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기만 한 어른이 되기 싫어서 - 난치병을 딛고 톨킨의 번역가가 된 박현묵 이야기
강인식 지음 / 원더박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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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10대는 나태함에 아픔이 양념처럼 뿌려진 상태", 치료가 불가능한 난치병을 앓던 소년, 사망 직전의 상태를 수없이 경험했던 아이, 침대가 세상의 전부였던 아이, 하지만 나는 현묵의 스토리가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소개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이것은 '매우 드문 어떤 기적'에 관한 이야기이다. -저자 강인식 기자-




"박 군이 보여 준 지혜와 성실함, 그리고 용기는 본 추천인이 경험한 많은 인연을 통틀어 가장 위대하고 무한한 가능성을 확인한 사례입니다. 나이에 걸맞지 않은 극한의 시련을 삶에 대한 열정으로 승화하며 살아온 그의 경험이 (중략) 사회 구성원들에게 희망과 기회로 반영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박 군의 입학을 강력히 추천하는 바입니다."


-주치의 한림대 소아청소년과 김준범 교수 추천사 중-









첫 장을 넘기고 나서 결코 멈출 수 없었다. 선천성 중증 A형 혈우병 환자, 피를 응고시키는 정상 인자가 유전적으로 부족하거나 없다. 현묵 군의 경우는 고가의 약을 쏟아부어도 응고가 되지 않는 세계적으로 매우 희귀한 케이스라 한다. 평생을 괴롭혔던 내출혈, 극심한 고통, 망가진 관절로 걸을 수조차 없이 휠체어에 의지했다.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것이 학력의 전부였다. 거의 반은 결석했다. 응급실과 중환자실을 오가며 사투를 벌였다.




이렇게까지 육체가 망가진 상태인데 주치의 김준범 교수는 그에게서 어두움과 절망을 찾아보기 어려웠다고 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지? 그 어떤 약도 듣지 않았다. 그러다 김준범 교수를 만나게 되고 2019년 신약 임상시험에 참가해 기적처럼 다시 태어났다. 내출혈 문제가 해결되고 고통이 줄자 현묵은 생전 처음으로 '진로'라는 걸 계획할 수 있었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처럼 매주 수요일마다 강인식 기자는 현묵 군과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강인식 기자는 서울대 이상묵 교수에 대한 책 [0.1그램의 희망]을 쓴 사람이다. '한국의 스티븐 호킹'이라고 불리는 이상묵 교수, 미국에서 불의의 사고로 목뼈 아래 완전한 식물 인간이 되었다.




난치병으로 인해 거의 침대에서 보낸 10대, 현묵은 광대하고 신비로운 톨킨의 세계를 탐구하고 영국 출판사에 문의하고 그 과정에서 오류를 발견한다. 그리고 그의 지적대로 바뀐 단어가 인쇄되어 책이 찍혀 나오기까지의 과정이 파란만장하게 펼쳐진다. 중고등학교를 하루도 경험해 보지 못한 현묵에게 톨킨 덕후들의 인터넷 카페 '중간계로의 여행'은 상급 학교로의 진학과 같은 것이었다. 학교는 커녕 친구도 없던 그에게 '중간계로의 여행'의 역대 매니저들은 완벽한 아이돌이 되어 공부하는 즐거움을 알려주었다.




톨킨의 작품은 읽어본 적이 없고 영화 [반지의 제왕]과 [호빗] 정도나 본 나는 톨킨의 작품 세계가 이토록 방대하고 거대하고 깊은 줄 몰랐다. 또한 톨킨의 사후 미출판 저작들을 아들이 정리하여 펴낸 사실도 알게 되었다. 번역본이 나오고 해적판도 나오고 하는 과정을 거듭하며 벌어지는 일들이 아주 흥미진진하게 묘사된다. 톨킨의 작품 번역은 그냥 영어만 잘한다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현묵은 그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고 다른 작품과의 통일성 있는 번역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현묵에게 [반지의 제왕]은 모든 것과 연결되는 문이었다. 저자는 현묵이 '장애의 시계'와 '현묵의 시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현묵의 지적 탐구가 시작되면 '장애의 시계'는 천천히 가고 '현묵의 시계'가 돌기 시작한다. 육체의 심연에서 올라오는 극심한 고통도 잊을 만큼. 진정한 톨키니스트가 되고 싶었던 소년은 그렇게 서울대학교에 합격하게 된다.




