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인 수술 보고서]

광인 수술 보고서 ㅣ 시공 청소년 문학 56
송미경 지음 / 시공사 / 2014년 5월

시공사에서 출간된 광인 수술 보고서...

독특한 제목과 함께 내용 역시 그동안 보지 못했던 내용이었어요.

국내 최초로 시도된 환상적이고 실험적인 광인 수술의 기록이라니...

이 책을 보기 전에는 광인이 무얼 의미하는지도 몰랐어요.

우리 주변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일인지라 더더욱 생소하게 느껴졌습니다.

환자 이연희는 사춘기 이후 심한 강박 장애를 드러내 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약물 치료와 행동 요법을 병행해 오다가 만 열일곱 살이 되던 해 광기 말기 판정을 받았습니다.

책 중간 중간에 이연희가 그린 그림과 기록들이 그대로 보여지고 있는데

우리가 보는 평범한 아이들과는 다른 주인공을 보면서 마음이 안타깝기도 했습니다.

심한 곱슬머리라는 이유 때문에 용수철 수세미라는 별명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슬퍼한 적은 없었다는 그녀는 친한 친구 세린이가 친구들 앞에서 푸들이라고 불렀을 때

곱슬머리가 부끄럽고 웃기다는걸 깨닫게 되고 미용실에 가서 매직 파마를 했습니다.

매직 파마라는 것이 열을 가해서 머리를 펴주는 일인지라

파마를 자주하다보면 머리카락은 갈라지고 부서질 수 밖에 없는데

그게 싫었던 주인공은 머리카락을 싹둑 잘라버리게 되었어요.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는게 아니라 바로 거기에서 시작되었다는 것인데

같은 반 친구들은 연희에게 개 짖는 소리를 내게 했다는 사실이 주인공의 마음에 상처를 주게 됩니다.

비록 이건 단편적인 예일지 모르지만 어쩌면 연희가 광인이 되기까지는

힘들었던 시간들을 표출해내지 못하고 조금씩 쌓여

광인이라는 판정을 받았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환자 이연희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구심점이 없는 이야기를 반복해서 말하는 것인데

가족들이 주인공을 의사에게 데려가기까지

그녀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말들은 아무런 의미가 없는 말들이었습니다.

아무런 의미없는 얘기들을 밑도 끝도 없이 하는걸 보면

천진난만한 유치원생 아이 같은데 그녀가 그렇게 되기까지는 그녀만의 뭔가가 있었겠지요...

끊임없이 얘기하고 싶어하고, 자신의 얘기를 누군가가 들어주었으면 하는건

광인이 아니어도 누구나가 똑같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힘든 시기를 겪을 때, 남들이 보기에 별거 아닌 일이 스스로에게는 크게 다가올 때

그 기억은 오래 지속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광인 수술 보고서'는 2013년 한국출판문화상을 받은 송미경 작가의 첫 번째 청소년 소설로

평범한 일상을 모티브로 세상 어디에도 없는 이야기를 독창적인 상상력과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는데

문학 작품만큼이나 독특한 그녀는 자기만의 이야기를 찾으려는 작가와 화가들의 인정을 받아

현재 '낙서 그림'이라는 새로운 방식의 강의를 하고 있다고 해요.

광인 수술 보고서에 주인공 이연희의 강박적이고 섬세한 감성이 그대로 드러난

'이연희의 노트'는 작가 자신이 직접 쓰고 그린 것입니다.

이 책을 보면서 제가 느낀 점은 어른들에겐 불필요하고 쓸모없는 이야기라도

아이들이 하는 얘기라면 끊임없이 들어주어야 한다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청소년들 역시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지만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누군가가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청소년들의 힘겹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수월하게 넘어갈수도 있을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