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 세번째 무라카미 라디오 무라카미 라디오 3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오하시 아유미 그림 / 비채 / 2013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을 볼 때부터 궁금해서 읽고 싶었던 도서입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라니... 흥미롭지 않나요?

수많은 사자들이 육식을 좋아하지만, 여기에 등장하는 사자는 샐러드를 좋아하는데요.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바로 무라카미 하루키랍니다.

 

보편적으로 작가... 하면 말을 유창하게 해서 함께 있으면 상대방을 즐겁게 해줄 것 같다는 생각을 하지만

의외로 무라카미 하루키는 낯도 많이 가리고 혼자서 조용히 있는걸 좋아합니다.

말이 별로 없는 편이라 평소에는 말을 별로 하지 않아요.

전화받는 것도 싫어하고, 파티에서 사람들과 얘기하는 것도 싫어하고, 인터뷰 하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답니다.

방송에 출연하는 것은 물론이고,

무라카미 라디오에 글을 연재하면서도 한번도 출연한 적이 없다고 합니다.

글을 쓰는 작가이지만 메일에 답장쓰는 것조차 힘겹다고 하니 조금은 독특한 작가입니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는 '앙앙'에 일 년 동안 연재한 에시이를 한권의 책으로 모은 것입니다.

저자는 채소를 좋아해 매일 대량의 샐러드를 먹는데, 세숫대야 크기의 그릇에 담아 먹어요.

세숫대야 크기의 샐러드를 깨끗히 먹어치운다니 그의 채소 사랑은 대단하네요.

그 많은 걸 먹는다니 갑자기 기린이 생각나는건 왜 일까요? ㅎㅎㅎ~~~~

사람들은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지만, 하루키는 소설가가 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이유가

날마나 출퇴근을 하지 않아도 되고 회의가 없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모든 직장인들이 공감하는 부분이지 않을까 싶어요.

다람쥐 쳇바퀴 돌아가듯 살고 있지만, 매일 직장에 출근을 하고 회의를 하는 것은 정말 재미없으니까요.

 

이솝우화 중에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있는데 요건 원래 '개미와 매미'였다고 해요.

나도 첨 듣는 소리였는데 듣고 보니 개미와 매미가 맞는 것 같아요.

그리스에는 매미가 서식하므로 이솝은 자연스럽게 매미를 등장시켰는데, 북유럽 사람들은 이야기를 이해하지 못해 매미를 베짱이로 바꿨다고 해요. 저자가 매미라고 하니까 더 이해가 쉽듯이 우리나라도 그렇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한 여름에 시끄럽게 맴맴 거리는 매미가 배짱이보다 훨씬 더 가깝게 다가오네요.

 

 

 

 

책을 읽으면서 중간 중간에 재미있는 부분이 툭툭 튀어나와 박장대소하게 만들어요.

평범함 속에서 위트있게 써내려간 글을 보고 있자니 이래서 사람들이 무라카미 하루키에 열광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가 발명하고 싶은 것이 '신주쿠 역 장치'라는 것인데, 요즘처럼 보이스피싱 전화가 자주 오는 경우에 사용하면 딱 좋은 기구네요.

기차역에서 안내 방송 나오는 것을 녹음해서 전화기 옆에 녹음된 카세트를 두고

집에 전화가 오면 지금은 역이라고 하고 통화를 끊는다는 말.... 정말 기발한 발상이지요.

받기 싫은 전화는 저렇게 둘러대면 좋으니 한번쯤 생각해 볼 만하네요. ㅎㅎㅎ~~~~

해외여행을 가는 하루키는 여행 도중에 버릴 수 있는 속옷을 입고 가서 버리곤 하는데 어떻게 그런 부분까지 생각했는지 정말 웃겨요.

하지만 여성의 경우는 신혼여행 같은데 가서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하지요.

하루키에게 민폐가 되지 않도록 요런 경우는 잘 판단해서 케이스바이케이스 하라고... ㅎㅎㅎ~~~

함께 일해 온 편집자를 언급한 부분이 있었는데 소설가로 생활하면서 함께 한 편집자들 중에 별난 편집자들은 전부 다 남자였다는 사실...

미팅을 하러 커피숍에 갔다가 파르페를 주문하는 편집자를 비롯하여

휴양지에 갔다가 일광욕을 심하게 해 화상을 이어서 하루키와 카메라맨이 밤새 간병을 하게 만들었다는... ㅎㅎㅎ~~~~

 

 

 

 

'무라카미 라디오'에 연재되었던 글들을 한권의 책으로 재미있게 보았습니다.

낯가림 심한 작가가 털어놓은 비밀스런 일상 이야기들과 남들이 생각하지 않는 그의 기발한 생각들이 나를 웃게 해 주었어요.

그의 매력이 바로 이런 점이 아닐까 싶어요.

사람들 앞에 나서기를 싫어하고 다른 사람의 시선을 싫어하지만,

자신이 모르는 것은 "그런 것 하아아나도 몰라요"라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멋진 사람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에세이를 통해 그의 비밀스런 일상을 살짝 들여다 본 느낌이었어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