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도의 가장 낮은 신분인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나 세계 경제 지도자가 된 '나렌드라 자다브'가 전하는 인권 이야기입니다.
2007년, 한국에서 이미 어른들을 위한 책으로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던
나의 부모와 우리 가족 이야기 <신도 버린 사람들>이 어린이 독자들을 위해 출간된 책이랍니다.
인도에는 3500년 동안 이어져 내려오는 카스트 제도가 있었습니다.
카스트 제도란 사람에게 등급을 매겨 차별하는 제도인데요.
이 신분 제도 안에서 '불가촉천민'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가장 열등한 사람으로, 닿기만 해도 다른 사람들을 더럽힌다고 여겨졌어요.
게다가 인간으로서 존중되어야 할 모든 권리를 빼앗기고, 심지어는 교육을 받을 자격조차 주어지지 않았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에 양반과 평민, 천민이라는 신분 때문에 공부도 하지 못하고 자신이 하고자 하는 꿈을 이루지 못했던 경우가 있었는데요.
이곳은 우리나라의 신분 제도보다 훨씬 더 심한 곳이었답니다.
그런 곳에서 생활하면서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않고 도전하는 강인한 정신과 그의 노력에 대단한 박수를 보내주고 싶었습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태어났지만, 태어나기 전부터 정해진 신분 때문에 세상살이가 힘든 나머지 자살을 하려고 송전탑에 올라가 강물에 뛰어들 생각을 하기도 했었지만, 그에게 자주색 옷을 입을 사람이 손짓을 했던 게 보였던걸 그는 살아야 할 운명이었었던 듯 싶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믿는 힌두교의 사원에도 들어갈 수 없었답니다.
심지어는 사제들 조차도 성전이 더렵혀 진다면서 그 사람들을 들어오지 못하게 했었어요.
종교가 우선인지 사람이 우선인지도 구분하지 못한채 단지 그런 신분으로 태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차별을 받아야 했던 그 시대에 다무 같은 사람이 없었다면 어쩌면 지금까지도 인도의 카스트제도는 이어졌을지도 모릅니다.

불가촉천민은 '닿기만 해도 부정해진다'는 의미로 세상을 더럽히는 존재라고 하여 침이 땅에 떨어지면 땅이 더러워질까 봐 목에 침을 담는 그릇을 목에 걸고 다녔으며, 더러운 발자국도 땅을 더럽힐까 봐 엉덩이에는 자신의 발자국을 지울 수 있는 빗자루를 매달고 다녔습니다.
다무는 불가촉천민 중에서도 마하르였는데 마하르들은 전통적으로 '마을의 의무'를 맡아서 해야 했습니다.
그 의무란 마을의 온갖 허드렛일을 하는 것이었는데 밤에 도둑을 지키고, 마을에 큰 일이 있으면 사람들에게 알렸으며 누군가 죽으면 그 사실을 돌아다니며 알리는 일을 했어요. 시신을 가족에게 인도하는 일과 화장에 필요한 장작을 나르기도 하고, 관리들의 심부름까지 했지요.
가축이 죽으면 시체를 마을 밖으로 치우는 일을 했었고 마을 사람들이 시키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해야했어요.
마음대로 부려먹을 수 있는 일종의 종이라고 할 수 있지요.
이런 일을 하면 먹다가 남은 음식, 누구의 입에 들어갔다 나온 것인지도 모르는 쓰레기, 개밥만도 못한 음식을 얻어 먹으면서 살아야 했답니다.
그들은 상하거나 더러운 음식을 주면서 집에 있는 '자기 집에 있는 더러운 기운도 모조리 가져가라'고 했습니다.
'똑같은 사람으로 살면서 정말 이게 사람으로 사는 것인지...' 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물론 쉽게 바뀌지 않을 거야. 하지만 도전도 해 보지 않고 스스로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아. 우리는 끝가지 싸워야 해. 아무리 작은 물방울이라도 언젠가는 바위를 뚫는 법이거든." <본문 p. 101 일부 발췌>
"아빠 말 좀 들어봐. 사람들은 말할 거야. 의사가 되라, 엔지니어가 되라, 아니면 변호사가 되라. 하지만 누구의 말도 들어서는 안 돼. 네가 원하는 사람이 되어야 해. 그게 옳아. 아빠도 너한테 이게 되라느니, 저게 되라느니 말하지 않을 생각이야. 아빠가 하고 싶은 얘기는 딱 한 가지뿐이. 뭘 하든 최고가 되라는 것." <본문 p. 149 일부 발췌>

불가촉천민들은 학교에 다니기는커녕 글도 읽을 줄 몰랐어요.
아무리 배워 봤자 그들이 신분을 도저히 벗어날 수 없다는 패배감 때문에 배우려고 하지도 않았어요.
다무는 불가촉천민들 출신인 바바사헤브를 만나면서 자신이 가졌던 생각을 바꾸게 된답니다.
신분의 굴레에 억메이지 않고, 자신도 열심히 살고자 하는 마음이 있었던거지요.
마을을 떠나 뭄바이에 살면서 돈을 적게 벌어도 일을 하려고 했고, 남들보다 열심히 일한 덕분에 인정을 받게 되기도 한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냈고, 아이들 여섯을 훌륭하게 키워냈답니다.
그의 첫째 아들은 불가촉천민으로써는 처음으로 공무원이 되기도 했답니다.
불가촉천민이 공문원이 된다는 것은 기적과 같은 일이었거든요.
제도와 관습이 신분을 만들었으면 열심히 노력해서 신분을 깨트려야 한다고 믿었어요.
자신은 평생 허드렛일을 하는 노동자로 살았지만, 자식들에게만큼은 자신의 삶을 그대로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거지요.
비록 천한 신분인 불가촉천민으로 태어났지만, 그는 모든 인간이 귀한 존재이고 쓸모 있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서 말해주고 있답니다.
아이들도 이 책을 보면서 '내가 태어난 이유가 바로 내가 열심히 살아야 하는 이유'라는 사실을 알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