저자가 강조했듯이 몸이 아픈 소년이 독학으로 공부하여 서울대에 합격한 '장애인의 인간 승리'로 현묵의 스토리를 말할 수 없다. 그의 긍정적 사고와 놀라울 정도의 낙천성, 극한의 통증이 몸을 짓누르면 곧바로 튀어오르는 높은 회복탄력성.


그리고 그의 어머니의 헌신적인 희생과 뒷바라지가 있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숨을 죽이고 때로는 긴장하고 때로는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 엄마로서 난치병을 앓는 자식을 둔 어머니의 마음이 어떨지 감히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의 육체가 악에 물들고 암흑이 하루하루 더 짙어져 갈 때, 그는 진정한 '스트라이더 strider' ('앞으로 성큼성큼 걷는 자, [반지의 제왕])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신은 불공평하다고 누가 그랬던 것 같다. 신의 뜻은 감히 인간이 짐작조차 할 수 없는 것이지만 때로는 맞는 것 같다. 신은 불공평한 것 같다. 하지만 그 모든 극한의 고통과 어려움을 기어이 이겨내고 자신의 꿈을 이루어나가는 현묵에게 더 이상 공평이니 불공평이니 하는 말은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에게서 '고귀한 용기'를 얻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는 소설가 장강명의 말로 마무리를 해야겠다.




해당 도서는 원더박스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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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 이얼스 - 원하는 인생에 도착하기 위해 오늘 나만의 목표를 쏴라
엘리자베스 세그런 지음, 윤여림 옮김 / 토네이도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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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는 실수에 대한 자유를 원해요. 하지만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도 꼭 해봐야 해요.

화성으로 가고 싶나요, 아니면 달로 가고 싶나요?"



인생은 로켓과 같다. 로켓 같은 우리의 20대는 삶의 여정을 계획하고 어디로 착륙할지를 정할 수 있는 가장 힘 있는 시기다. 흥분되면서도 동시에 무서운 기분이 든다. 나는 어릴 적 나의 20대를 그저 어른이 되기 전 다양한 경험을 해보는 일종의 놀이와 같은 시기라고 생각했다. 완전히 잘못된 생각은 아니다. 하지만 20대를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은 실수를 해도 된다는 자유로움과 동시에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감이다.

[로켓 이얼스] 엘리자베스 세그런, 토네이도북스 10쪽 






"인생은 로켓과 같다"

20대, 궤도의 초반에 진입한 것이며 앞으로 갈 길이 엄청 많이 남아있다. 로켓이 발사될 때 아주 미세한 각도 차이만으로도 착륙 지점은 180도 바뀔 수 있다. 저자 엘리자베스 세그런은 "인생은 로켓과 같다"는 비유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인생은 무엇과 같을까? 나는 지금껏 인생을 무엇에 비유하며 살고 있었을까?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서 포레스트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와 같다"라고 했다.

Life is a box of chocolate.

20대, 발음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설레고 아름답고 소중한 그 시기, 달콤한 독립의 시기이기도 하며 감정이 요동치는 시기이기도 하다.

다시 돌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인생은 로켓과 같다"

어디로 무엇을 쏘아 올릴 것인가?



이 책 [로켓 이얼스]는 20대에 마주할 전환점들에 대해 알려주고 이를 통해 스스로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하도록 돕는 책이다. 어떤 종류의 일과 가정생활이 가장 만족스러울지 생각해 보고 이런 비전을 현실로 실현시킬 방법을 찾도록 돕는 책이다.



저자는 20대 때 '내 선택을 도와주는 안내서가 있었다면 좋았을텐데'라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이런 생각을 한번쯤 해봤을 것이다. 누구나 자신의 소중한 인생을 잘 살고 싶다. 우리의 고민은 결국 이 질문으로 귀결된다.


'나의 소중한 인생,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일까?'


내가 20대에 이 책을 봤다면 정말 좋았을 인생의 안내서다. 저자는 말한다. 20대를 이미 훌쩍 넘겼다고 해도 이 책은 여전히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인생의 8가지 주제에 대한 나만의 정답을 찾고 싶다면 이 책 [로켓 이얼스]를 읽어보자.

나는 무슨 일을 하며 살아갈 것인지, 내 시간을 빛나게 하는 것들은 무엇인지, 지금 운동을 시작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누구와 사랑하고 언제 결혼할 것인지, 내가 진짜 원하는 가족의 모습은 무엇인지, 내 인생에 꼭 필요한 사람들은 누구인지, 나는 어떻게 내 목소리를 내며 살고 무엇을 믿으며 살 것인지.



