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 분노는 내려놓고 사랑을 취하라
박주정 지음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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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권 침해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선생님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인데, 그것을 망각한 채 이기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 자기 주변만 생각하느라 타인의 인권은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씁쓸했어요. 언제부터 학교가 서로에게 성장의 기쁨을 주는 장소가 아니라 상처를 주는 장이 되어버렸을까 안타깝기도 했고요. 이런 현실 앞에서 법을 개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모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책은 이런 어수선한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어요. 1962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2년 교직에 첫발을 내딛고, 이듬해 학교부적응 학생 여덟 명과 함께 살기 시작해요. 이후 공동학습장을 만들어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져진 교육철학을 제도와 정책으로 현실화했어요. 금란교실, 용연학교, 돈보스코학교, 광주학생해양수련원, 국내 유일 24시간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 광주학생마음보듬센터 개소 등 힘든 아이들을 살피는 마음의 끈을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어요.


"나의 교육은 가르침이 아니라 동행이었다.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였다."(P. 6)

박주정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 문장이에요. 잘하는 아이들보다 항상 못하는 쪽, 힘든 쪽의 아이들 곁에 섰어요. 침침한 교실에서, 벌판이나 강가에서, 경찰서나 재판정에서 늘 아픈 아이와 함께했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부모와 휘청거리는 조부모와 함께 있었어요. 교단 현장을 떠나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도 제도적으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개발에 동분서주했어요. 선후배 교육자들과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해요.


초등학교 , 이유 없이 담임 선생님께 폭행당한 저자. 저자의 아버지는 선생님을 찾으러 갔다 마음속 화를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해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교사에 대한 원망이 오랜 세월 저자를 짓눌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직접 만나 사과를 받으면서 용서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가세가 기울어 여러 고생을 하면서도 배움에 관한 열망은 놓치지 않았던 저자. 교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학교 환경에 실망하고 사직서를 내요. 하지만 1년 후 다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서 사직서를 냈던 그 학교로 가게 돼요. 어느 여름날, 세 가족이 함께 사는 10평 남짓한 아파트에 여덟 명의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그들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돼요학교부적응 학생들이 그들 가족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려요.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의 항해사처럼 그들에게 항로를 안내하고 인생의 빛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저자의 책무라는 것을 깨달아요.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나처럼 굶지 않게 하리라. 비바람을 피할 따뜻한 방을 주리라.'라는 마음으로요.


"나는 아이들을 늘 바라본다. 대들고, 악쓰고, 욕하는 모습.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손가락질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고민 없는 시각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어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야 어른이다." (P. 104~105)


저자의 이 말에 한참 부끄러웠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저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거든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게 했어요.


저자는 사람이 대상인 교육행정은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해요. 그렇기에 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해보라고 '적극행정'을 권장해야 한다고 해요. 조금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학생과 한몸으로 나뒹구는 그런 적극행정을 펼쳤고 지금도 펼치고 있는 저자에요.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박주정 선생님의 어린 시절 사연에 울고,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같이 생활하면서 좋은 어른이 되려고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에 울고,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 학생은 많고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선생님이 우울증에 걸린 사연에 울고, 누군가의 관심 하나로 변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며 울었어요. 자연스레 학창시절도 생각났는데, 저는 소위 노는 친구들이 무서워서 그들을 피하기만 했었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두려워했던 어린 마음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을 텐데, 그 사람이 어떤 삶을 견뎌왔는지 알지 못한 채 지금 모습을 보며 제멋대로 판단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학교였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모두 즐거운 장소가 학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 교육청, 교육부 등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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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질학 -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 DEEP & BASIC 시리즈 9
얀 잘라시에비치 지음, 김정은 옮김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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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과학책을 읽고 싶을 때가 있어요. 최근 유시민 저자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책을 읽은 후여서 더 그랬는지 몰라요. 지질학 하면 땅이나 암석 등의 연도를 재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알아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사전에서 찾아본 지질학의 범위는 넓더라고요. '지질학 : 지구와 그 주위의 지구형 행성을 연구하는 학문. 지구의 구성 물질, 형성 과정, 과거에 살았던 생물 따위를 연구한다. 암석학, 광물학, 구조 지질학, 층서학, 퇴적학, 고생물학, 광상학, 지구 화학, 지구 물리학 따위가 이에 속한다.‘


영국의 지질학자이자 작가인 얀 잘라시에비치 교수는 이 책에서 지질학이라는 분야를 간결하고 흥미롭게 소개해요. 46억 년 지구의 시간을 여행하는 타임머신을 타고 선캄브리아시대부터 인류세까지, 화석 연구부터 다른 행성의 지질 탐사까지, 깊은 시간의 땅속 세계로 여행을 떠날 수 있어요.


