면 만나게 된대요. 반응이 없으면 다시 찾으면 되고요. 그래도 반응이 없으면 또다시 찾고요. 대단하다는 이야기를 들으려 애쓰지 말고, 날마다 그냥 더 좋은 아이디어를 찾다 보면 누군가는 알아준다고 해요.


1980년대 말, 한국의 광고를 해외에서 찍어 오는 일은 낯설고 신기한 경험이었다고 해요. "늘 새로운 스타일을 찾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지만 커피만은 변함없이 초이스죠." 광고를 뉴욕에서 촬영할 때, 제작을 총괄하게 된 저자. 사전에 필요한 모든 것을 준비한 후 (그 과정에서 광고주, 마케팅 디텍터들과 많이 다투고 야단맞으면서 배웠다고 해요) 진행된 해외 촬영은 다행히 순조로웠다고 해요. 해외 로케이션이 더 이상 신기한 일이 아닌 요즘. 인공지능 프로그램이 등장해서 사무실에서 영상을 만들 수 있고, 국내의 멋진 장소를 발견해 소비자의 호응을 끌어낼 수도 있을 거예요. 광고 기획에 성공하려면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유행에 사로잡히지 않아야 해요. 광고뿐 아니라 어떤 유형이든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고 있다면 유행을 누구보다 빨리 파악하고, 그 반대로 아이디어를 내라고 해요.


매년 6월, 광고계의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칸 국제 광고제', 지금은 이름이 바뀌어 '칸 라이언즈 국제 창의성 축제'가 열린다고 해요. 저자는 1991년 처음 참관하러 갔는데, 한국에서는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자유분방한 광고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고 해요. 특히 그해 필름 부문 금사자 상을 수상한 페리에 생수 광고를 보면서 영상 광고를 영화처럼 만들 수 있구나! 엄청난 충격을 느꼈다고 해요. 30초 안에 뭘 더 집어넣으려는 것이 아닌, 한 가지 메시지(갈증 해소)를 끝까지 강하게 밀어붙이는 영화식 스토리텔링과, 거기에 마지막에 반전을 설정해 보는 이를 몰입하게 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해요. 광고에 스토리가 아닌 메시지만 꾹꾹 눌러 담으면 성공하기 어렵다고 해요.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는 광고를 만들려면 '여유'를 가져야 해요. 소비자는 구체적인 제품의 사양이 아닌, 광고가 주는 인상을 기억할 뿐이에요. 스토리가 필요한 이유죠.


기업의 광고 업무 대행, 홍보, 이미지 관리 등 모든 분야를 아울러 담당하는 광고 대행사. 예전에는 4대 매체 중심으로 광고를 집행했다면 지금은 디지털 광고의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추세예요. 회사에 소속되어 회사가 하라면 뭐든지 만들었던, 24시간이 모자라게 일만 했던 시절이 있었다는 저자. 지금은 속도 때문에 회사에 소속된 기획자의 일이 더욱 많아지고 있다고 해요. 그런데 그렇게 일하면 퀄리티가 좋을까요? 속도전을 멈출 수 없다면 속도를 늦출 필요가 있다는 저자. 잠깐 숨을 돌리고 정리했을 때 더 좋은 아이디어를 만난 경험을 누구에게나 있지 않냐고 해요. 모든 아이디어는 한 번 더 생각하고 시간을 들이면 그만큼 좋아질 가능성이 생겨요.


어린이 제품 매출 상승에 큰 비중을 차지하는 캐릭터 상품. 요즘은 키덜트 시장도 커져서 유명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한 제품도 많죠. 그래서 광고 아이디어 회의 때, 제품 자체로 시원치 않다는 생각이 들면 캐릭터를 한번 써보자는 이야기를 한다고 해요. 하지만 아이디어가 없다고 캐릭터의 힘에 기대는 것은 슬기롭지 않아요. 소비자는 좋은 품질의 제품이나 서비스를 원해요. 캐릭터는 광고를 거들 뿐 캐릭터 때문에 지갑을 열게 할 수는 없어요. 광고는 제품 자체의 매력을 찾아 그걸 잘 소화하고 돋보이게 하면 돼요. 제품 외의 것들로 광고를 꾸미면 사은품이 덕지덕지 붙어 정작 원래 판매하려는 제품은 보이지 않는 광고가 되기 딱 좋으니까요.


데이비드 오길비는 "재미없는 아이디어는 깜깜한 밤에 지나가는 배와 같으니, 빅 아이디어를 내라."라고 조언했어요. 사람들은 심심한 이야기에 반응하지 않아요. 재미있어야 듣고 봐요. 영화, 드라마에도 갈등이 없으면 보지 않아요. 그래서 뭔가 말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잠시 멈춰 봐요. 그리고는 그대로 표현하지 말고 삐딱한 시선으로 한 번 다시 보자고 해요. 비틀어 보다 보면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테니까요. 1986년 멕시코 올림픽 이전까지 높이뛰기 선수들은 대부분 다리를 옆으로 벌려서 뛰는 가위 뛰기나 바닥을 보며 뛰는 엎드려 뛰기의 자세를 취했어요. 그런데 딕 포스베리라는 무명 선수가 하늘을 보고 등으로 막대를 뛰어넘어서 2미터 38센티라는 세계 신기록을 세워요. 포스베리는 '높이 뛰기만 하면 되지, 누가 꼭 땅을 보고 뛰래?'라는 삐딱한 생각을 했어요. 결국 포스베리는 높이 뛰기의 역사를 새로 쓴 인물이 되었어요.


1세대 광고 기획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잘 알지 못했던 광고에 대해 많이 알게 되었어요. 바쁜 세상에 광고를 끝까지 다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임팩트가 있어야 성공한 광고겠죠. 여러 가지 메시지를 담는 것보다는 강력한 콘셉트를 가장 간단하게 압축하는 '한 단어 콘셉트'를 기억하면 어떨까요? 이 광고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부분이 무엇인지 누구든지 알 수 있게 말이죠. 세상을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하는데 가끔은 삐딱하게 볼 필요도 있는 것 같아요. 그러면 조금은 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겠죠?


광고 기획자의 인사이트가 궁금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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