계획한 대로 진행되는 인생은 없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화성에 가고 싶은지 달에 가고 싶은지는 결정해야 한다.

우리가 평생 배우고 익히는 이유는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최선의 선택을 하기 위해서다.

나의 선택은 미래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충분한 자기 인식이 없으면 자신의 미래가 어떤 모습이면 좋을지 알지 못한다. 목적지를 정해야 한다. 20대는 목적을 발견하기 위한 연습 시기다. 그래서 실수도 할 수 있고 방황도 할 수 있다.




내가 20대 때 이런 책을 봤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했다. 불안하고 혼란했으나 동시에 찬란했던 그 20대에 이 책 [로켓 이얼스] 같은 안내서가 있었더라면!

20대를 넘겼더라도 우리는 계속 인생의 한 부분을 살고 있다.

나의 여정은 나 스스로 짜는 것이다.

내 인생에서 로켓처럼 쏘아 올리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생각해 보자.



해당 도서는 토네이도 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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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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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 낯선 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낯선 것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는 단절된 세상에서 연결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다 또는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는 형용사다. 

낯선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의 원제가 바로 HELLO, STRANGER 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배웠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고 그들과 오래 대화하지 말고 그들이 건네는 음식은 더욱이 받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길에서 낯선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약간 경계하게 된다.

그런데 낯선 사람에게,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털어놓은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어 어떤 독서 모임에 나갔다고 하자. 그들은 나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나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나에 대한 깊은 얘기까지 늘어놓은 적이 아마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모르니까 내가 어떤 불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도 나중에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이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의 저자 윌 버킹엄은 아내 엘리를 먼저 떠나보냈다. 유방암이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 뒤 그는 시내를 걷고 있었다. 역에 세워둔 그의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갔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그때 모르는 한 여성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유방암 연구 기금을 모으고 있다면서 "유방암에 대해 아시나요?" 하고 물었다. 저자는 순간 고민했다. 그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안아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며 그를 꽉 안아 주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울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완벽한 타인이 제공해 준 '연대의 포옹'이자 '고된 삶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깨달았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슬픔이 초래한 마비 상태의 강력한 해독제가 될 수 있음을. (정말 멋있는 표현이다!)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내가 죽었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굴러가고 있으며 슬픔만이 전부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이 책은 아내를 잃은 저자가 낯선 이들을 통해 슬픔과 아픔을 극복해 나가면서 깨닫게 된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낯선 이들은, 그들이 가진 그 '낯설다'라는 장점을 통해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 편해지는 것이다. 마치 성당에서 고해 성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분명 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제노포비아 xenophobia'라고 한다. 하지만 낯선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낯선 것, 즉 익숙하지 않은 것에 우리는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뜻밖의 새로운 가능성과 해답을 찾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은 낯선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을 '필로제니아 philoxenia'라고 부른다. 이 '다름' 앞에서 우리 삶을 활짝 열어젖힐 때 우리 인생은 가능성과 흥분으로 넘쳐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타인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지도 모르는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않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외로운 것을 싫어하면서도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기도 한다. 20층이 넘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팬데믹은 왔다가 지나간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서로 연결되고 서로 껴안고 "고맙다"고 말해 주자. "사랑한다"고 "오늘 애썼다"고 말해 주자.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나를 걸어잠그지 말자. 나를 활짝 열고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자. 그들은 나를 흥미롭고 새로운 곳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서로 연결되자. 나 또한 타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그들을 멋진 곳으로 인도해 줄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해당 도서는 어크로스 출판사의 어크로스북클럽 ABC 시즌3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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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 - 어느 내향인의 집 나간 외향성을 찾아서
제시카 팬 지음, 조경실 옮김 / 부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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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뼛속까지 타고난 내향인의 운명을 과연 바꿀 수 있을 것인가? 제대로 딱 1년만 바꿔보자 결심하고 도전한 유쾌한 이야기를 읽고 싶다면 이 책 [이제 나가서 사람 좀 만나려고요]를 읽어보자.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들이 있다. 낯선 사람에게 쉽게 말을 걸고 그들과 금세 친구가 되는 사람들 vs 그렇지 않은 사람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어야 에너지가 생기는 사람들 vs 혼자 있어야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들.