책은 총 9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장은 지질학이란 무엇인지 간략하게 설명해요. 2, 3장은 현대 지질학의 역사적인 토대에 대해 이야기해요. 4장과 5장은 지구 내부와 표면의 지질학(마그마, 암석, 지진파, 자기장, 산맥 등)을 살펴봐요. 6장은 지질학적 증거를 찾기 위한 탐험인 야외 지질 조사를 다뤄요. 7장은 자원 개발과 개발을 위한 지질학을 살펴보는데, 특히 암석에서 얻을 수밖에 없는 필수 영양소인 인산염이 흥미로워요. 8장은 사회와 환경을 위한 지질학으로, 지구가 만들어내는 위험인 화산, 지진, 쓰나미뿐 아니라 탄소 배출, 폐기물 문제 등 인간이 만든 위험에 대해서도 다뤄요. 9장은 46억 년 지구의 시간이 지질연대표 순서대로 다뤄요.


지질학은 지구 전체와 46억 년의 역사, 그리고 그 엄청난 기간에 걸쳐 우리 행성에서 형성된 모든 것을 조사하는 학문으로,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과학이며, 인문학과 예술과도 연관이 있어요. 지질학자들은 가장 이국적인 장소든 평범한 장소든 가리지 않고 야외 조사를 할 수 있고, 멀지 않은 곳에서 발견의 감각을 느낄 수 있으며, 지질학 연구의 중심에 수평적 사고와 즉흥적인 방식이 있다는 점 등으로 지질학을 사랑해요.


고대 그리스, 로마, 인도, 중국 등에서 생각했던 지구의 모습부터 '지질학'이라는 단어를 최초로 쓴 울리세 알드로반, 증거를 기반으로 한 최초의 과학적인 지질 역사서를 쓴 뷔퐁, 현재는 과거의 열쇠라는 '동일과정설'을 생각한 라이엘, 1990년 지각과 맨틀 사이에 뚜렷한 경계가 있다는 것을 발견한 모호로비치, 베게너의 대륙 이동설, 지진파의 전달 방식에 대한 분석을 통한 지구 깊은 곳 탐구, 판구조론으로 산맥 유형, 화산과 지질 활동 유형 설명, 심해시추프로젝트 통해 지구의 기후 역사 등에 관해 알 수 있어요.


지질조사소와 지질학회가 설립되면서 지질학적 증거를 모으기도 하고, 지구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놓고 토론을 벌이기도했어요. 현재의 지질연대표는 암석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지금도 발전하고 있어요. 지구의 나이를 측정하는 방법으로 방사성 연대측정법이 있는데, 이는 다양한 방사성 원소와 그 붕괴 산물을 이용하는 것이에요.


지층의 연대가 다르면 화석도 다르다는 것에 기반한 생물층서학, 끊어지고 찌부러진 암석과 지층을 조사하여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의 지질 구조가 되었는지 연구하는 구조지질학, 지하수의 흐름과 주변 지질과의 상호작용을 다루는 수리지질학, 산업에 활용되는 광물을 연구하는 산업광물학 등 다양한 분야의 지질학을 만날 수 있어요.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지질학의 산물에 둘러싸여 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예요. 집, 회사 등 건물 등에 사용되는 모래, 자갈, 암석, 철 등 금속,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 지질학적 재료는 우리 삶에 완전히 스며들어 있어 현대 생활을 가능하게 해요. 또한 지질학 연구에는 앞으로 우리 인류가 지구에 미칠 놀라운 영향에 대한 단서가 숨어 있기도 해요.


