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화양연화 - 책, 영화, 음악, 그림 속 그녀들의 메신저
송정림 지음, 권아라 그림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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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의 경계를 거쳐 마흔의 나이에 이르면 불혹이라고 하는데

이 책에서는 마흔의 나이를 와인처럼 향기로운 나이라고 한다.

와인하면 뭔가 진한 향기가 느껴지고 오랜 시간이 지나 그윽함이 느껴진다고나 할까?

아이처럼 풋풋하고, 청춘처럼 뜨겁고, 때론 어른처럼 우아해질 수 있는 나이...

누구나가 한번쯤은 거쳐가는 나이인데 이렇게나 아름답게 표현해 주니

책속으로 확 빨려 들어갈듯한 느낌이 든다.

말의 표현일 뿐인지 모르겠지만 진정 마흔이 그런 나이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은 마흔의 나이에 흔들리는 이에게...

마음 깊숙한 곳에서 순수를 품고도 찾지 못하는 이에게...

더 아름다운 삶을 꿈꾸기를 바라는 중년의 여성에게 바치는 책이다.

불혹의 나이면 먹을만큼 먹은 나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중년의 여성을 위한 책이라니 반가운 느낌이 드는건 왜일까...

 

 

 

 

이 책에서는 책, 영화, 음악 등을 뽑아서 스토리로 엮어 가고 있다.

독특하지만 하나 하나 읽어보면 느낌이 있는 글들이다.

살아온 시간을 되돌아보며 앞으로의 시간을 다짐하게 되는 계기도 된다.

오래 전에 읽었던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 이야기가 나오는데

실화를 바탕으로 둔 이 소설은 사진기자 로버트가

매디슨 카운티 다리를 촬영하러 왔다가 프란체스카를 만나게 되고

남은 인생을 함께 살자고 하지만 그녀는 거절한다.

하지만 그 후 그들은 가슴속에 꼭꼭 사랑을 묻어둔 채 살게 되고

죽음을 눈앞에 두고서야 매디슨 카운티 다리 주변에 자신의 잔해를 뿌려 달라고 한다.

첫눈에 반해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지만 서로에겐 서로의 삶이 있다.

그녀가 그런 선택을 했기에 더 오래도록 여운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영화로도 나오고 한때 바람을 불러 일으켰던 책이었기에

나도 20대에 보았던 책인데 이 책에서 다시 접하니 그때의 느낌이 그대로 전해지는 것 같다.

로버트와 프란체스카의 마음이 고스란히 내게 전해진다.

 

 

 

 

영화 '하이힐'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는 걸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자신의 딸을 위해 애인을 내어주고 마지막엔 딸의 잘못까지 엄마가 뒤집어 쓰게 되는...

아무리 어머니가 강하다지만 그것이 진정 어머니의 모습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딸 대신 누명을 쓰고 죽어가는 베키의 모습에서 모성애를 느끼게 되는데

내가 만약에 그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책에 나오는 노부부의 사랑 이야기는 가슴을 짠하게 한다.

아직 노부부가 되려면 많은 시간이 있어야겠지만

나도 나이 들어 책에 나오는 노부부처럼 아름다운 삶을 마감하길 바래본다.

아내를 사랑하는 남편은 아내의 몸이 마비되어 가는 걸 알게 되고

자신도 늙어서 힘든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아내를 위해 모든걸 바치게 된다.

병은 점점 깊어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내와

아내를 위해 아무것도 해줄 수 없는 남편은 아내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게 되는데...

자신의 몸도 가두기 힘든 상황에서 아내를 간병하고 아내의 곁에 머물렀던 노부부 이야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의 힘인가 봅니다.

자신은 힘이 없어도 그 무엇도 대신할 수 없는 마력과 같은 것...

이 노부부를 보면서 참 좋은 배우자를 만났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나 역시도 그런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영화 '그대를 사랑합니다'에 나오는 이야기도 마음을 짠하게 합니다.

주차장 관리인인 할아버지와 치매를 앓고 있는 아내와 살고 있는 노부부 이야기.

아내가 위암 말기라는걸 알게 되고 아내를 혼자 보낼 수 없었고

아내 없이 살아갈 자신도 없었던 그는

연탄가스 중독으로 위장하고 마지막 길을 동행합니다.

젊은 사랑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

가슴이 짠하고 한편으론 감동적으로 다가옵니다.

그러면서 내 반려자를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습니다.

 

 

 

 

수많은 이야기들을 읽어내려가면서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습니다.

숨가쁘게 달려왔지만 지금 살고 있는 내 삶은 어떤지

앞으로는 어떤 삶을 설계해야 하는지...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고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려볼 수 있는 시간이었고

책과 함께하는 동안 잠시나마 시간이 멈춰지길 바래보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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