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포리즘 시리즈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지음,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 열림원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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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4.07.09~13.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우르줄라 미헬스 벤츠 엮음
홍성광 옮김
열림원


"고독한 행복"

이게 무슨 소리지? 고독한데 행복하다니. '소리 없는 아우성'과 같은 역설인 건가?
내가 책 제목을 보고 떠오른 생각이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는 19세기 독일의 철학자다. 그는 리하르트 바그너, 빌 헬름 라베, 프리드리히 니체, 토마스 만, 헤르만 헤세 등 수많은 사상가와 예술가에 큰 영향을 미쳤으며 그의 사상은 현대인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있다. 그런 그의 아포리즘을 골라 엮은 것이 바로 <쇼펜하우어의 고독한 행복>이다.

이 책은 건강과 행복, 진실과 가치, 지식과 태도, 소유, 예술, 죽음에 관한 광범위한 이야기를 전하며 '행복'에 대해 말하고 있다.


"매우 불행해지지 않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매우 행복해지기를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17p."

"이 바보 같으니! 내가 남들에게 보이려고 꽃이 핀다고 생각하느냐? 다른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꽃이 피는 거야. 내 마음에 들기 때문에 꽃이 피는 거야. 나의 즐거움과 나의 기쁨은 꽃이 핀다는 데에, 내가 존재한다는 데에 있어. 109p"


책을 읽으며 내가 소유하고 싶어 하고, 집착하고 있는 것이 부질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내가 갖고 싶은 것은 건강과 행복 같은 것이 아니라 물질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갖고 있는 것을 소중히 여기지 않고 남이 가진 것을 탐하며 내 마음과 지식을 채우지 않는다면 나는 영원히 행복에 도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역시 '건강'이 최고다. 열심히 운동하자!!

책의 마지막엔 옮긴이 홍성광의 <연민과 온정의 철학자 쇼펜하우어>라는 해설이 있다. 이 책에 엮은 쇼펜하우어의 철학에 대한 배경지식과 자세한 설명이 담겨있어 이해를 돕는다. 또, 연보를 통해 쇼펜하우어의 일생과 철학 사상의 발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쇼펜하우어는 부유한 상인의 아버지 밑에서 부유하게 살았다. 하지만 청각장애와 우울증이 심했고, 가족인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나중에 좋아지긴 했지만 어머니와 여동생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고, 키우던 흰색 푸들이 죽자 갈색 푸들을 입양해 같은 이름인 '아트만'으로 부른 쇼펜하우어.
그리고 대중엔 대기만성형으로 알려진다.

연보만 봐도 한눈에 괴짜라는 걸 알 수 있다. 아마 그렇기 때문에 삶의 부조리, 역설 등을 '행복'으로 승화할 수 있는 철학 사상을 구축한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의 마지막 장 읽고 나서야 깨달았다. 고독한 행복처럼 역설적인 제목이 나온 것은 삶 자체가 역설적이기 때문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 역설 같은 삶을 살아가려면 어떤 심지가 필요한데, 그걸 바로 쇼펜하우어가 채워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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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거벗은 세계사 : 사건편 2 - 벗겼다, 세상을 뒤흔든 결정적 순간들 벌거벗은 세계사
tvN〈벌거벗은 세계사〉제작팀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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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7.04~12.
벌거벗은 세계사 사건편 2
tvN<벌거벗은 세계사> 제작팀 지음
교보문고



<벌거벗은 세계사>는 tv를 잘 보지 않는 나도 꾸준하게 챙겨보는 프로그램이다. 이 프로그램은 교양 프로그램이지만 전문가(교수님)가 나와서 하는 지루한 강의가 아니다. 패널들 간에 적절한 문답이 중간중간 나오고, 적절한 리액션이 이야기를 잘 끌고 가서 흥미롭다.

프로그램에 나온 여러 이야기들을 주제에 맞게 묶어서 책이 나왔다. 권력자 편, 잔혹사 편, 경제 편, 전쟁 편 등. 그리고 이번에 "사건편 2" 신간이 나왔다.