"어떤 우주적 기준으로 봐도, 지구는 매우 매끄럽게 작동하는 다목적 기계 장치다. 지구라는 기계 장치의 특징은 판구조 운동의 끊임없는 작용으로 나타난다. 이 과정에서 대단히 중요한 지각의 재배열이 일어나고, 대양이 갈라지면서 백열의 마그마가 지구 표면으로 방출된다. 그 사이 두께 약 200킬로미터의 지각판은 비슷한 두께의 다른 지각판을 밀치면서 수천 킬로미터를 미끄러져 내려가면서 지구 깊숙이 들어간다. 직감적으로는, 이렇게 대대적인 재형성 작용이 영원히 계속되는 행성은 완전히 불확실하고 위험한 장소일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이 기계 장치는 대체로 조용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수십억 년 동안 그렇게 해왔고, 그래서 우리 지구 표면에서는 그동안 온갖 생명체들이 계속 삶을 이어나갈 수 있었다." (P. 159~160)


그러나 이런 매끄러운 작동에도 한 번씩 덜컥거리는 순간이 있고, 그럴 때 지진이나 화산 분출 같은 위험이 생겨요. 그리고 이런 위험은 지질학적 연구 조사를 통해 사정될 수 있어요. 지구가 만들어내는 이런 위험한 현상에 더하여, 인간에게 책임있는 다른 위험(탄소 방출, 폐기물 등)도 있어요. 인간은 수가 많고 강하며, 스스로 지질학적 힘이 되고 있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만들어내는 위험 중에서 화학적 오염과 기후 변화 같은 것들은 감시도 필요해요. 그래야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변화를 최소화하거나 그 위험에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미래에 무엇이 있을지는 모르지만, 이런 변화(인류세)는 지구를 지질학적으로 중요한 전환점으로 내몰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우리 행성은 그 역사에서 중요한 새 단계로 들어설 준비가 된 것 같다. 지질학자들은 지구의 아득한 과거를 계속 헤아릴 것이고, 우리 행성이 어떻게 현재 상태로 진화했는지 탐구할 것이다. 현재는 종종 과거를 이해하는 실마리처럼 여겨져왔지만, 지구의 깊은 지질학적 과거에 대한 지식은 미래에 나아갈 방향에 대한 확실한 길잡이가 되어줄 것이다." (P. 204~205)


저자가 책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저도 지질학이라고 하면 암석 표본들이 떠오르고 이것들이 언제 형성된 것인지 알아내는 학문이라고만 생각했어요. 그런데 책을 통해 지질학이 화학, 물리학, 생물학, 지리학, 해양학 등 다른 과학을 모두 아우르는 학문임을 알았어요. 성능 좋은 타임머신을 타고 4억 6000년 전부터 현재, 심지어 미래까지 여행할 수 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그 엄청난 기간 동안 우리 행성에 형성된 모든 것을 연구하는 학문. 과거의 것만 연구하는 학문이라고 생각했는데, 과거를 통해 현재를 알고 미래의 길잡이가 되어주리라는 것이 우리가 역사를 배우는 목적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광범위해서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우리 집을 구성하고 있는 것에서부터 밖에 나가서 흔히 볼 수 있는 암석조차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은 다르게 보이지 않을까요. 아직은 지질학에 대해 많이 모르기 때문에 저에게는 많은 이야기를 하지 않을 것 같은데, 관심을 가지고 다가가면 자신의 이야기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질학에 관해 필요한 것만 압축적으로 담은 책으로, 관심 있는 분은 한 번 읽어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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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의 그림 수업 - 그림 선생과 제주 할망의 해방일지
최소연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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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와 그림이라는 단어의 조합, 어떤가요? 긴 세월 동안 자식들을 위해 인생을 살아온 할머니들이 이제라도 자신을 찾기 위한 작은 여정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림이라는 것은 누구나, 어떤 재료든 상관없이 자기의 내면을 표현할 수 있는 흥미로운 수단 같아요. 비록 잘 그리려는 욕심이 선뜻 다가가지 못하게 만들기도 하지만요. 처음에는 내가 뭘 이런 것을 할 수 있을까 싶겠지만 호기심이 생기고 조금씩 들여다보고 해보면 재미를 느끼면서 나만의 작품을 완성하는 거겠죠. 많은 시간을 보내온 할머니들의 시선에서 바라본 그림과 이야기는 어떤 색을 담고 있을까 궁금했어요.


