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주, 예쁘게 웃었다 - 일러스트로 만나는 감성 여행에세이
봉현 지음 / 푸른지식 / 2013년 6월
평점 :
절판




매일 방긋방긋 잘 웃는 아기들을 보면  한없이 맑고 행복해 보이는데

나이를 먹어가면서 '예쁘게 웃는다는게 쉽지 않은거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꼭 예쁘게 웃지 않아도 웃음을 잃어버린 사람들...

웃음을 잃을 만큼 각박하게 살고 있는 삶 속에서 어릴 적의 그 웃음을 찾기란 그렇게 어려운 일인 것일까?

사람이 오백년을 사는 것도 아니고 길어야 백 년 (요즘은 백세 시대라고 하니...)

사실 백년도 길다.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으니 어쩌면 그보다 훨씬 짧을 수도 있다.

짧은 인생이라고 생각하니 이왕이면 많이 웃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작은 소망을 품고 산다.

 

 

 

 

상처 받는 일이 많았고, 혼자 있는게 낫겠다 싶어 방 안에 틀어박혀 지내는 날들이 많다보니

사랑하는 사람에게조차 마음을 열지 못했고 결국은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고 혼자가 되었다.

자신이 싫어 엄마도 아빠도 친구도 없는 곳으로 떠나 다른 모습으로 살아가고 싶어했던 그녀...

상처받은 적도, 외로운 적도 없었다는 듯이 멋지게 살고 싶었던 그녀는 십대의 마지막을 학교와 학원에 틀어박혀 그리고 싶지 않은 그림을 그리면서 보냈다. 부산을 벗어나 서울에 올라올 유일한 방법이었기에...

대학에서 작업하는 것이 즐거웠고 부모님 곁을 벗어나 혼자 산다는 것이 좋았지만

비싼 학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결국엔 학교를 휴학하게 되고 졸업도 못한 채 어정쩡한 이십대를 보내던 어느날 갑자기 떠나고 싶어졌다.

이 지긋지긋한 곳을 떠나 두번 다시 돌아오지 않겠다는 생각과 함께...

 

 

 

 

그녀의 여행은 이렇게 시작되었다.

낯선 곳을 선택하고 싶어 베를린을 선택했지만 햇살 아래서 그림을 그리는 순간만이 쓸모 있게 살아간다는 위안을 받는다.

특별할 거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그곳 역시도 특별한 일상은 아니었다.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다 보니 일상적이고 당연한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몰랐던 그녀.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여행의 목적을 찾고 예술가의 도시인 파리를 찾기도 한다.

그러다가 끝도 없이 걸어야 하는 순례자의 길을 걷기도 한다.

어렸을 때 보고 싶었던 피라미드를 찾아 이집트를 여행하기도 하고, 혼돈의 도시인 카이로를 방문한다.

낡고 초라한 옷차림을 하고 한참이나 걷는 순례를 하면서 비로소 자신의 존재감을 깨닫게 되고 그제서야 자신의 부모님에게 고맙다는 말을 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만의 생각 속에 틀어박혀서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것이 싫고 단지 홀가분하고 떠나고 싶었던 마음 뿐...

그런 그녀가 2년 정도의 여행을 통해서 뭔가 세상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많은 그림을 그리고 일기를 써오면서 세상에 대한 두려움도 잊은 채...

그녀의 일상을 들여다 보면서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얼마나 힘들었었는지 그리고 여행을 통해 어떻게 변해가는지 볼 수 있었다.

그녀가 그린 삽화를 통해서 외국의 멋진 모습들도 볼 수 있었고, 노란 모자를 쓴 그녀를 찾는 것도 재미있었다.

처음엔 돌아오지 않겠다고 떠난 여행이었지만, 이젠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에 기뻐했고 많이 강인해졌다.

그리고... 행복이란걸 찾기 시작한다.

예쁘게 웃을 수 있을 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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