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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생명의(아주) 짧은 역사
헨리 지 지음, 홍주연 옮김 / 까치 / 2022년 7월
평점 :
모든 생물의 끝은 멸종이다. 생명 그 자체도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 호모 사피엔스도 예외는 아닐 것이다. 인류는 예외적인 종이다. 인류는 앞으로 몇백만 년 더 존재할 수도 있고, 다음 주 화요일에 갑자기 절멸할 수도 있다. 호모 사피엔스가 예외적인 이유는, 자연의 체계 안에서 자신들의 자리를 자각한 유일한 종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들이 세상에 입힌 피해를 인식하고, 그 피해를 줄이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259쪽)
지구가 생성된 이래 기후가 변화는 것은 당연한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기후 변화에 따라 여러 종들이 진화했다 사라지기도 했다.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 지금 당장 지각판의 이동을 멈추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이제 인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면서 책임감 있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인류가 곧 자급자족을 할 수 없게 되어 멸절할 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항상 있었으나 오히려 인구는 증가했고 수명도 훨씬 늘어났고 의학 기술도 발전했다. 오히려 이슈는 가난 그 자체보다 부의 불평등으로 옮겨가게 되었다. 하지만 호모 사피엔스는 조만간 결국 멸종할 것이다.
[네이처]의 시니어 에디터인 저자 헨리 지는 과학계의 방대하고도 대단한 최신 논문들 틈에서 일하면서 엄청난 과학적 지식으로 무장했던 것 같다. 고등학교 지구과학 시간에 배웠던 내용을 굳이 어렵게 떠올리지 않더라도 마치 한 편의 과학 소설처럼 읽을 수 있었다. 물론 공룡의 이름이라고는 티라노사우루스밖에 아는 게 없어서 수많은 양막류나 식물들, 공룡들의 이름이 매우 낯설기는 했다.
호모 사피엔스는 계획적으로 우주로 나아간 최초의 종이다. 앞으로 인간이 지구가 아닌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살아갈 수 있을까? 기업들은 비용을 낮춰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우주여행을 하게 될 것인가? 하지만 저자 헨리 지는 말한다. 그렇게 된다고 하더라도 인류가 멸종을 맞이할 운명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인류의 미래에 대해 너무 비관적인 것이 아닐까?
저자가 에필로그에서 소개한 소설이 매우 인상적이다. 올라프 스테이플던(1886-1950)의 [별 창조자 Star Maker]가 그것이다. [별 창조자]는 1937년에 출간되었다. 주인공은 아내와 싸운 후 밖에 나와 앉아 있다가 우주를 탐험하는 환상 속에 빠져든다. 우주를 떠돌다가 우주 속 다른 공동체의 일원이 되고, 마침내 창조자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는 창조자와의 만남을 통해 알게 된다. 우리의 우주는 창조자의 한 연습장일 뿐이고 창조자의 작업장에는 다른 장난감 우주들이 여러 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아직 만들지도 않은 더 큰 우주도 있다는 것을.
소설 [별 창조자]의 화자는 인류를 인도해 줄 "두 개의 빛"을 제시한다. 첫째는 "공동체라는 작고 빛나는 원자"이고 둘째는 "별들의 차가운 빛"이다. 주인공이 경험한 거대한 우주 안에서는 세계대전과 같은 것은 하찮은 문제일 뿐이다. 그래서 최후 멸망이 이르기 전에 미미하더라도 동족들을 살리기 위한 짧은 노력에 어떤 식으로든 참여하라고 독려하면서 소설이 끝난다고 한다.
공동체 부분은 이해가 되는데 "별들의 차가운 빛"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차가운 빛은 인류의 이성을 뜻하는 것일까? 저자 헨리 지는 이렇게 끝을 맺는다. "그러므로 절망하지 마라. 지구는 버티고 있고, 생명은 아직 살아 있다." 지구의 탄생부터 지금까지의 역사를 왜 (아주) 짧은 역사라고 했을까? 세계대전마저도 미미한 문제일 뿐인 거대한 우주의 흐름 속에서 우리 인간의 존재는 무엇이며 역할은 무엇일까? 중요한 것은 지구가 아직 버티고 있을 때 우리는 미미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구가 다음주 화요일에 멸망하더라도 말이다. 이것이 이 책 [지구 생명의 아주 짧은 역사]를 읽은 나의 결론이다.
해당 도서는 까치출판사의 #아주생생단 으로 선정되어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