미술가이자 예술감독인 최소연 저자는 2021년 제주 선흘 마을로 이사 갔어요. 마을 산책을 하다 '마을 할머니들의 창고를 예술 창고로 바꿔보면 어떨까?'라는 생각과 함께 '할머니의 예술 창고' 프로젝트를 시작해요. 마을 할머니들에게 그림을 권하고 가르치게 되면서 서로 마음과 우정, 삶의 희로애락을 나누는 관계가 돼요. 이 책은 저자와 여덟 분의 할머니들이 함께한 많은 이야기와 그림이 있는 따스함을 간직하고 있어요.


저자가 선흘 마을에서 만난 할머니들은 모두 80대 후반인데다 집에 혼자 사세요. 대문은 항상 열어놓으시고요. 저자가 "삼춘!"하고 부르면서 들어가면 이것저것 챙겨 주시면서 저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할머니들은 시간이 조금 지나서야 숨겨둔 그림을 보여줘요. "종이가 경(여기) 있으니까 호끔 기렸지(그렸지)"라고 말씀하시면서요.


저자가 빈 이젤, 빈 종이, 목탄이 잘 보이도록 한쪽에 놔두고 청소년들과 그림을 그리던 어느 날, 홍태옥 할머니가 이것저것 물으시고 "나도 기려보까?"라는 말을 시작으로 그림의 세계로 접어드세요. 할머니는 요즘 "이게 그림이 될까?"라는 물음을 자주 하신다고 해요.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모르지만, 그림을 그리는 인류가 던지는 '될까?'라는 물음에는 '되게 만들어야 할 텐데!'라는 의지가 내포되어 있다고 해요.


할머니들께 그림을 알려드리며 종종 "그리고 싶은 대상에서 눈을 떼지 말고 눈으로 그림을 그려보세요"라는 주문하곤 한다는 저자. "눈으로 계속 따라가면, 손이 저절로 그걸 그리게 돼요. 본다는 건 기억하는 거고 기억한다는 건 사랑하는 거예요." 할머니들은 대상을 오래 응시하며 손을 움직이면서 그려요. 다양한 종이에 연습하시면서 이것도 그림이 되냐고 물어보면, 저자는 "삼춘, 이게 진짜 그림이다. 이 모든 연습도 그림이에요."라고 말해요.


"뭔가를 마음먹고 표현하고자 할 때, 누군가가 구체적으로 관심을 가지면 그것을 형상화하려는 노력, 언어화하려는 노력이 어떤 찰나의 순간에 결과물이 되어 램프 속 지니가 나오듯 탁 하고 새로 나오는 거죠." (P. 146)


책에는 할머니들의 그림과 글이 다수 소개되어 있어요. 강희선 할머니의 <인주 팬티>는 여름 되면 시원해서 찾게 되는 할머니의 팬티 그림을, 오른손이 떨려서 이젠 더 이상 그림을 그리지 못하겠다고 선언했으면서 집에서 혼자 연습하신 부희순 할머니는 <늙어 둔틀락둔틀락> 오이 그림을, 오가자 할머니의 <고함지르잰 하니까> 그림은 벗과 엄마를 그리워하는 새를 나타냈어요.


할머니들은 그저 담담히 오늘의 할 일을 하세요. 저자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며 내일보다는 오늘을 살게 되었다고 해요. '그저 제가 발걸음 할 수 있는 곳을 느슨하게 찾아가면서요.'라고 말하면서요. 밤 산책을 하다 보면 할머니들의 오래된 불면증을 만나게 된다고 해요. "혼자 사는 일이 결코 괜찮은 일이 아닌데, 어떻게든 살아내시는 거죠. 괜찮지 않음을 견디면서요."



