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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실 언니 - 반양장 ㅣ 창비아동문고 14
권정생 / 창비 / 2000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일본에서 살다 해방 후 한국으로 건너온 몽실이네 가족. 오랜 세월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정씨를 기다리던, 가난에 지치고 질려버린 밀양댁은 몽실이를 데리고 김씨에게 개가한다. 그러나 몽실이는 밀양댁과 김씨 사이에서 아들인 영득이가 태어나자 홀대를 받고 김씨에게 맞아 절름발이가 되고, 고모의 손에 이끌려 돌아온 정씨 아버지에게로 간다.
밀양댁은 가는 몽실이에게 울며 미안하다고 한다. 미안하다고만 하는 밀양댁이 책임감이 없어보였다. 밀양댁이 몽실이에게 더 신경을 써주고 보살펴 준다면 김씨도 마음이 풀려 함께 살 수 있었을텐데, 아쉽다. 하지만 몽실이는 고개를 넘어가며 이렇게 얘기한다. '엄마 잘못이 아니야.' 나 같으면 평생 엄마를 원망하며 살텐데 엄마의 아픔을 이해해주는 몽실이.
하지만 몽실이는 아직 어리다. 엄마를 떠난다는게 얼마나 힘들었을까. 정씨아버지는 북촌댁과 재혼하고, 몽실이는 처음에는 엄마가 아니라고 부정하지만 둘은 점점 친해지게 된다. 그렇게 평화로운 생활을 이어가던 몽실이네 가족. 하지만 곧 전쟁이 일어났고, 몸이 안 좋았던 북촌댁이 여동생 난남이를 낳고 죽어 힘든 피난길에 오르게 된다.
이때부터 난남이를 보살피는 몽실이의 생활은 시작된다. 정확히 따지자면 난남이는 몽실이의 친동생이 아니다. 몽실이는 밀양댁을 닮았지만, 난남이는 북촌댁을 꼭 빼어닮았다. 하지만 몽실이는 닮지도 않은 동생을 엄마처럼 따뜻하게 보살핀다.
힘든 피난길 속에서 몽실이는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어머니 밀양댁은 죽는다. 밀양댁이 죽었다는 소식을 들은 정씨는 슬퍼하며 밀양댁을 용서한다. 그리고 얼마 후 진료를 받으려고 병원앞에서 줄을 서 있다가 정씨아버지도 돌아가신다.
이제 하늘 아래 몽실이를 돌봐 줄 부모님들은 모두 돌아가셨다. 같은 핏줄이라고는 돌봐야 할 난남이, 영득이, 영순이만이 남았다. 하지만 영득이와 영순이는 새어머니와 함께 이사를 가서 찾을 수 없게 된다. 마지막 남은 동생인 난남이는 부잣집에 입양을 하게 되고, 싫어할 줄 알았던 난남이는 오히려 기뻐한다. 몽실이는 얼마나 슬펐을까. 태어났을 때부터 줄곧 돌봐주었던 동생이 언니와 헤어지는데도 부잣집에 살러 간다고 철없이 기뻐하고 있는데. 그리고 몽실이는 다짐한다. 언젠가는 세 동생들을 다시 찾아 보살필 거라고.
그 후로부터 삼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어느새 어머니가 된 몽실이. 몽실이는 영득이와 영순이와 편지를 주고 받으며 지내고, 병원에 있는 난남이에게도 자주 간다. 난남이는 북촌댁처럼 결핵을 앓아 행복한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된다. 난남이는 이제서야 몽실이가 있었기에 자신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다. 몽실이의 기우뚱기우뚱거리는 걸음이 난남이와 동생들을 힘들게 보살피며 키워온 것이다. 위태롭지만 강해보이는 몽실이의 뒷 모습. 그건 힘든 세상 속에서 살아온 우리 할머니들의 뒷 모습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