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낮인데 어두운 방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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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이라기에 망설이지 않고 보게 된 책이다. 

'수상쩍은 불온소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온 이 소설은 일탈을 꿈꾸는 주인공 미야코의 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내 역할에 충실하고 집안일에 착실한 미야코는 전형적인 현모양처라고 해야 하나?

남편 히로시가 퇴근해 집에 올 때쯤이면 늘 맛있는 요리로 남편 맞을 준비를 하고, 퇴근한 남편에게 하루에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이야기한다.

남편을 위해 요리를 해놓고, 하루 일과를 이야기하는 미야코를 보니 꼭 나를 보고 있는 것만 같다. ㅎㅎㅎ~~~

 

아이는 없지만 행복한 가정의 모습이 미야코를 통해 그대로 드러난다.

미야코는 하루 일과를 재잘재잘 떠들지만 정작 남편은 미야코가 하는 얘기를 흘려듣기도 하고,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한다.

그래도 둘은 사이좋은 부부이다.

부족할 것 없는 미야코 씨의 삶에 어느 날 대학 강사로 있는 미국인 존스 씨가 다가오기 시작한다.

존스 씨는 미야코를 본 순간 귀여운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예쁜 외모는 아니지만 웃는 모습이 귀엽다는 것에 끌린 존스 씨는 뭔지 모를 끌림에 미야코 씨 집을 방문한다.

 

 

"존스 씨는 이전부터 미야코 씨를 마음에 들어 했습니다. 여하튼 작은 새 같은 사람입니다.

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만 해도 반가운 마음이 앞서고,

처음 말을 나누던 날에는 이 사람하곤 잘 통하겠다는 확신과 함께 묘한 그리움에 사로잡기히도 했습니다." <본문 p. 58 일부 발췌>

 

 

가끔 미야코가 없어 허탕을 치기도 하지만, 미야코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스 씨에게는 큰 설렘이다.

미야코 집을 방문하고, 함께 필드 워크를 나가기도 한다.

필드 워크는 일종의 산책인데, 미야코에게 주어진 시간만큼 산책을 한다.

처음으로 함께 한 한시간 정도의 필드 워크를 다녀온 미야코는 산책을 다녀온 후 뭔가 여행을 떠난듯한 느낌을 받는다.

길을 걸으며 안내해 주었던 것들과 늘 보아왔던 하늘과 길이 다르게 보이고 모든 것들이 새롭게만 느껴진다.

 

필드 워크를 다녀온 후 존스 씨는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그녀의 집을 방문한다.

그녀가 가장 좋다는 오전 10시에 방문하는데, 미야코는 10시가 되면 존스 씨를 기다린다.

함께 차를 마시며 존스 씨는 미야코가 하는 얘기를 들어주는 것뿐인데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존스 씨 덕분에 그녀는 자신의 학창시절 얘기까지도 하게 되고, 존스 씨와 함께 보내는 것으로 그녀의 생활은 활력으로 넘치게 된다. 미야코는 늘 하듯이 하루의 일과를 남편에게 존스 씨와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지만 남편은 미야코가 해주는 이 얘기들이 별일 아니라는 듯 그냥 흘려 듣는다.

어느 날 리에코 씨로부터 미야코와 존쓰 씨의 전말을 듣게 된 히로시는 미야코의 말은 듣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미야코를 몰아붙이게 되고 결국엔 싸움으로 이어진다.

 

남편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부분이다.

내막은 모르지만 결혼한 여자가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를 주기적으로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부족할 것 없던 미야코이지만, 어쩌면 그녀에게는 자신을 이해해주고 소통해 줄 상대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다분히 자기중심적이고 마초적인 성향인 히로시는 자신의 그런 모습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에서 비극은 싹트게 된다.

'히로시'라는 새장 속에서 벗어나 세상 밖으로 나오고 싶었던 그녀는 결국 이혼이라는 길을 선택한다.

어쩌면 그녀는 자신이 찾고 싶었던 자유를 존스 씨를 통해서 찾았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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