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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 ㅣ DEEP & BASIC 시리즈 9
얀 잘라시에비치 지음, 김정은 옮김 / 김영사 / 2023년 7월
평점 :
가끔 과학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최근 유시민 저자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을 읽은 후여서 더 그랬는지 몰라요. 지질학 하면 땅이나 암석 등의 연도를 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전에서 찾아본 지질학의 범위는 넓더라고요. '지질학 : 지구와 그 주위의 지구형 행성을 연구하는 학문. 지구의 구성 물질, 형성 과정, 과거에 살았던 생물 따위를 연구한다. 암석학, 광물학, 구조 지질학, 층서학, 퇴적학, 고생물학, 광상학, 지구 화학, 지구 물리학 따위가 이에 속한다.‘
영국의 지질학자이자 작가인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이 책에서 지질학이라는 분야를 간결하고 흥미롭게 소개해요.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인류세까지, 화석 연구부터 다른 행성의 지질 탐사까지, 깊은 시간의 땅속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은 지질학이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요. 2, 3장은 현대 지질학의 역사적인 토대에 대해 이야기해요. 4장과 5장은 지구 내부와 표면의 지질학(마그마, 암석, 지진파, 자기장, 산맥 등)을 살펴봐요. 6장은 지질학적 증거를 찾기 위한 탐험인 야외 지질 조사를 다뤄요. 7장은 자원 개발과 개발을 위한 지질학을 살펴보는데, 특히 암석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 필수 영양소인 인산염이 흥미로워요. 8장은 사회와 환경을 위한 지질학으로, 지구가 만들어내는 위험인 화산, 지진, 쓰나미뿐 아니라 탄소 배출, 폐기물 문제 등 인간이 만든 위험에 대해서도 다뤄요. 9장은 46억 년 지구의 시간이 지질연대표 순서대로 다뤄요.
지질학은 지구 전체와 46억 년의 역사, 그리고 그 엄청난 기간에 걸쳐 우리 행성에서 형성된 모든 것을 조사하는 학문으로,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과학이며, 인문학과 예술과도 연관이 있어요. 지질학자들은 가장 이국적인 장소든 평범한 장소든 가리지 않고 야외 조사를 할 수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의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지질학 연구의 중심에 수평적 사고와 즉흥적인 방식이 있다는 점 등으로 지질학을 사랑해요.
고대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에서 생각했던 지구의 모습부터 '지질학'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쓴 울리세 알드로반, 증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과학적인 지질 역사서를 쓴 뷔퐁,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동일과정설'을 생각한 라이엘, 1990년 지각과 맨틀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모호로비치,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 지진파의 전달 방식에 대한 분석을 통한 지구 깊은 곳 탐구, 판구조론으로 산맥 유형, 화산과 지질 활동 유형 설명, 심해시추프로젝트 통해 지구의 기후 역사 등에 관해 알 수 있어요.
지질조사소와 지질학회가 설립되면서 지질학적 증거를 모으기도 하고, 지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했어요. 현재의 지질연대표는 암석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금도 발전하고 있어요.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방사성 연대측정법이 있는데, 이는 다양한 방사성 원소와 그 붕괴 산물을 이용하는 것이에요.
지층의 연대가 다르면 화석도 다르다는 것에 기반한 생물층서학, 끊어지고 찌부러진 암석과 지층을 조사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지질 구조가 되었는지 연구하는 구조지질학, 지하수의 흐름과 주변 지질과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수리지질학, 산업에 활용되는 광물을 연구하는 산업광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질학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지질학의 산물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집, 회사 등 건물 등에 사용되는 모래, 자갈, 암석, 철 등 금속,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지질학적 재료는 우리 삶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어 현대 생활을 가능하게 해요. 또한 지질학 연구에는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지구에 미칠 놀라운 영향에 대한 단서가 숨어 있기도 해요.
"어떤 우주적 기준으로 봐도, 지구는 매우 매끄럽게 작동하는 다목적 기계 장치다. 지구라는 기계 장치의 특징은 판구조 운동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각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대양이 갈라지면서 백열의 마그마가 지구 표면으로 방출된다. 그 사이 두께 약 200킬로미터의 지각판은 비슷한 두께의 다른 지각판을 밀치면서 수천 킬로미터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지구 깊숙이 들어간다. 직감적으로는, 이렇게 대대적인 재형성 작용이 영원히 계속되는 행성은 완전히 불확실하고 위험한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기계 장치는 대체로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수십억 년 동안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우리 지구 표면에서는 그동안 온갖 생명체들이 계속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P. 159~160)
그러나 이런 매끄러운 작동에도 한 번씩 덜컥거리는 순간이 있고, 그럴 때 지진이나 화산 분출 같은 위험이 생겨요. 그리고 이런 위험은 지질학적 연구 조사를 통해 사정될 수 있어요. 지구가 만들어내는 이런 위험한 현상에 더하여, 인간에게 책임있는 다른 위험(탄소 방출, 폐기물 등)도 있어요. 인간은 수가 많고 강하며, 스스로 지질학적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위험 중에서 화학적 오염과 기후 변화 같은 것들은 감시도 필요해요. 그래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변화를 최소화하거나 그 위험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변화(인류세)는 지구를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으로 내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행성은 그 역사에서 중요한 새 단계로 들어설 준비가 된 것 같다.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아득한 과거를 계속 헤아릴 것이고, 우리 행성이 어떻게 현재 상태로 진화했는지 탐구할 것이다. 현재는 종종 과거를 이해하는 실마리처럼 여겨져왔지만, 지구의 깊은 지질학적 과거에 대한 지식은 미래에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P. 204~205)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도 지질학이라고 하면 암석 표본들이 떠오르고 이것들이 언제 형성된 것인지 알아내는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 지질학이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임을 알았어요. 성능 좋은 타임머신을 타고 4억 6000년 전부터 현재, 심지어 미래까지 여행할 수 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엄청난 기간 동안 우리 행성에 형성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 과거의 것만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주리라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광범위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집을 구성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밖에 나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아직은 지질학에 대해 많이 모르기 때문에 저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질학에 관해 필요한 것만 압축적으로 담은 책으로,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