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홉살 인생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위기철 지음 / 청년사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여민이가 아홉 살이 되어 바라보는 세상에 대해 쓴 책이다. 여민이가 이사 온 동네의 아이들은 동네 사람들에게 별명을 붙여주고 있었다. 아이들이 붙인 별명이 사람들의 성격을 잘 나타내고 있었다. 그래서 책에 새로운 별명이 나올 때마다 그 사람의 성격을 맞추어 보곤 했다. 그러다가 '골방철학자'라는 별명이 나왔을 때는 어떤 성격일까 매우 궁금했었다.

골방 철학자는 대학을 나왔다. 그리고 골방철학자의 머리 속에는 분명히 대학을 나왔기 때문에 자신은 동네 사람들과는 다르다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가 않았고, 골방철학자는 가난하고 힘든 자신의 현실을 비관하기만 하며 살았다. 그리고 그의 비현실적인 욕망은 숲에서 목을 매달고 죽는 것으로 끝이 났다.

어른들은 가끔 어린아이들을 보고 '어리니까' 하며 무시해 버린다. 어린이들에게는 이것저것 따지고 재지 않고 사건을 순수하게 바라볼 줄 아는 눈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확실히 어느 면에 있어서는 어린이가 사건을 쉽게 해결하는 능력이 더 뛰어난 것 같다. 윤희의 고민을 들어준 여민이처럼 말이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역시 윤희도 여민이를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해 버려서 안타까웠다.

주인공만큼이나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주인공 여민이의 친구 기종이. 기종이는 순수한 속마음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누나와 단둘이 힘들게 살다보니 상상을 많이 하게 되는지 비현실적인 말들을 하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런 기종이에게서 많은 것을 배우게 되었다. 기종이는 여민이에게 '노란네모'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가식적인 마음과 우월감을 상징하는 '노란네모'. 누구나 노란네모 하나쯤은 가지고 살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자신의 마음이 노란네모를 가지지 않도록 하는 것보다 노란네모를 많이 갖지 않도록 노력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 기종이는 여민이가 '노란네모'를 가지게 된 날부터 속상해 하며 여민이가 다른 나라 사람이 되었다고 얘기했다. 내가 만나는 사람들은 모두 우리 나라 사람들인데도 다른 나라 사람들처럼 말이 통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다른 나라 사람인데도 불구하고 마음이 통하여 절친한 친구가 되는 사람들도 많다. 서로의 말을 듣지 않으려고 하지 않을 때, 그게 바로 서로 다른 나라 사람이 된 것이 아닐까.

그리고 어느날 기종이의 누나는 외팔이 하상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기종이는 처음엔 누나를 빼았겼다고 슬퍼했지만 결국에는 씩씩하게 누나와 하상사와 함께 이사를 갔다. 그 세 사람은 서로를 아껴주고 도와주며 행복하게 살 수 있을 것이고, 기종이도 이젠 더 이상 비현실적인 말들을 그만 둘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을 읽고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의 아홉 살은 어땠나 뒤돌아보게 되었다. 나에게 아홉 살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나이 인 것 같다. 그저 두 자리로 넘어가는 문턱이라 약간의 두근거림은 있었지만 말이다. 이제 또 몇 년이 지나면 다시 10대와 20대를 잇는 나이가 될 것이다. 그 때가 되면 나는 또 많이 변해 있겠지. 그 때 좋은 모습으로 서 있도록 열심히 노력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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