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약 - 프랑수아즈 사강의 환각 일기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베르나르 뷔페 그림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평점 :
품절


 

 

사강이 19세 때 발표한 장편소설 『슬픔이여 안녕』이 전 세계 베스트셀러가 되어 문단에 큰 반향을 일으켰고,

이 작품으로 1954년 프랑스 문학비평상을 받았다.

어린 나이에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어린 소녀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자 문단과 세간에는 말이 많았다.

 

 

 

 

그런 그녀가 1957년 여름 교통사고를 당하게 되고 석 달 동안이나 통증의 포로로 지내면서

'875'(팔피움)이라는 모르핀 대용약제를 매일 처방받았고 급기야 약물중독 증세가 심해져 전문 의료 시설에 입원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은 아플 때 자신이 가진 고통이 크기에 그 어떤것도 자신의 아픔과는 비교할 수가 없다.

다른 사람은 팔뚝이 잘려나가도, 내 손가락이 살짝 베인 것이 가장 아픈 것 처럼...

몸이 아프다 보니 자신의 못난 모습에 실망감을 느끼기도 하고, 더한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머릿 속은 온통 이상한 잡념 뿐이고, 자꾸만 수렁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사강은 병원에 입원하면서 매일 일기를 썼는데, 일기에서 그녀의 감당해야 했던 고통이 어느정도인지 느껴진다.

사람은 아프면 병원을 찾아서 병을 치유하고 나가는 것이 맞지만,

사강은 자신이 병원에 입원해 있는동안 남들이 느끼는 고통보다도 훨씬 더 힘겹게 버티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고통과 싸우기 보다는 스스로를 수렁 속으로 빠트리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내가 사강을 이해 못하는 것일수도 있지만, 그녀가 그렇게까지 악화된 것이 약물 중독의 영향이 큰 것 같기도 하다.

책을 보면서 그녀의 아픔을 이해한다기보다는 그 곳에서 구해주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림 역시도 날카로워 사강의 고통을 그대로 보여주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자신이 아프기 때문에 남들이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까봐, 전화를 받지 않을까봐 두려움에 떨며 걱정을 하기도 했다.

혼자만의 고독을 견뎌내는 모습들이 그녀의 일기에 고스란히 드러나 있다.

어쩌면 같은 병을 겪고 있는 사람들이 이 책을 읽으면 공감할 수도 있겠지만

한편으론 조금 더 밝은 모습을 담아내고 있었다면 그녀가 그렇게 오랫동안 병원에 입원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엔 하고 싶은 것은 다 했었는데 지금은 하지 못하는 아쉬움을 달래기도 한다.

역시 병은 사람을 한쪽 구석으로 몰고 가는 존재인 것 같다.

사강의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난 일기를 읽으면서 그녀의 고통과 상처를 어루만져 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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