<할머니의 그립 수업>은 '너도나도 해방 찾기 사용 설명서'라고 표현하는 저널리스트 안희경. "행복도 해방도 본질은 같을 것이다. 그럼에도 행복이 누군가에게는 욕망에 다다르는 목표까지 품는 것이라면 해방은 온전히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지점을 짚는다. 선생과 제자의 해방 여정은 강력했다. (중략) 자! 이제 우리 차례다. 당신의 해방 여행을 떠나자. 선흘의 할망들처럼 아무거나 그려제껴 보는 거다. 빈 종이 한 장과 연필 한 자루면 충분하다. 용기를 내보자. 그 길에서 웅크린 아이가 고개 들어 눈을 맞춘다면 팔 벌려 안아주면 된다. 다 괜찮다."


저자가 1살 때부터 함께 지냈다는 유모 할머니의 존재로 저자는 할머니들과 스스럼없이 친해질 수 있었을지도 몰라요. 하지만 관심을 가지고 들여다보고 그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줌으로써 마음이 통하는 관계가 되었을 거예요. 할머니들의 모습을 보면서 친정엄마와 시어머님이 떠올랐어요. 70대이신 두 분은 여전히 바쁘게 생활하세요. 이제는 그만 쉬셔도 될 것 같은데 쉬면 몸이 더 아프다고 말씀하시면서요. 그런 마음으로 자식들을 키우셨고, 이제는 손주들 용돈이라도 챙겨 주려고 쉼을 허락하지 않으세요. 저도 저자처럼 슬며시 그림 도구를 챙겨서 가져가 볼까 봐요. 적적할 때 한번 그려볼까 하는 마음이 생길 수도 있으니까요. 자식들, 손주들 챙기느라 본인들 인생은 항상 뒷전이셨기에, 조금이라도 자기 삶을 앞으로 들여다볼 수 있게요. 뭐, 마음이 내키지 않으실 수도 있고, 시간이 오래 걸릴 수도 있지만... 아이들과 함께한다면 조금은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을까 싶어요. 그림이라는 것은 자기가 표현하기 나름이니까요. 저도 올해 초반 아크릴화를 잠깐 배우고 쉬고 있는데 잠깐씩이라도 한번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할머니 여덟 분과 저자의 이야기가 제 가슴속에 잠들어 있던 그림에 관한 욕구도 일깨우고 마음속이 따스해짐도 경험하게 했어요.


할머니들의 그림 수업을 통해 따스함을 느끼고 싶은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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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책 - 사람과 사람 사이를 헤엄치는
정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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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사 : 사물의 동작이나 작용을 나타내는 품사. 형용사, 서술격 조사와 함께 활용하며, 그 뜻과 쓰임에 따라 본동사와 보조 동사, 성질에 따라 자동사와 타동사, 어미의 변화 여부에 따라 규칙 동사와 불규칙 동사로 나뉜다.' 사전에서 만난 동사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네요. 품사를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많지 않지만, 그나마 관심을 가졌던 것은 명사예요. 아이들과 하는 끝말잇기에서도 보통 명사가 활용되니까요. 세상에 많은 품사 중 저자는 왜 동사에 관심을 가졌을까요? 움직임이 느껴지는 데다 그 방향이 어딘가로 향한다는 생각을 가져서였을까요?


카피라이터 정철의 첫 산문집인 '동사책'. 톡톡 튀는 글이 담긴 정철 작가의 책을 몇 권 읽어봤기에 이 책도 기대가 되었어요. '사람이 먼저다', '코로나는 코리아를 이길 수 없습니다' 등 짧지만 강렬한 카피를 써오신 분의 산문집은 어떨지 궁금하기도 했고요. 이 세상 많은 동사 중에 60가지 동사를 저자만의 시각에서 바라보고 풀어냈어요.

📍 속이다 : 솔직한 거짓말

저자의 딸 담이가 서너 살 때, 일찍 퇴근한 저자를 발견하고 놀이터에서 놀다 아빠 품으로 달려왔어요. 감격스러운 부녀상봉을 한 후 경비실 앞을 통과하는데 경비아저씨가 담이를 '다혜'라고 불렀어요. 저자는 순간 귀를 의심했는데, 딸이 담이라는 이름이 싫어서 다혜라고 자신을 소개한 것임을 알고 떼굴떼굴 웃었다고 해요. 남을 속이는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고 배우지만 담이의 거짓말은 어쩌면 가장 솔직한 귀여운 거짓말이라는 저자. 싫은데 좋은 척하지 않았으니까요.

