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이라는 가능성 - 나의 세상을 확장하는 낯선 만남들에 대하여
윌 버킹엄 지음, 김하현 옮김 / 어크로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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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것, 낯선 사람'의 의미는 무엇일까? 낯선 것이 주는 두려움을 극복하고 우리는 단절된 세상에서 연결된 세계로 나아갈 수 있을까?

'낯설다'는 전에 본 기억이 없어 익숙하지 않다 또는 사물이 눈에 익지 아니하다는 형용사다. 

낯선 사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이 책의 원제가 바로 HELLO, STRANGER 이다. 우리는 낯선 사람을 경계하라고 배웠다. 낯선 사람을 따라가지 말고 그들과 오래 대화하지 말고 그들이 건네는 음식은 더욱이 받아먹어서는 안 된다고 배웠다. 길에서 낯선 사람이 나에게 말을 걸어오면 약간 경계하게 된다.

그런데 낯선 사람에게, 그러니까 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 보는 사람에게 나에 대해 털어놓은 경험이 있는가? 예를 들어 어떤 독서 모임에 나갔다고 하자. 그들은 나와 다른 지역에 거주하고 나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 오히려 그래서 더 마음 편하게 나에 대한 깊은 얘기까지 늘어놓은 적이 아마 있을 것이다. 그 사람은 나를 모르니까 내가 어떤 불편한 감정에 대해 이야기해도 나중에 다시 만날 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편하다. 

이 책 [타인이라는 가능성]의 저자 윌 버킹엄은 아내 엘리를 먼저 떠나보냈다. 유방암이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지 며칠 뒤 그는 시내를 걷고 있었다. 역에 세워둔 그의 자전거를 누군가 훔쳐 갔다. 왜 하필 지금이냐고. 그때 모르는 한 여성이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녀는 유방암 연구 기금을 모으고 있다면서 "유방암에 대해 아시나요?" 하고 물었다. 저자는 순간 고민했다. 그는 거짓말을 할 수도 있었고 그냥 무시하고 지나갈 수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사실대로 말했다. 그녀는 "안아드려야겠어요."라고 말하며 그를 꽉 안아 주었다. 그는 그녀의 어깨에 기대어 울면서 말했다. "고마워요."

완벽한 타인이 제공해 준 '연대의 포옹'이자 '고된 삶에 대한 공감의 표현'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그는 깨달았다. 낯선 사람과의 만남이 슬픔이 초래한 마비 상태의 강력한 해독제가 될 수 있음을. (정말 멋있는 표현이다!)낯선 이들과의 만남을 통해 (아내가 죽었음에도) 여전히 세상은 굴러가고 있으며 슬픔만이 전부는 아님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 이 책은 아내를 잃은 저자가 낯선 이들을 통해 슬픔과 아픔을 극복해 나가면서 깨닫게 된 삶의 통찰을 담고 있다. 낯선 이들은, 그들이 가진 그 '낯설다'라는 장점을 통해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끔은 나에 대해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속내를 털어놓으면 편해지는 것이다. 마치 성당에서 고해 성사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우리에게는 낯선 것에 대한 공포가 분명 있다. 낯선 사람에 대한 공포를 '제노포비아 xenophobia'라고 한다. 하지만 낯선 것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한다. 낯선 것, 즉 익숙하지 않은 것에 우리는 흥미를 느끼기도 한다. 낯선 것, 익숙하지 않은 것에서 뜻밖의 새로운 가능성과 해답을 찾기도 한다. 그리스인들은 낯선 사람과 연결되고자 하는 욕망을 '필로제니아 philoxenia'라고 부른다. 이 '다름' 앞에서 우리 삶을 활짝 열어젖힐 때 우리 인생은 가능성과 흥분으로 넘쳐날 것이다. 

우리는 코로나로 인해 그 어느때보다 고립된 생활을 하고 있다. 타인을 코로나 바이러스를 옮길지도 모르는 잠재적 가해자로 보지 않았는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 외로운 것을 싫어하면서도 스스로 고립을 자처하기도 한다. 20층이 넘는 아파트에서 함께 살면서도 서로에 대해 알고 싶어하지 않고 서로 연결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팬데믹은 왔다가 지나간다. 우리는 계속 살아가야 한다. 마음의 문을 활짝 열고 서로 연결되고 서로 껴안고 "고맙다"고 말해 주자. "사랑한다"고 "오늘 애썼다"고 말해 주자.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나를 걸어잠그지 말자. 나를 활짝 열고 타인이라는 가능성을 받아들이자. 그들은 나를 흥미롭고 새로운 곳으로 인도해 줄 것이다. 서로 연결되자. 나 또한 타인에게 새로운 가능성이 될 수 있다. 그들을 멋진 곳으로 인도해 줄 수 있다니, 멋지지 않은가!

해당 도서는 어크로스 출판사의 어크로스북클럽 ABC 시즌3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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