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파친코 1 - 개정판 ㅣ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이민진 지음, 신승미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7월
평점 :
역사란 무엇인가? 참 어려운 질문이다. 역사를 왜 배워야 하는가? 더 어려운 질문이다. 우리의 역사는 무엇이며 어떻게 흘러왔는가? 저자 이민진 작가는 말한다. 우리가 매력적이기 때문에 한국인 이야기를 쓴다고.
⠀
⠀
⠀
"역사는 우리를 저버렸지만, 그래도 상관없다." (15쪽)
⠀
전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파친코 1]의 첫 문장이다. 1910년 조선은 일제의 식민지가 되었다. 통탄할 만한 역사적 사건이자 사실이다. 그러나 궁핍하고 고단한 삶을 억척같이 살아내는 촌사람들은 부패한 위정자들과 무능한 양반들에게 신경 쓸 겨를조차 없는 것(16쪽)이 또한 살벌한 현실이었다. 나라는 빼앗겼어도 먹고는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게 역사이자 현실이 아닐까?
⠀
⠀
⠀
흔히 역사를 승자의 기술이라고 한다. 우리가 역사 교과서나 역사책에서 접하는 사건은 승자의 관점에서 쓰여진 것들이 많기 때문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이 짧은 단어 속에는 엄청나게 많은 아픔과 차별과 혐오가 포함되어 있고 그 거대한 소용돌이에서 살아 남고자 애쓴 수많은 촌사람들의 이야기가 숨어 있다. 작가가 17쪽에서 언급한 노인이나, 과부, 고아 같은 약자들, 식민지 반도에서 더없이 절박했던 삶을 견뎌내야 했던 이들의 그 파란만장한 이야기가 '승자의 관점'이 아닌 '그들의 관점'으로 여기 [파친코 1]에서 시작된다.
⠀
⠀
⠀
[파친코]의 줄거리는 이미 많은 SNS와 인터넷 서점 등에 나와 있기 때문에 이를 언급하지는 않겠다. 한류가 전세계적으로 열풍이지만 이것이 한국과 한국인의 전부가 아니다. 우리가 과거에 일본의 식민지였으며 그 아픔의 역사를 일본이 왜곡하고 있다는 사실, 그런 가운데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 작가는 이런 사실을 알리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나는 이민진 작가가 왜 하필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혼신의 노력을 기울여 우리 아픔의 이야기를 썼을까 생각해 보았다. 쉽게 쓸 수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작가는 일본계 미국인 남편과 함께 4년간 일본에 머물며 방대한 조사와 취재를 했다.
⠀
⠀
⠀
"이런 문제가 요셉과 무슨 상관이 있을까? (275쪽) 275-276쪽에서 이제 일본이 곤경에 처해 있고 중국에서도 전쟁이 벌어지고 있고 등등 당시 상황 설명이 이어진다.
⠀
⠀
중국은 백만 명을 잃어도 계속 버틸 여력이 있는 여전히 거대한 나라인 반면 조선은 그렇지 않았다. 일본의 적이 이기면 조선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까? 조선인들이 스스로를 구할 수 있을까?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각자 살 방도를 궁리해야 한다는 것인 조선인들이 마음속에 품은 생각이었다. 가족을 지켜라. 자기 배를 채워라. 정신 바짝 차리고 지도자를 믿지 마라. (276쪽)
⠀
⠀
⠀
일본의 적이 이긴다고 해도 조선인들에게 편안한 삶이 주어지는 것이 아니었다. 고통스러운 나날이 계속되어도 살아가야 했다. 그 누구의 삶도 하찮지 않아야 했다. 아이를 주심에 감사하고 열심히 키우고 살아야 했다. 가족을 지키고 먹이기 위해서는 언제나 정신을 바짝 차리고 있어야 했다. 지극히 평범하지만 꿋꿋하게 가난과 차별과 억압을 딛고 살았던 '한국인들', 이민진 작가가 [파친코]에서 그려내고 싶었던 우리의 조상들이 아닐까? [파친코 2]에서 펼쳐질 한국인들의 이야기가 기다려진다. 하찮을 수 없는 그 강인한 존재들, 그들이 한국인들이다.
⠀
⠀
⠀
해당 도서는 인플루엔셜 출판사의 서평단으로 도서협찬을 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