"우리는 늘 싫은데 좋은 척, 좋은데 싫은 척하고 산다. 많이 가졌는데 없는 척, 가진 게 없는데 있는 척하고 산다. 척하고 사는 건 내가 나를 속이는 짓이다. 척하고 살다 보면 나도 내가 누구인지, 내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헷갈릴 수 있다. 내가 나를 다 분실할 수도 있다." (P. 27)

📍 비우다 : 비우면 비로소 보이는 것

"글자를 비웠더니 비로소 종이가 보였다. 종이의 질감이 보였다." (P. 104~105)

여백으로 가득한 비우다 동사의 자리. 삶을 살다 보면 비워야 하는 순간이 찾아와요. 여유, 여백, 비움이란 단어를 좋아하는데, 제 삶에는 '비우다'라는 단어가 들어올 자리를 마련해 두고 있는지 잘 모르겠어요. 하루를 빽빽이 채우고, 머릿속도 빽빽이 채우려고만 하지 않았는지... 비워야 새로운 것도 들어오는데 말이에요. 열심히 살되 잘 비우는 것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비워야 제대로 보이는 것들이 꽤 있다는 것도 알거든요.

📍 가다 : 가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인생은 가는 것. 누군가 내게 다가올 때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내가 가는 것. 뚜벅뚜벅 가는 것. 성큼성큼 가는 것. 때론 뜨거운 속도로 가는 것. 가지 않으면 오지 않는다. 세상 모든 목마름은 물이 아니라 발이 치유한다." (P. 192)

인생이 제게 오기만을 기다렸던 적이 있어요. 가만히 서서 언젠가 오겠지 하면서요. 오지 않더라고요. 한참의 시간이 지난 후에야 제가 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가 가야만 가는 방향대로 길이 생기고 흔적이 남더라고요. 그 흔적이 모여 조그마한 선이 되는 과정인 것 같아요. 희미한 모양이라도 갖추려면 한참의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뚜벅뚜벅, 성큼성큼, 때론 어슬렁어슬렁 가보려고요. 제가 직접 가서 만들었기에 단단하지 않을까 기대하면서요.


📍 사람하다 :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

우리가 익히 아는 동사만 등장하는 이 책에 저자는 아직 태어나지 않은 말을 하나 슬그머니 집어넣어요. '사람하다'라는 말을요. 사람으로 태어나 마땅히 해야 할 노릇을 하며 산다는 말을 '사람하다'라고 부를 것을 제안한다고 해요. 염려하고 위로하고 배려하고 안아주고 믿어주고 도와주고 힘내라고 용기도 북돋아주는 행위를 한마디로 표현하는 말. 사람이라는 문제는 결국 사람이라는 답으로 풀어야 하기에 '사람하자'라고 이야기해요.

'사람하자'라는 동사, 마음에 드시나요? 처음엔 좀 어색했는데 계속 발음하고 뜻을 마음속에 새기다 보니 따스함이 올라오는 것 같아요. 사람으로 태어나 마땅히 해야 할 노릇을 하며 산다는 것은 참 많은 의미가 내포되어 있어요. 사람이 필요한 순간이 참 많으니까요. 사람하며 사는 세상은 어떤 세상일지 궁금해지네요.

동사 하나에 여러 가지 생각을 입힌 저자의 글을 따라가면서 단어 하나라도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많이 달라진다는 것을 알았어요. 읽고 그냥 지나쳐 버렸던 많은 동사의 쓰임새를 깨달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저자의 글에 살며시 제 생각도 곁들어서 책을 읽으니 한결 더 재밌었어요. 짧지만 그 속에 하고 싶은 말을 다 담을 수 있는 그릇을 아직 갖추지 못했기에 저자의 글이 더 와닿았는지도 몰라요. 결국 동사라는 품사도 사람을 향할 때 향기가 난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아요. 주변에 보이는 많은 것들을 향한다면 그 향기가 더 진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봐요. 세상에 존재하는 많은 동사 중 저자가 건드린 동사는 아주 일부분에 불과하다면서 뒤는 독자에게 맡긴다고 해요. 저는 어떤 동사에 어떤 향기를 입힐 수 있을까요. 되도록 따스함을 입히고 싶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제가 먼저 따스한 사람이 되어야겠죠.