그리스 민주주의를 시작으로 스페인 내전, 초한지, 도쿄재판, 테러의 시대까지. 총 10개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단순히 사건의 이야기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충분한 배경 설명을 곁들여서 이해를 돕고, 현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 10개의 사건의 저자들은 모두 달라서 각각의 이야기의 특색을 느낄 수 있다.

내가 가장 흥미롭게 봤던 사건은 <벌거벗은 쑹씨 세 자매>다.

[벌거벗은 쑹씨 세 자매]
중국 현대사를 뒤흔든 이들의 정체는?


중국 근현대사의 근간이 되는 쑹씨 세 자매. 첫째 아이링의 남편은 공자의 후손이자 손꼽히는 부호였던 쿵샹시, 둘째 칭링의 남편은 중국의 국부로 추앙받는 혁명가 쑨원, 셋째 메이링의 남편은 대만의 총통이었던 권력자 장제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첫째 아이링은 돈을 사랑한 여인, 쑨원과 결혼한 둘째 칭링은 조국을 사랑한 여인, 장제스와 결혼한 메이링은 권력을 사랑한 여인으로 알려져 있다(212p.)

그 배경엔 아버지 쑹자수가 있다.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입양이라는 명분 아래 친척에게 일꾼으로 보내져, 미국에서 자란다. 그리고 중국으로 돌아와 가정을 이루어 각종 사업으로 부자가 되었다.
그리고 그 돈으로 자녀들의 교육에 힘썼다. 당시 중국은 남자들도 공부하기 쉽지 않은 시절이었고, 전족의 악습도 여전히 남아 있을 때였다. 그럼에도 쑹자수는 딸들도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

그렇게 공부를 마친 후 다시 돌아온 딸들은 결혼 상대도 자신들이 고른다. 첫째는 쿵샹시를 만나 결혼하고, 둘째 칭링은 쑹자수와 친구이며, 이미 결혼해서 아이들도 있던 27살이나 차이 나는 쑨원과 결혼한다. 물론 셋째 메이링도 이미 두 번이나 결혼했던 장제스의 포부와 미래를 보고 결혼한다.

그런 세 자매는 중일전쟁을 계기로 중국의 승리를 위해 외국에 중국의 존재를 알리며 원조를 받기 위해 노력하는 등 중국 근현대사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모든 게 아버지 쑹자수가 미국에서 자라 오랜 중국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고 딸들을 자주적으로 키운 덕에 이루어질 수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에 자신의 결혼 상대를 직접 고르고, 자신의 생각대로 인생을 살아간 여자들이 몇이나 될까. 남편에게 기대거나 체념하거나 그런 일 없이 말이다. 가정환경의 힘이 크다는 걸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그 외 새롭게 알게 된 충격적인 사건도 있었다. 인도 식당에 가면 손으로 밥을 먹는 모습이 식당의 숟가락이 어떤 계급의 입에 들어갔다 나왔는지 모르기 때문(64p.)이라는 것. 그리고 도쿄 전범재판에서 우리나라의 피해 문제가 완전히 제외된 이유가 연합국이 식민지 통치에 관해서는 전쟁범죄로 추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296p).(연합국 일부가 식민지를 보유했기 때문) 러시아 제국의 몰락이 괴승 라스푸틴의 국정 농단이었다는 것과 같은 사실 말이다.
그리고 "만인지적, 파부침선, 금의환향, 배수진, 사면초가, 토사구팽, 권토중래"와 같은 익숙한 사자성어들이 항우와 유방을 다룬 <초한지>에서 나왔다는 것도 놀라웠다.

세계의 여러 역사를 보며 넓은 혜안을 가지고 싶다면 이 책만큼 재밌게 읽을 수 있는 책이 몇 안 될 것 같다. TV프로그램으로 봤던 느낌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것도 또 하나의 장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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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자와 그의 사람들 한문 해석의 비밀 : 논어편
우승하 지음 / 디자인21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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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어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되어 있어서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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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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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조건과 사회적 쓸모의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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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낭콩
채도운 지음 / 삶의직조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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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6.29.
강낭콩
채도운
삶의 직조

이 책은 '강낭콩'과 '식물뿌리'라는 2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되어 있다.

