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집
박완서 지음, 이철원 그림 / 열림원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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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완서님의 소박한 일상을 들여다보는 느낌이 드는 책이었어요.

작고하신지 2년이 훌쩍 넘어지만 2000년대 아치울의 노란집에서 쓰신 작품들을 따님께서 내놓은 책이에요.

불혹의 나이에 문단에 등단하셔서 많은 상을 수상하시며

삶의 향기가 느껴지는 소박한 글들을 보고 있자니 마음까지 풍요로워지는 듯했습니다.

이번 책 역시도 그러했는데 사람이 사는 냄새가 난다고나 할까요?

평범함 속에서 묻어나는 글속에서 회상에 잠기기도 하고, 많은 공감을 하기도 했습니다.

책을 읽어보면서 문득문득 묘사된 표현들이 그녀가 살았던 노란집의 풍경이 그려지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산새가 지저귀는 그곳에 저도 잠시 머무르는 듯한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편안하면서도 마음이 포근해지는 친정 엄마의 그 느낌을 읽어보신 분들은 아마 느끼실 수 있으실 거예요.

 

 

 

 

영감님을 단 하나의 소중한 사람이라며 흉허물 없는 친밀감을 느꼈던 이야기를 보노라면

저 역시도 나중에 나이 들어 옆지기를 그렇게 생각하는 수 있도록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중에 나이 먹어서 등 긁어 줄 사람은 옆지기 밖에 없다는데

노란집에서도 효자손 대신 아내의 손길을 찾는 영감님이 등장하지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묻어나는 소박함이라고나 할까요?

한때는 넓은 등짝이 이젠 나이 들어서 굽어지고, 가냘퍼졌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함께 했던 시간들을 돌이켜 보며

삶의 모습들을 그대로 표현한 글들 속에서 마음이 평온해집니다.

 

 

 

 

마나님이 전화를 받는 동안 깨끗하게 생선 가시만 남겨놓은 모습을 보고 토라지기도 하는걸 보면서

'사람들은 똑같구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답니다.

어쩜 그리 생선 가시를 깨끗하게 발라 놓았는지 그 모습마저도 미웠던 모양입니다.

그 시간을 기다리지 못하고 마나님을 위한 몫을 생각하지 않은 남편에 대한 서운함이 더 컸던게지요.

내 새끼, 내 손주들에게 농약 안 친 농산물을 먹이고 싶어 밭농사에 쏟는 정성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인데

아이들한테 보내서 환영받는 채소라면 듣도 보도 못한 서양 야채까지도 어렵게 구해다가 심어놓고

잘 안될까 봐 노심초사하며 정성을 다해 돌보는 영감님을 바라보는 마나님의 속은 얼마나 안쓰러운지 아마 모르실 겁니다.

 

 

 

 

영감님의 등이 또 등장하는데요.

마나님이 자신만 아는 오솔길을 걷듯이 추억을 아껴가면 정성스럽게 등을 씻긴다는 말이 참 예쁘게 다가옵니다.

어찌 오솔길이라는 표현을 쓸 수가 있는지.. ㅎㅎㅎ~~~

물을 한 번에 쫙쫙 끼얹어도 안 되고, 너무 찬물도 안되는

영감님에게 맞는 등물을 자기만 알고 있다는 자부심 때문에 마냥 기쁘고 행복하다는 마나님을 보고 있노라면

'저런 것이 작은 행복일까?' 라는 생각이 듭니다.

 

 

 

 

어려서 배탈이 잘났던 마나님의 어머니께서 준비해 주신 건

흰죽에 육젓에다 참기름과 깨소금이랑 고춧가루를 뿌려서 무쳐 반찬으로 주신 새우젓이었는데

마나님의 소원은 바로 장조림을 먹는 거였답니다.

사실 어머니께서도 장조림을 해주시고 싶었지만 그 시대에 넉넉지 않은 살림이라 미안해하셨던 그 마음을 알 수 있었을까요?

지금은 흔한 장조림이지만 그 시절에는 귀한 것이었으니까요.

 

 

 

 

아치울의 노란집으로 이사한 첫날부터 고질적인 불면증을 잊고 푹 잘 수 있었고

잠을 잘 자게 되어 고혈압, 당뇨 등 지병까지 잘 다스려져 건강하게 사셨다는 저자를 보니

어쩌면 노란집은 딱 저자를 위한 집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망에 반해서 계약을 했다는 그곳은 전형적인 농촌이었는데

들판과 논밭과 맑은 시냇물, 과수원과 옛날식의 소박한 농가가 드문드문 있는 곳이랍니다.

청량한 공기와 흘러내리는 시냇물과 숲을 볼 수 있는 이곳은 진정 사람들이 원하는 전원주택이 아닐까 싶어요.

자연 풍경과 소박한 일상을 들여다보며 나 역시도 노란집 안으로 들어가는 듯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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