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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열한 시 - 120 True Stories & Innocent Lies
황경신 지음, 김원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0월
평점 :

밤 열한 시...
늘상 평범하게 보내는 시간인데 황경신님의 에세이와 함께하다보니 왠지 다른 느낌이 난다.
뭔가 맞춰주기 위해 향해 달려가는 시간...
하지만, 완성의 단계에 도달하기에는 약간 부족한 듯한...
그럼에도 밤 11시에 촛점을 맞춘건 어쩌면 그 시간이 주는 특별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조용히 혼자 사색에 잠기기에도 충분하고
잠을 자기 전 추억을 떠올리기도 그 시간이 주는 평온함이 솔솔 느껴진다.
밤 열한 시는 사랑하는 연인을 향한 그리움이 몽실 솟아오르기도 하고
지나간 시간을 되돌아보며 추억을 떠올리기에도 안성맞춤인 시간인지도 모른다.
시간 속에 함께하는 것은 사랑하는이를 향한 마음인데 이 책에서도 그런 부분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걸 알면서도 감당하기엔 너무 큰 부분이라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들을
하나하나 떠올려 보면서 아쉬움을 달래보는 시간들...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경험해봤을 사랑했던 시간들을 느껴볼 수 있는 시간이다.
어쩌면 지금 이 시간에도 그런 시간을 보내고 있는 이들이 있을텐데
그들이 딱 공감하기에 좋은 에세이이다.
나뿐만이 아니고 다른 이들도 함께 경험했던 추억들을 되살려보며
그리고 과거 속을 함께 되짚어가며 위로와 힘이 되는 여러편의 에세이들...
그들에게 들려주는 에세이가 마음 속에 콕콕 박혀버린다.
받아들여야 하는 일임에도 쉽지 않은 일...
그러면서도 약간의 기대를 가지고 싶었던 시간들을 추억이라는 이름으로 덮어버리기엔 너무나 크고 아쉬운...
아름다웠던 시간을 뒤로한 채 결코 버리고 싶지 않았던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그 시간이 주는 시간 속으로 다시 한번 들어가 본다.


밤 열한 시는 아름다운 것들로 채우기만으로도 부족하다.
그러면서 잡다한 생각들이 떠오르는 것은 그 시간이 주는 공허함 때문일지도 모른다.
채우고 싶어도 채워지지 않는 빈 자리를
시간으로 채우고 추억으로 채워야만 하는 밤 열한 시...
배가 부를 정도로 먹어도 아직 채워지지 않는 건 진정으로 채워야 할 부분을 채우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아름다운 시간들을 공허함 때문에 자꾸만 추억으로 채워야 하기에 아쉬움이 더 가득한 시간일지도 모른다.
아름다운 가을과 함께하는 시간과 밤이 주는 고요함이 더 느낌으로 다가오는 에세이들이다.
모든 것을 감싸 안아주고, 비우기에도 충분한 시간 밤 열한 시...
다시 만나기 위해서 달려가야 하는 시간 속에서 채움을 위한 시간이 아닐까 싶다.
화초도 매일 물을 줘야 시들지 않고 자라는 것인데 하물며 이렇게 섬세하고 예민한 인간이야 오죽하랴...


밤 열한 시
오늘 해야 할 일을 할 만큼 했으니
마음을 좀 놓아볼까 하는 시간
오늘 해야 할 일을 하나도 못 했으니
밤을 새워볼까도 하는 시간
밤 열한 시
어떻게 해야 하나
종일 뒤척거리던 생각들을
차곡차곡 접어 서랍 속에 넣어도 괜찮은 시간
이럴까 저럴까 망설이던 마음도
한쪽으로 밀쳐두고
밤 속으로 숨어 들어갈 수 있는 시간
밤 열한 시
그래, 그 말은 하지 않길 잘했어, 라거나
그래, 그 전화는 걸지 않길 잘했어, 라면서
하지 못한 모든 것들에게
그럴듯한 핑계를 대줄 수 있는 시간
밤 열한시
누군가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물어도
이미 늦었다고 대답할 수 있는 시간
누군가에게 불쑥 이유 없는 이유를 대며
조금 덜 외롭게 해줄 수 있느냐고 묻기에는
너무 늦은 시간
.
.
.
참 좋은 시간이야
밤 열한 시
- 본문 발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