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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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엔 고전이 어렵게만 느껴지고 이해할 수 없었는데, 이제야 조금씩 매력을 느끼고 하나씩 천천히 읽고 있어요. 5월 북클럽을 통해 읽은 책은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이에요.

 

<동물농장>은 조지 오웰이 정치적 목적과 예술적 목적을 하나로 융합해 보고자 의식하면서 쓴 첫 소설이에요. 1938년 스페인 내전에 참가하면서 사회주의의 부패에 대한 분노로 <카탈로니아 찬가>를 썼고, 이 분노가 <동물농장>과 <1984>를 쓰는 사실상의 동기를 제공했어요. <동물농장>은 1943년 11월~1944년 2월에 썼는데, 일 년 반이 지나서야 간신히 출판되었어요. 그 이유는 책이 1917년 볼셰비키 혁명 이후 스탈린 시대에 이르기까지 소련에서의 정치 상황을 대상으로 하는데, 스탈린 독재 체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기 때문이에요. 2차 세계 대전 기간, 소련은 서방 연합국들에게는 사실상 동맹이었기에 정치적 이유에서 그랬던 거죠.

 

존스가 운영하는 '메너 농장'에서 일하는 동물들은 인간이 다 잠든 밤, 늙은 수퇘지 메이저가 간밤에 꾼 꿈 이야기를 들으러 모두 모여요. 메이저는 동물들이 노예 같은 비참한 삶을 산다면서 이것은 모두 인간 때문이라고 하죠. 인간이 사라진 다음의 지상에 대한 꿈을 꾸었다면서 '영국의 짐승들'이란 노래를 들려주고 반란을 일으켜야 한다고 해요. 메이저의 연설을 듣고 농장의 머리께나 쓴다는 동물들은 삶에 대해 전적으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고, 혁명을 일으켜요. '동물농장'이라는 이름으로 바꾸고, 동물주의 원리에 따라서 '일곱 계명'을 정하고,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는 구호를 외치게 해요. 동물들은 이제 동물이 주인이 되는 평등한 이상 사회를 건설하리라는 기대를 해요.

 

하지만 읽고 쓰는 것이 완벽하다는 이유로 돼지들이 특권을 누리게 돼요. 돼지들은 직접 일하지 않고 다른 동물들을 감독하고 지휘하면서 우유, 사과 같은 것을 따로 빼돌려서 자기들만 먹어요. 몇몇 동물이 의문을 제기하면 언변가 스퀄러가 등장해 '설마 존스가 되돌아오길 바라는 건 아니죠?'라고 말해 동물들은 그냥 수긍해요. 젊은 수퇘지 나폴레옹은 라이벌이었던 스노볼을 내쫓고 권력을 잡아요. 나폴레옹은 스퀄러, 작곡하고 시 쓰는 데 재주 있는 미니무스, 새끼 때 자기가 교육을 책임진다며 데려가 키웠던 사나운 개 아홉 마리를 이용해 권력을 더 공고히 하죠.

 

시간이 지나면서 돼지, 개들을 제외한 동물들의 삶은 비참해져가요. 하루 종일 일해야 해서 고단하고 힘들고, 자주 춥고 배고팠어요. 이의를 제기했던 몇몇 동물들은 배반했다는 이유로 죽임을 당해요. 글자를 잘 몰랐기에 일곱 계명의 내용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것도 제대로 몰랐죠. 점점 나폴레옹의 독재 사회로 전락한 동물농장. 돼지들은 인간의 악습을 되풀이해요. 분명 인간과 관련된 것들을 모두 금지했지만, 어느 날 돼지들은 직립 보행을 해요. 동물들은 경악해요.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나쁘다'라고 했는데, 이제는 '네 발은 좋고 두 발은 더 좋다!'라고 양들이 선동하죠. 일곱 계명도 사라지고 단 하나의 계명이 새로 생겼어요.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 그러나 어떤 동물은 다른 동물들보다 더 평등하다.'라고요.

 

돼지들은 인간들을 불러 함께 카드놀이를 하고 술도 마셔요. 그리고 '동물농장'을 다시 '메너 농장'으로 바꿔요. 다른 동물들은 창밖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었는데, 이상한 점을 느껴요. 돼지들의 얼굴이 뭔가 이상해지고 있었어요. 누가 돼지고 누가 인간인지, 어느 것이 어느 것인지 분간할 수 없는 지경이 되어버린 거죠.

 

조지 오웰은 혁명이 성공한 후에 변질되는 과정을 면밀히 그린 우화를 통해 특정한 시대를 넘어 '일반 독재'에 대해 풍자하고 있어요. 권력 자체만을 목표로 하는 혁명은 주인만 바꿀 뿐 본질적 사회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한다는 것, 대중이 살아 깨어 있으면서 지도자들을 감시, 비판하고 질타할 수 있을 때만 혁명은 성공한다는 것 등을 메시지로 전하고 있어요. 독재와 파시즘은 지배 집단 혼자만의 산물이 아니라, 동물들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권력의 타락을 방조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면서요.

 

책을 읽으면서 무섭기도 했고 많은 의문도 떠올랐어요. 인간의 본성은 도대체 무엇일까? 권력을 손에 쥐면 처음의 신념과 목적은 모두 잊어버리게 될까? 부당하다는 것을 알지만 아니라고 말할 용기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방관하는 자들을 비판할 자격이 내게 있을까? 정치에 무관심한 것은 나의 권리를 포기하는 것일까? 모두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유토피아는 정말 존재할까? 등이에요. <동물농장>에서 돼지들이 글을 읽고 쓸 줄 알기에 권력자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면서 예전에 지배계급들이 왜 자기들만 문자를 알려고 했는지 이해가 되더라고요. 자기들 입맛에 맞게 뜯어고칠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배움이라는 것이 중요한 거네요. 내가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지고 바라봐야 그나마 눈치를 보고 제대로 할 테니까요. 시대적 배경이 비슷해서 일제 식민지 시대가 떠올랐는데, 당시 독립운동가들이 얼마나 대단한 분들이었는지 새삼 알겠더라고요. 용기 있는 분들의 희생으로 지금 이렇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제대로 알고 관심을 가져야겠어요. 깨어있는 사람이 많아야 우리가 바라는 세상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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