60가지 동사의 맛깔난 표현이 궁금한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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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 - 나는 무엇이고 왜 존재하며 어디로 가는가?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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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라... 저는 이과 여자지만 거의 문과에 가까워요. 학창 시절 수학은 어려워했지만, 과학은 그나마 흥미가 있었어요. 나를 둘러싼 것들을 과학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재미있었는데, 어느 순간 제 일상에 과학이 들어올 공간이 없어졌어요. 차츰 과학보다는 역사, 철학 등 인문학에 더 관심을 두면서 과학은 저만치 멀어졌어요. 유시민 저자는 과학적인 현상에 관한 호기심 자체가 별로 없었다고 책에 적혀있던데, 저는 호기심은 조금 있었는데 자세히 알아보려고 하지 않고 그냥 넘어갔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과학적 호기심이 생기더니, 그동안 외면했던 과학책도 조금씩 읽고 있고 영상도 가끔 봐요. 어렵게 느껴지는 내용도 꽤 있어서 이해하려면 시간이 좀 걸리긴 하지만요. 그래서 천상 자신을 문과 남자라고 소개하는 저자가 쓴 과학은 어떨지 궁금했어요. 과학에 흥미를 느끼고 공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거든요.


저자는 문과가 과학책을 읽으려면 방정식이 없어야 하고, 인문학이 있으면 수월하기에 책을 뇌과학으로 시작해요. 뇌과학을 알면 생물학에 호기심이 생긴다고 해요. 생명 현상을 확실하게 이해하고 싶어서 화학을 들여다보게 되고, 원소 주기율표를 이해하려다 보면 양자역학과 친해지고, 양자역학을 알면 우주론이 덤으로 따라온다고 해요. 우주와 수학이 무슨 관계인지 궁금해져서 수학도 공부하게 되기에 책을 뇌과학, 생물학, 화학, 물리학, 수학 순서로 했어요.


천재 물리학자 리처드 파인만은 물리학뿐 아니라 인문학에도 관심을 가졌어요. 어느 날 그는 '평등의 윤리'를 주제로 한 학제적 토론회에서 '평등'이라는 주제를 먼저 명확하게 정의한 후 토론을 전개하자고 했는데, 아무도 호응하지 않았다고 해요. 그는 인문학자들이 세계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지 못하면서 스스로는 지혜롭다고 믿는 '거만한 바보'라고 촌평을 날렸어요. 저자는 처음엔 파인만이 지나쳤다고 생각했지만, <코스모스>와 <이기적 유전자>를 읽고 물질세계에 대해 거의 전적으로 무지한 자신이 '거만한 바보'였음을 인정해요. '난 아는 게 별로 없어.' 인정하고,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점검하는 습관을 익히기 위해 과학 공부를 시작해요.


과학과 인문학의 차이에 대해 저자는 이렇게 이야기해요. 과학자는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을 분명하게 나누고, 모르는 것의 실체를 알아내기 위해 연구해요. 인문학은 진리와 진리가 아닌 것을 가르는 분명하고 객관적인 기준이 없기에, 매우 그럴듯하거나 그럴 것 같기도 한 주장과, 별로 그럴듯하지 않거나 아주 말이 안 되는 주장이 있을 뿐이라고 해요. 인문학이 위기라는 말이 생긴 이유가 과학에 일절 관심을 두지 않은 거만한 바보였기 때문이라고 해요. 인간을 이해하려면 과학, 인문학 모두 필요하다고 해요.


'나는 누구인가? 왜 존재하는가?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는가?' 누구나 한 번쯤 해본 고민이 아닐까요. '나는 누구인가?'는 인문학의 표준 질문이라고 해요. 수많은 철학자가 자기만의 사유로 답을 내렸어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해요. '나는 무엇인가?' 과학의 질문이 선행되어야 온전해진다고 저자는 말해요.


