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사는 달 - 권대웅 달詩산문집
권대웅 지음 / 김영사on / 2014년 3월
평점 :
품절


 

 

권대웅 산문집 당신이 사는 달...

달을 생각하니 정월대보름에 환하게 떴었던 달이 생각난다.

정월대보름에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며 베란다에 나가 두손을 꼭 모으고

달을 한참 동안이나 쳐다보고 소원을 빌었었다.

달을 보고 소원을 빌어야 한다는걸 알았지만

해마다 잊어버리다가 올해는 잊지 않고 달님께 두손을 모았다.

진짜로 달님이 내 소원을 들어줬으면 하는 아이의 간절한 마음을 담아서 말이다.

불혹을 넘긴 나이지만 소원을 빌고 있는 나를 보고 있자니

그 순간만큼은 동심으로 빠져들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달님이 내 소원을 들어주길 바라면서 두손을 꼭 쥐고 있는 어린 아이의 모습이라고나 할까? 

 

 

 

 

 

 

달이 가진 의미는 여러가지이다.

태양이 남성이라면 달은 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때론 소원을 빌 때도 우린 둥근 달을 바라보며 소원을 빈다.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그 자리에서 비춰주는 것만으로도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위로를 준다.

어두운 밤길을 아무말 없이 비춰주는 길동무라고나 할까?

길을 걸어갈때 내 뒤를 졸졸 따라오며 내가 잘 가는지 지켜봐줄 수 있는 친구 같은 존재...

 

 

 

 

 

 

책을 읽어내려가면서 저자가 남성임에도 참 감성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부분 감성이 풍부하다면 10대 소녀들을 떠올리곤 하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느낌을 충분히 받을 수 있었다.

때론 삶을 노래하기도 하면서,

사랑하는 누군가를 생각하기도 하면서 책을 엮어 나갔는데

산문집 속에 등장하는 주옥같은 한편의 시들을 보는 재미도 쏠쏠했다.

산문집 자체에서 풍겨지는 느낌도 좋았는데 시와 함께,

직접 그린 삽화와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들이 담겨 있어서 더 정감이 간다고나 할까?

여행을 다니며 모은 곱고 예쁜 색깔의 펜, 파스텔, 색연필, 크레용, 종이, 노트북들을 꺼내며

글씨를 쓰고 그림도 그렸는데 이런건 딱 소녀들의 특권인데...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ㅋㅋㅋ~~

일년 동안 쓰고 그린 달時와 손으로  꾹꾹 눌러쓴 달시들이 보여지는데

한편의 시집을 보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그의 감성과 느낌을 고스란히 전달받는 느낌이 들었다.

예쁜 사진들과 달時를 보고 있자니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잠시나마 감성에 빠져 눈물을 펑펑 흘리는 소녀가 된 것 같았다.

 

 

 

 

 

 

추리닝 바람으로 쪼그리고 앉아 라면봉지를 뜯고,

라면을 반으로 쪼개고, 스프봉지를 두어 번 흔들고 뜯은 후….

그 소리와 과정도 즐긴 것 같다.

젓가락을 들고 앉아 기다리다가 라면이 끓으면

냄비 뚜껑에 소주를 한 잔 따라 마시고

김이 모락모락 나는 라면을 한젓가락 후루룩… 콜록콜록…  < 본문 p. 61 일부 발췌 >

 

저녁 무렵 오징어 한 마리와 소주 한 병을 사가지고 자취바으로 들어와 보니

낮에 끓여 놓은 라면이 퉁퉁 불어터진 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계란이 올려진 채로, 불어터지다 못해 윗부분은 말라붙기까지 한

라면을 보는 순간 왜 그렇게 눈물겨웠는지 모른다.

사자기고 온 소주에 불은 라면을 젓가락으로 집어 올려 안주로 먹었다.

그런데 그게 별미였다.

계란 향이 깊이 배 있어 맛있는 안주가 되었다. < 본문 p. 126 일부 발췌 >

 

 

누구나 한번쯤 겪었을만한 일을

이렇게 글로 표현해 주니 더 정감있게 느껴졌다.

사람 사는 것이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과 함께~~~

때론 특별한 삶을 원하기도,

특별한 누군가를 동경하기도 하지만 이런것이 진정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이 아닐런지...

 

 

 

 

 

 

결혼을 앞둔 이십대의 여자가 남자친구가 선물한 백금 귀걸이를 하고 있었는데

자신이 죽더라고 귀걸이를 빼지 말고 같이 묻어달라고 했다는데

그 이유가 오랜 세월이 지나 남자친구가 저 세상에 왔을 때

자신이 선물한 귀걸이를 보고 그녀를 알아볼 수 있을거라면서...

나중에라도 남자친구가 자신을 알아봐주길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었는데 얼마나 애틋한지...

 

소중한 누군가를 생각하며 하나씩 엮어나간 글 속에서

잠시나마 내게도 소중한 이를 생각하게 하는 시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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