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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피엔스 - 유인원에서 사이보그까지, 인간 역사의 대담하고 위대한 질문 ㅣ 인류 3부작 시리즈
유발 하라리 지음, 조현욱 옮김, 이태수 감수 / 김영사 / 2023년 4월
평점 :
2011년 출간된 이래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된 국제적인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인 <사피엔스>. 유발 하라리는 <총, 균, 쇠>에서 영감을 받아 <사피엔스>를 집필했어요. <총, 균, 쇠>에서 제레드 다이아몬드는 매우 큰 질문을 제기하고 여기에 과학적으로 답변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어요. 유발 하라리도 질문을 제기해요.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 호모 사피엔스는 어떻게 세상의 지배자가 되었는가? 우리 조상들은 어떻게 한곳에 모여 도시와 왕국을 건설하였는가? 어떻게 신, 국가, 인권 등을 신봉하게 되었는가? 우리는 더 행복해졌는가?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
이런 질문들에 대해 생물학과 역사학을 결합한 큰 시각으로 호모 사피엔스의 행태를 개관해요.
10만 년 전, 지구상에는 최소 여섯 가지 인간 종이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오늘날 존재하는 종은 호모 사피엔스, 하나뿐이에요. 호모 사피엔스는 7만 년 전 아프리카의 한구석에서 자기 앞가림에만 신경 쓰는 별 중요치 않은 동물이었어요. 이후 몇만 년에 걸쳐, 이 종은 지구 전체의 주인이자 생태계 파괴자가 되었어요. 오늘날 이들은 신이 되려는 참이에요.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요?
호모 사피엔스가 세상을 정복한 것은 다른 무엇보다도 우리에게만 있는 고유한 언어 덕분이에요. 우리 언어의 특이성은 실제 존재하는 것뿐 아니라, 전혀 존재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는 점이에요. 상상 속에만 존재하는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이야말로 사피엔스가 사용하는 언어의 가장 독특한 측면이에요.
인간이 다른 동물과 다르게 대규모로 협동할 수 있었던 것 또한 인간이 상상의 질서를 창조하고 문자 체계를 고안해 냈기 때문이에요. 실제 국가, 신, 기업, 돈, 이념은 우리 모두가 창조해서 신봉하고 있는 집단 환상이에요. 하지만 이 상상의 질서는 중립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아요.
저자에 따르면 우리 종의 역사는 세 가지 혁명을 중심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해요.
약 7만 년 전 일어난 인지혁명(우리가 똑똑해진 시기), 약 12,000년 전 발생한 농업혁명(자연을 길들여 우리가 원하는 일을 하게 만든 시기), 약 500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우리가 위험할 정도의 힘을 갖게 된 시기)으로요.
이들 세 혁명은 인간과 그 이웃 생명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이 책에 자세하게 나와 있어요.
약 7만 년 전 호모 사피엔스가 아프리카를 벗어나 세계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출현한 새로운 사고방식과 의사소통 방식을 '인지혁명'이라고 해요. 이들은 언어, 선박, 전투용 도끼, 예술 등을 만들었지만, 그들이 지나간 자리에는 네안데르탈인, 데니소바인 등 다른 호모 종, 대형 동물들이 멸종했고, 다양한 생물 종의 멸종은 현재 진행형이에요.
수렵 채집으로 살던 호모 사피엔스는 약 12,000년 전 몇몇 동물과 식물 종의 삶을 조작하는 데 모든 시간과 노력을 바치기 시작했는데, 이를 농업혁명이라고 해요. 농부는 이전보다 더 열심히 일했지만, 식단은 더 빈약했고 건강도 나빠졌어요. 그래서 저자는 농업혁명은 역사상 가장 큰 사기라고 해요. 인류가 밀을 길들인 것이 아니라 밀이 우리는 길들였다는 것이죠. 가용 식량이 늘어난 번영의 결과는 인구 폭발을 만들었고, 이로써 일하지 않는 엘리트 계급이 생겨났고, 이후 제국을 출현시키고 교역망을 확대했으며 돈이나 종교 같은 '상상의 질서'를 낳았어요.
약 5백 년 전 시작된 과학혁명을 무지의 혁명이라는 저자. 근대 이전에는 세상에 대해 알아야 할 중요한 것은 이미 알려져 있다고 믿었어요. 하지만 오늘날 과학은 무지를 공개적으로 인정하고 관찰, 연구 등을 통해 이론을 만들어내요. 하지만 이것 또한 완전하지 않다고 하며, 이론을 이용해서 새 힘을 획득하고자 해요. 과학혁명으로 자본주의와 제국주의가 성장했고, 글로벌화, 에너지 생산과 소비의 확대, 환경파괴를 불러왔어요. 과학혁명은 차례로 250년 전의 산업혁명, 약 50년 전의 정보혁명을 유발했고, 생명공학 혁명은 진행 중이에요. 생명공학이 결국 다다르는 곳은 '길가메시 프로젝트'(길가메시는 죽음을 없애버리려 했던 고대 메소포타미아의 영웅)라고 해요. 호모 사피엔스는 스스로의 한계를 초월하는 중이에요. 자연 선택의 법칙을 깨고 지적설계의 법칙으로 대체하고 있어요. 하지만 우리는 더 행복해졌을까요?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답하는데 일부의 시간을 바쳐야 할 거예요.
책을 읽으면서 지금까지 제가 얼마나 좁은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봤는지 알게 되었어요. 호모 사피엔스로 태어났기에 다른 종에 대해서는 별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고, 모든 것은 진화의 결과라고 생각했어요. 노예제, 가축화된 동물산업 등이 무관심이라는 연료에서 출발했다는 저자의 말에 뜨끔했어요. 저도 저와 관련 있는 것에만 관심을 기울였지, 그렇지 않은 것은 철저히 무관심했거든요.
호모 사피엔스가 허구를 말할 수 있는 능력으로 상상의 질서를 세우고, 모든 것이 유지되고 있다면, 이것이 무너지면 어떻게 될까요? 우리가 믿고 있는 국가, 신, 기업, 돈, 이념 등이 허구로 이루어진 것을 모든 사람이 안다면, 아마 큰 혼돈에 빠질 거예요. 그래서 그것을 지키기 위해 전쟁까지 벌여가며 노력하는 것일까요? 그런데 이것이 공정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지 의문이에요. 알고자 하는 욕구로 많은 것을 이루었지만 그게 과해지면 호모 사피엔스라는 종이 지금처럼 존재할 수 있을까요? 수렵채집인으로 살아보지 않았지만, 그들보다 지금 우리가 더 행복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항상 시간에 쫓겨 생활하고, 무언가를 욕구하면서 살아가는 삶에 많이 지치기도 하니까요. '우리는 무엇이 되고 싶은가?'라는 저자의 물음에 저는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되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네요.
인간 역사에 대해 알고 싶으신 분을 포함하여 모든 사람이 한 번쯤 읽어보면 좋을 책이에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