나를 온전히 알려면 인간의 본성을 알아야 해요. 그래야 내가 왜 그런지 알 수 있으니까요. 우리가 발 딛고 선 물질세계를 이해해야 해요. 우주는 언제 탄생했고 어떤 원리로 움직이는가? 세계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가? 입자가 어떻게 생명과 의식을 만들어내는가? 나는 왜 존재하는가? 왜 이런 방식으로 사는가?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 이런 과학적인 질문에도 대답할 수 있어야 '나를 안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원자는 최외곽 전자껍질을 채우려는 욕망 때문에 다양한 분자와 이온화합물을 만든다. 그 분자와 화합물들이 결합해 자기를 복제하는 유기분자를 형성했다. 단순했던 최초의 생명체는 자연선택이라는 필연과 유전이라는 우연을 통해 다양한 종으로 진화했다. 그 진화의 어느 단계에서 우리 종이 탄생했고, 80억 호모 사피엔스의 한 개체인 내가 있다."(P. 184)


과학과 인문학을 연결하는 것은 지성의 가장 위대한 과업이다. 통섭은 통일의 열쇠다. 분야를 가로지르는 사실들과 사실에 기반을 둔 이론을 연결해 지식을 '통합'해야 한다.“ (P. 200)


물리학 하면 고전역학과 양자역학이 떠오르죠. 고전역학으로 설명할 수 없는 미시세계의 운동법칙을 알게 해준 양자역학. 우리 눈에 보이지 않기에 이해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수학적으로는 완전히 증명된다고 하죠.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엔트로피 법칙이 많이 와닿았어요. 엔트로피 법칙에 따르면 우주는 점점 더 무질서해져 언젠가는 어떤 질서도 남아 있지 않게 된다고 해요. 이렇게 되면 모든 사람, 모든 생물은 언젠가 다 죽어 없어진다는 의미겠죠. 영원한 것은 없어요. 과학자들은 언젠가 우주 자체도 종말할거라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존재의 의미는 지금, 여기에서, 각자가 만들어야 한다고 해요. 삶은 내가 부여하는 만큼 의미를 가지니까요.


누구보다 똑똑하고 논리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저자가 스스로를 '거만한 바보'라고 칭해요. 인문학만 파고들었지 과학에 관해서는 관심을 가지지 않았기에 제대로 알고 있지 못했다는 자기반성의 표현이겠죠. 나 자신이 바보였음을 알고 바보를 면하는 것이 바보인 줄도 모르고 사는 것보다 낫다는 저자. 그래서 늦은 나이에 과학 공부를 하고 그것을 통해 세상을 조금은 더 넓은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 것 같아요. 다시 스무 살로 돌아간다면 인문학과 함께 과학도 같이 공부하고 싶다는 저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저의 모습을 돌아보게 돼요. 저 또한 한때 역사, 소설 등 한 분야만 읽던 시절이 있었어요. 그런데 나이가 들면서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어떤 시기마다 관심이 생기는 분야가 달라지는 것 같아요. 너무 전문적이지 않고 분산되어 있지 않나 생각도 했는데, 이 책을 통해 '통섭'이라는 단어를 보며 저는 그것을 향해 나아가려는 욕망이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하게 되었어요. 아직 그 단계에 도달하려면 많은 시간과 공부의 양이 필요하겠지만요. 내 것만 옳다고 여기기보다 다른 분야도 관심을 가지고 어떻게 하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아닐까 싶어요. 문과가 알아듣기 쉽게 텍스트 위주의 글이긴 한데, 그림이나 도표가 있었으면 더 좋았겠다는 아쉬움은 들었지만, 지면을 아끼기 위해서 그랬다는 저자의 의견도 존중해요. 책에 저자가 과학 공부할 때 참고한 여러 책이 나와요. 수학은 신계의 영역이라는 저자의 말에 웃으면서 인정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도 했어요. ㅎㅎ 책을 다 읽은 후 예전에 반쯤 읽다 포기한 '코스모스' 책에 다시 한번 도전해보고 싶어졌어요.


'과학을 소재로 한 인문학 잡담'이 궁금하신 분께 추천해 드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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