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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
프랜 리보위츠 지음, 우아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부와 권력은 독서보다는 혈통으로 얻어질 확률이 훨씬 높다. 예의 있는 대화에 실제로 예의와 대화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위대한 사람은 생각을 논하고, 평범한 사람은 물건을 논하며, 시시한 사람은 포도주를 논한다. 만약 당신이 개이고 주인이 당신에게 스웨터를 입히려고 한다면 주인에게 꼬리를 달아볼 것을 권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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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 리보위츠, 여성이다. 뉴욕의 엄청난 다독가이며 도시 문화와 현대인의 일상에 대해 거침없는 촌철살인 유머를 내뱉으며 젊은 세대들로부터도 큰 추앙을 받는다는 프랜 리보위츠. 누군지 정말 궁금했다. 그래서 문학동네의 서평단에 지원하여 출간 며칠 전에 책을 받았다. 사실 사진만 보고 남자라고 생각했었다. 남자인 것 같기도 하고 여자인 것 같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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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생소한 그녀, 프랜 리보위츠는 1950년 뉴저지에서 태어나 고등학교 퇴학 후에 뉴욕시로 이주했다. (퇴학 ?)그 후에 한 일이 정말 눈길을 끈다. 대학생 과제 대필, 청소부, 개인 기사, 택시 운전사, 포르노 작가, 칼럼니스트 등등. (포르노 작가 ?) 그러다가 앤디 워홀이 창간한 잡지 <인터뷰>와 <마드무아젤>에 발표한 글을 엮어 [대도시 생활 Metropolitan Life (1978)]를 썼는데 이 책으로 유명세를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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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프랜 리보위츠]는 무려 1994년 발간된 책인데 우리나라에서 굉장히 늦게 번역이 된 모양이다. 그녀는 여성, 레즈비언, 유대인, 뉴요커, 비평가, 에세이스트라고 소개된다. 그녀의 경력, 자퇴도 아닌 퇴학. 고등학교 퇴학 후 여러 직업을 전전해서일까? 헉 소리 나게 까는 말들이 엄청나게 많다. 확실히 자기 주장이 강하고 관찰력이 뛰어나며 거침없다. 때로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픽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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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그러면 '색깔'에 대한 그녀의 생각을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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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은 '열정'을 연상시키지만 세상에는 방화라는 것도 존재함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노란색을 지나치게 사모하는 이들은 어린이의 순수함과 해맑은 낙관주의를 조장하려고 하지만, 주의 표지판과 법조인들이 즐겨 쓰는 노트가 노란색이다. 물은 차분하고 평화로우며 파랑은 물의 색깔이기에 평정심을 상징한다고 한다. 하지만 파랑의 신봉자들은 기억해야 한다. 물은 상어가 가장 좋아하는 환경이며 백이면 백 익사의 원인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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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웃기지 않은가? 빨간 장미는 사랑과 열정을 상징하지만 불타는 집을 보고 열정을 떠올릴 사람은 없겠지. 파랑은 역시 냉철함을 상징하지만 상어가 제일 좋아하는 색이기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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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는 주장한다. 색깔에도 당연히 미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색깔이 생각을 전달하고 인간성의 비밀을 풀 열쇠를 제공한다고 믿는 유행에 휘둘리기를 거부한다고. '의미심장한 색깔'이란 없다. 사람들이 사물과 색깔 사이에 어떤 의미있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걸 풍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요즘 유행하는 '퍼스널 컬러' 찾기는 어떻게 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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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당신이 개이고 주인이 당신에게 스웨터를 입히려고 한다면 주인에게 꼬리를 달아볼 것을 권하라. 리보위츠는 어떠한 동물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동물은 그녀의 친구가 아니다. 그러나 동물에 대해 특별히 나쁜 감정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하여 그녀는 동물을 애완용으로 기르는 행위에 찬성하지 않는 정도가 아니라 반드시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특히 개를. 특히 뉴욕에서. 동물을 좋아하고 싫어하는 것은 개인적인 취향이겠으나 이 부분은 많은 공격(?)을 받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대범한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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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 리보위츠를 주인공으로 넷플릭스에서 다큐 <도시인처럼>을 제작했다고 한다. 그녀의 말과 생각에 사람들이 열광하는 이유는, 자신들이 하지 못했던 말을 대신 해 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차마 솔직하게 까지 못했던 말들을 그녀가 뻔뻔하고 심술궂게 대신 해 주니까. 어떤 부분은 말장난 모음이라고 부를 정도로 유희에 가깝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프랜 리보위츠, 아마 그녀는 '평범함'을 세상에서 가장 싫어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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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문학동네의 서평단으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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