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 분노는 내려놓고 사랑을 취하라
박주정 지음 / 김영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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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교권 침해로 안타까운 선택을 하는 선생님들의 사연을 접하면서 마음이 아팠어요. 사람은 누구나 존중받아야 하는 소중한 존재인데, 그것을 망각한 채 이기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 자기 주변만 생각하느라 타인의 인권은 무시하는 언행을 일삼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며 씁쓸했어요. 언제부터 학교가 서로에게 성장의 기쁨을 주는 장소가 아니라 상처를 주는 장이 되어버렸을까 안타깝기도 했고요. 이런 현실 앞에서 법을 개정한다고 문제가 해결될 것인지, 조금 더 많은 사람이 모여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하게 되었어요.


<선생 박주정과 707명의 아이들> 책은 이런 어수선한 마음을 조금은 위로받고 싶은 마음에 선택했어요. 1962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난 저자는 1992년 교직에 첫발을 내딛고, 이듬해 학교부적응 학생 여덟 명과 함께 살기 시작해요. 이후 공동학습장을 만들어 10년 동안 707명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다져진 교육철학을 제도와 정책으로 현실화했어요. 금란교실, 용연학교, 돈보스코학교, 광주학생해양수련원, 국내 유일 24시간 위기학생 신속대응팀 '부르미', 광주학생마음보듬센터 개소 등 힘든 아이들을 살피는 마음의 끈을 지금까지 놓지 않고 있어요.


"나의 교육은 가르침이 아니라 동행이었다. 형용사가 아니라 동사였다."(P. 6)

박주정 선생님의 교육철학이 담겨 있는 문장이에요. 잘하는 아이들보다 항상 못하는 쪽, 힘든 쪽의 아이들 곁에 섰어요. 침침한 교실에서, 벌판이나 강가에서, 경찰서나 재판정에서 늘 아픈 아이와 함께했고, 그들의 고통스러운 부모와 휘청거리는 조부모와 함께 있었어요. 교단 현장을 떠나 교육청에서 근무할 때도 제도적으로 학생들을 도울 수 있는 정책개발에 동분서주했어요. 선후배 교육자들과 주변 분들의 도움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거라고 해요.


초등학교 , 이유 없이 담임 선생님께 폭행당한 저자. 저자의 아버지는 선생님을 찾으러 갔다 마음속 화를 이기지 못하고 심장마비로 사망해요. 아버지를 돌아가시게 만든 교사에 대한 원망이 오랜 세월 저자를 짓눌렀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 직접 만나 사과를 받으면서 용서해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 가세가 기울어 여러 고생을 하면서도 배움에 관한 열망은 놓치지 않았던 저자. 교사 생활을 시작했지만, 생각과는 다른 학교 환경에 실망하고 사직서를 내요. 하지만 1년 후 다시 임용시험에 합격하면서 사직서를 냈던 그 학교로 가게 돼요. 어느 여름날, 세 가족이 함께 사는 10평 남짓한 아파트에 여덟 명의 아이들이 찾아오면서 그들의 이상한 동거가 시작돼요학교부적응 학생들이 그들 가족과 함께하면서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서 저자는 어머니의 말씀을 떠올려요. "사람은 희망이 있으면 살아갈 수 있다." 아이들을 보면서 배의 항해사처럼 그들에게 항로를 안내하고 인생의 빛이 되어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저자의 책무라는 것을 깨달아요.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나처럼 굶지 않게 하리라. 비바람을 피할 따뜻한 방을 주리라.'라는 마음으로요.


"나는 아이들을 늘 바라본다. 대들고, 악쓰고, 욕하는 모습. 그 안에 숨어 있는 또 다른 모습을 바라본다. 우리 아이들을 향한 어른들의 손가락질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아이들의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 어른들의 고민 없는 시각까지 받아들일 수 없다. 눈빛만 보고도 알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주어야 한다. 웃고 있어도 울고 있는 그 마음을 보아야 한다. 어른이라면 그렇게 해야 하고, 그래야 어른이다." (P. 104~105)


저자의 이 말에 한참 부끄러웠어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저도 겉모습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고 있었거든요. 진정한 어른의 모습이 무엇일까 한참을 생각하게 했어요.


저자는 사람이 대상인 교육행정은 미래지향적이고 창의적이어야 한다고 해요. 그렇기에 법을 위반하지만 않으면 무엇이든 해보라고 '적극행정'을 권장해야 한다고 해요. 조금 모험이라는 생각이 들더라도 학생을 포기하지 않는, 학생과 한몸으로 나뒹구는 그런 적극행정을 펼쳤고 지금도 펼치고 있는 저자에요.


책을 읽으면서 많이 울었어요. 박주정 선생님의 어린 시절 사연에 울고, 학교부적응 학생들을 포기하지 않고 같이 생활하면서 좋은 어른이 되려고 고군분투하시는 모습에 울고, 아무리 노력해도 힘든 학생은 많고 좋지 않은 선택을 하는 학생들을 보며 선생님이 우울증에 걸린 사연에 울고, 누군가의 관심 하나로 변해가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며 울었어요. 자연스레 학창시절도 생각났는데, 저는 소위 노는 친구들이 무서워서 그들을 피하기만 했었어요. 시간이 지난 지금, 그 두려워했던 어린 마음에서 한 발자국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악한 사람은 없을 텐데, 그 사람이 어떤 삶을 견뎌왔는지 알지 못한 채 지금 모습을 보며 제멋대로 판단한 것이 부끄러웠어요. 정말 어른다운 어른이 되고 싶은데 아직 한참 멀었다는 것도 알았어요.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인데, 아이가 재미있게 생활할 수 있는 공간이 학교였으면 좋겠어요. 학생들이, 선생님들이 모두 즐거운 장소가 학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요. 학교, 교육청, 교육부 등에만 맡겨둘 것이 아니라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하고 조금씩이라도 관심을 가진다면 조금씩 나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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