물론 내향인이라도 종류가 있는데 저자 제시카 팬처럼 '사회생활에 서툴면서 동시에 내향적'이고 심하게 수줍을 타는 사람이 있다. 이런 이들을 '신트로벌트' (shy + introvert를 합쳐 저자가 만들어낸 신조어)라고 부른다. 깊은 구덩이 속에 빠져버린 느낌, 어떻게든 거기서 빠져나오고 싶긴 하다. 내향적이라서 구덩이에 빠진 것이 아니다. 어쩌다 보니 구덩이에 빠진 내향적인 사람일 뿐이다. 한 가지는 확실하다. 구덩이에서 빠져나오고 싶은가? 그렇다면, '뭔가 달라져야 한다.'


정말 심하게 내향적이고 수줍음이 많고 낯선 것에 대한 두려움까지 있던 저자는 회사에서 상을 받게 된다. '일을 위해 영혼까지 판 사람'에게 주는 상, 즉 가장 늦게까지 회사에서 일한 사람에게 주는 상. 집에 와서 '꺼져!'라고 외치며 트로피를 벽장 속에 넣었다. '뭔가 달라져야 한다! 당장!'

헬스클럽에 등록하고 체중 감량 대회에서 우승하기 위해 사우나를 했다. 마치 닌자같이 검은 색 옷으로 온몸을 휘감고. 물도 안 마시면서. 조금이라도 더 땀을 흘려서 체중을 줄이기 위해 들어간 사우나에서 잡지를 읽게 된다. '지나치게 땀을 많이 흘려 체내 수분이 부족하게 되면 열사병이 생기고 뇌 손상을 일으켜 사망에 이르게 된다'는 기사를. 나는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사우나에서 결심했다. 딱 1년만 외향적 인간이 되어 보리라!

이 책의 추천사를 쓴 소설가 장강명의 표현대로 이분, 정말 유머감각이 뛰어나다. 정말 혼자 키득거리면서 이 책을 읽었다. 이 정도 유머감각을 가졌다면, 사람들과 대화할 때 참으로 유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의 글에서처럼 대화할 때도 발휘될 수 있다면 말이다.

전문가의 조언으로 그녀는 처음 보는 사람을 붙잡고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영국 여왕님의 이름이 뭐죠?" 당시 그녀는 남편과 함께 런던에 살고 있었다.

헐, 런던에서 영국 여왕님의 이름이 뭐냐고 물어보라고? 그것도 생판 모르는 사람에게? 그런 바보 멍청이 같은 질문을 하느니 차라리 다리가 부러지는 편을 택하겠다던 저자는 정말 이를 실행에 옮긴다. 더욱 웃기는 것은 그녀에게 영국 여왕의 이름이 '빅토리아'라고 말하고 지나간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바보같은 질문을 던져서 비로소 자기 안의 두려움과 똑바로 마주하게 되었다! 자신감 한 단계 업! 효과가 있군. 이건 뭐지?

낯선 사람에게 말을 거는 것에 약간 자신감을 가지게 된 그녀, 하지만 그들과의 대화는 잡담의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다. 당연한 거 아닌가? 낯선 사람과 얼마나 진지한 대화를 하려고 그러지?

전문가는 그녀에게 이렇게 조언했다. "날씨 얘기만 했다고요? 자신을 더 드러낼 필요가 있어요. 자기 얘기를 먼저 해 보세요. 상대에게 개인적인 질문도 하고요." 사람들은 누구나 거절당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기억해야 한다. 내가 먼저 손을 흔들면 '모두'가 나에게 손을 흔들 것이다!!!

그녀는 '사교적인 사람이 되는 법'이란 강좌에 등록했다. 알랭 드 보통의 아이디어로 만들어진 인생 학교에서 진행되는 강의라고 한다. "누구와도 관계 맺지 못한 채 재미없이 살다 죽는 것은 정말 두렵고 암울한 일이다."

타인과 진실한 관계를 맺는 가장 빠른 방법은 자신의 약점과 불안함을 털어놓는 것이다. 대부분은 자기를 자랑하고 싶어한다. 자기 자랑만 늘어놓으면 상대는 시기하게 된다. 하지만 개인적인 슬픔은 타인의 공감을 일으킨다. 다른 사람이 망하길 바라서 그러는 것이 아니다. 우정을 쌓게 해 주는 것은 '약점'과 '연약함'이다.

