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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개토태왕 담덕 3 - 여명의 기운
엄광용 지음 / 새움 / 2022년 9월
평점 :
백제의 대왕 구가 태자 수에게 유언을 남기며 눈을 감는 것으로 시작된다.
대왕 구는 혈기왕성한 태자 수가 젊은 혈기에 군대를 일으킬까 두려워 다음과 같이 유언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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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흉년에는 전쟁을 일으키는 법이 아니다. 경거망동을 삼가고 백성들을 보살피는 일에 열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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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유언은 지켜지지 못했다.
건국 이래 가장 크게 영토를 확장했던, 불세출의 영웅, 백제의 제 13대 근초고왕이었다.
선왕의 유지를 받들라는 신하들의 충고를 대왕 수(제 14대 근수구왕)는 듣지 않았다.
당장 전쟁을 일으키고 싶어 "짐의 앞을 가로막는 자가 있다면 그의 목을 칠 것"이라는 왕 앞에서 말릴 자가 누가 있겠는가.
지형적으로 군사적 요충지이며 인삼의 재배지로 유명한 부소갑을 놓고 또다시 보고구려와 백제의 한판 승부가 벌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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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토 확장이라는 거대한 명목 하에 희생되어야 했던 수많은 백성들의 생명
군사뿐만 아니라 군량미도 확보해야 하므로 세수도 늘려야 했다. 강제 징집에 저항하거나 도망치는 백성들은 군사들의 칼에 죽어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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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도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니라."고 했던 백제의 장군 목라근자의 말이 생각난다.
젊은 혈기에 대장의 명령에 불복종하고 진군했다가 패배한 진가모
출정을 멈추어 달라고 간곡히 간언했던 막고해 장군의 말을 듣지 않았다가 대패한 백제 대왕 수
백제가 치른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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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에 이긴 고구려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을두미의 계략으로 백제군을 물리치고 부소갑을 탈환하는 대승을 거둔 고구려
대왕 구부에게는 부왕의 한을 풀어준 통쾌한 복수극이었으나 흉년에 젊은 아들들을 전쟁터에 내보내고
군량미까지 바치고 전염병까지 발생하여 백성들은 전쟁보다 더 심한 가난과 싸워야만 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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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태제 이련의 아들 담덕은 다섯 살때부터 을두미에게 학문과 무술을 익히며 자라났다.
어린 나이에 단궁이 아니라 각궁을 다루며 활 하나도 과녁에서 벗어나는 법이 없는 담덕,
동명성제의 활솜씨를 그대로 이어받았음을 보여준다.
단궁은 박달나무로 만든 목궁이며, 맥궁은 무소의 뿔과 쇠심줄로 만든 활이라 각궁이라 불렸다.
단궁은 활쏘기 연습용이나 사냥용, 군사용 등으로 쓰였고 맥궁은 주로 군사용으로 쓰였다.
일곱 살인 담덕은 각궁을 다룰 정도로 힘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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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살보다 마음이 먼저 날아가야 과녁을 명중시킬 수 있다."라고 거침없이 말하는 담덕
담덕의 교육을 위해 왕태제 이련과 동궁빈은 담덕을 하가촌으로 보내기로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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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왕이 좋은 왕일까? 강력한 왕권을 구축하고 영토를 확장한 왕일까?
역사 교과서에는 각 왕들의 업적들이 나열된다. 교과서에서는 수많은 전쟁들, 영토 확장을 둘러싼 백성들의 아픔은 자세하게 알 수 없다.
흉년에는 전쟁을 일으키지 말라는 충언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을 것이다.
백성들은 살기 위해 도적떼가 되기도 했다. 전쟁보다 더 심한 것이 전쟁 뒤의 가난이었다.
백제의 장군 목라근자는 "임금도 백성을 위해 있는 것"이라고 했지만, 과연 그렇게 생각했던 왕이 몇이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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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보인다. 백성들의 아픔과 고달픔과 고통이 느껴진다.
우리 역사에 얼마나 많은 전쟁이 있었는가.
전쟁으로 죽고 가난으로 죽어갔던 얼마나 많은 백성들이 있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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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도서는 새움출판사의 담덕북클럽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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