● 강낭콩
강낭콩을 낳은 스물다섯의 미혼. 김솔아의 이야기.

첫 문장이 프란츠 카프카의 '변신'만큼이나 충격적이다.

"나는 강낭콩을 낳은 적이 있다. 15p."

처음엔 무슨 말인지 몰랐다. 강낭콩이 뭘 의미하는지 몰랐다. 하지만 이내 알게 되었다. 스물다섯 살 김솔아의 뱃속에 있던 태아였다. 16주도 안되어 '시신'으로 인정될 수 없어 의료폐기물로 분류되는 태아.

태아는 정말 작다. 임신을 알았을 때 내 뱃속에서 2cm 정도의 아기집에 있는 조그마한 점부터 봐왔기 때문이다. 16주도 안된 태아라면 강낭콩처럼 작을 것이다. 아마도.

정규직이 분명했지만 혼전임신으로 퇴사를 결정한 스물다섯 살의 인턴 김솔아. 김솔아의 엄마. 김솔아 남자친구의 엄마.
여기선 여러 화자가 나오지만 단연 김솔아의 시점이 우세하다.
김솔아는 자신이 낳은 강낭콩을 화분에 심어주려고 했다. 그 작은 강낭콩을 키워보려고 말이다.

소설에선 묻는다.
법적으로 태아가 될 수도 없고 시신으로 여겨지지도 않는 그 작은 '강낭콩'에 대해서 말이다.

"스물다섯의 남자와 여자. 네 그렇죠 뭐.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해야 할 나이, 사회적 쓸모를 다해야 살 나이... 우리는 아이를 지우기로 합의했어요. 39p."

사회적 쓸모.
정말 쓸쓸한 단어다.


● 식물뿌리
식물인간이 된 아버지 진석을 7년동안 간병한 지영과 진석의 아내 미선의 이야기.

진석은 식물이다. 사회적 쓸모를 증명할 수 없는 식물인간.

지영이 집에서 키우는 다 죽은 몬스테라는 진석을 상징한다. 다 죽었음에도 고집스럽게 화분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래서 미선과 지영이 매일 지속되는 절망감에서 벗어나려 연명 치료 거부 의사를 밝힌다. 하지만 인공호흡기를 떼도 진석은 자가호흡을 한다. 마치 다 죽었어도 화분 속에 굳건히 자리 잡고 나오기를 거부하는 몬스테라처럼 말이다.


"한 사람과의 추억은 돌봄의 대가가 된다. 추억이 소진되고 고갈되면 돌봄도 끝난다. 지영은 더 이상 간병을 지속할 수 없었다. 진석이 식물인간이 된 이후로 지영과 진석 사이의 추억은 유한한 한계량이 있었기 때문이다. 63p"

추억이 돌봄의 대가라는 말이, 가족으로서 해 줄 수 있는 한계를 정한 듯한 말도 되는 것 같아 씁쓸했다. 이제 추억이 다 소진되어 더 이상 비용을 낼 수 없는 진석이 더 이상 아빠일 수 없다는 말도.

"산다는 것은 돌봄의 연속이다. 68p."

미래를 꿈꾼다는 건 삶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미래가 자신의 인생은 없는 누군가의 돌봄의 연속이라면. 그렇다면 끔찍할 것이다.
돌봄. 참으로 무서운 단어다.


두 이야기엔 인간이라고 부르기 애매한 사람들이 나온다. 10주도 안돼서 사망했을 때 의료폐기물이 된 태아. 식물인간.

도대체 인간의 조건은 무엇일까.
사회적 쓸모가 있어야 하는 걸까.
그렇다면 사회적 쓸모라는 건 무엇일까.
나의 사회적 쓸모는 무엇일까.
쓸쓸한 사회의 단면을 바라본 기분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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