정말 말 그대로 제시카 팬은 외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파란만장한 1년'을 보냈다. 길거리에서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즉흥 연기 수업을 듣고,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고, 디너 파티를 주최했다. 와,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나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을까 생각했다. 길을 물어보기 위해 모르는 사람에게 말을 걸어본 적은 있다. 우리나라 또는 외국에서. 하지만 "제가 기억이 잘 안 나서요.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 이름이 뭐였죠?"라고 물어보는 건 할 수 있을까? 다들 정신 나간 여자 취급을 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을까?

내향적인 사람이라고 반드시 불행하게 살라는 법은 없다. 당연하지.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 한다. 저자는 자신이 바뀌지 않는다면 이 세상을 평생 두려움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자신을 움직였다고 했다. 확신은 없었지만 세상을 외향적으로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냥 알고 싶었다고 했다.

당신이 무엇을 하느냐에 따라 당신이라는 사람은 달라질 수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은 지금까지 인간의 성격에 관해 머릿속에 박혀 있던 이전까지의 고정관념을 뒤집는 새로운 발견이 될 것이다. -430쪽-

심리학자 브라이언 R. 리틀

그래, 할 수 있다. 아무리 심한 내향인이라도 적극적 의지가 있다면 외향적으로 바뀔 수 있다. 사람의 타고난 성향을 완전히 바꿀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바뀌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하느냐 말이다. 저자가 지적한 대로, 이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을 더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향인들은 외향인들을 부러워하고 바뀌기 위해 저마다의 크고 작은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다.

해당 도서는 부키출판사로부터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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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나서 죄송합니다 - 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전안나 지음 / 가디언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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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태어났는지 죽을 만큼 알고 싶었다." 자기 역사를 쓰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

즉 자신의 존재 확인을 위해서이다.

하루라도 죽음을 생각하지 않았던 날이 없었다.

죽지 않고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하지 못해 죽으려고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대신, 접촉성 피부염이 생겼다.

재투성이 신데렐라였던 그녀, 입양된 다섯 살부터 양어머니 집을 탈출한 스물일곱 살까지

매일 정서적, 언어적, 신체적 폭력에 시달리고 도움도 청하지 못한 채

그렇게 아픈 상처를 숨기고 밖에서는 부잣집 외동딸로 살았다.

사업이 망한 후 무능했던 양아버지는 양어머니의 폭력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어려서부터 가장 많이 들었던 말, "죽어라."

태어나서 죄송합니다......

19년 차 사회복지사, 가정 폭력 전문 상담사, 아동 인권 강사이자 [1천 권 독서법]의 저자로 유명한 전안나 작가,

그녀의 다른 이름, 김주영

고아, 무적자, 입양아, 그리고 아동 학대 피해자였던 그녀,

읽으면서도 이게 현실이라고 믿기 힘들었다.

어떻게 그렇게 어릴 때부터 학대를 받고 살았는데 반듯하게 자라고 이렇듯 잘 살아냈을까.

그녀를 붙들어 주었던 것은 바로 책이었다!

그녀의 가슴 시리도록 아픈 이야기를 읽으며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이 생각났다.

[빙점]의 요코도 입양아였다. 어린 딸 루리코를 죽인 살인범의 딸을 키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나쓰에는 요코를 학대했다.

요코도 사실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았지만 그럴수록 더욱 빗나가지 않고 바르게 자라겠다고 굳게 결심했다.

김주영이었던 어린 전안나와 요코가 오버랩되었다.

전안나 작가의 어느 글에서 1천 권을 읽으면 사람이 미워지지 않는다고 했던 것이 생각났다.

그녀가 살기 위해, 정말 살기 위해 얼마나 독서에 매달렸을지 감히 상상도 하기 힘들다.

누구에게는 지적 취미인 독서가 그녀에게는 생존을 위한 처절한 도구였다.

전안나를 관통하는 키워드는 '자유'다.

그녀는 늘 자유를 꿈꿨다. 정신의 자유 못지 않게 이제 신체의 자유도 꿈꾼다고 했다.

어느 시인이 "나란 사람은 지금까지 만나 온 사람들의 일부"라고 했다고 한다.

그녀는 "나란 사람은 지금까지 만나 온 책의 일부"라고 말한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가 너무 커 사람을 믿기 힘들었던 작가는 책이야말로 자신의 충전기였다고 한다.

진정한 용기는 나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의 아픔, 슬픔, 절망, 좌절이 오롯이 전해져 읽기가 힘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용기 있게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낸 전안나 작가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해당 도서는 가디언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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