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도 추억이지 - 달 위에서 춤추며 기다릴께요
서동우 지음 / 매직하우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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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도 추억이지

 

 

 

사랑이란 사람을 기쁘고 행복하게 해준다. 

때론 연인 때문에 화가 나기도 하고, 속상할 때도 있지만 사람들이 사랑을 하는 이유는 슬픔과 괴로움보다는 그로 인한 행복감이 더 크기 때문이지 않을까 싶다.

사랑할 때는 미처 느끼지 못했던 부분들이 시간이 지나면 추억이 되고 그 추억을 되새기며 마음의 기쁨을 느끼게 해준다. 

이 책에는 총 3개의 사랑이야기가 들어있다.

보편적인 책들이 그렇듯이 이 책에도 하나의 소설이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했는데 한권의 책 속에 각자 다른 세 가지의 이야기가 들어있었다.

<솜사탕, 맛소금, 회색 레몬>이라는 제목으로 보여지고 있는데, 조금 독특한 제목들에서 저자를 여자로 착각할만 했다.

책을 읽기 전 제목에서 느껴진 느낌은 솜사탕은 핑크빛 사랑을 생각나게 했고, 맛소금에서는 짠 맛이 난다는 느낌을 받았고, 회색 레몬에서는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수가 없었다.

 

<솜사탕>을 읽을 때는 남자 주인공 이지후가 참 멋지다고 생각했었다.

핸썸한 외모에 여자를 배려하는 모습까지, 거기다가 죽음을 눈앞에 둔 여인을 헌신적으로 사랑하는 모습에서 요즘 보기드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 숨어있는 놀라운 반전을 보고서는 사랑이 전부는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로펌에서 일하고 있던 미희는 젊은 나이에 위암 말기 판정을 받았다.

고아 출신으로 버려짐에 대한 복수로 신분의 수직상승을 꿈꾸며 그녀는 당당하게 최연소 고시패스를 하는데, 자신의 성공을 위해서 몸을 불사르면서 일을 한 댓가로 그녀가 얻은 것은 자신의 망가진 몸이었다.

병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특히 비오는 날은 더 쓸쓸하게 느껴지는데, 지후와의 만남은 바로 비오는 날이었다.

비오는 날 우산을 그녀에게 준 남자와의 만남은 운명처럼 이어지게 되고, 그것이 계기가 되어 미희의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된다.

남자는 자신의 직업을 백수라고 할 수 없어 신문사 기자라고 얘기했었는데, 그녀는 자신의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늘 함께 있고 싶다는 걸 남자에게 말하게 되고, 남자는 여자를 위해 퇴직까지 한다고 한다. 그의 집에 예전에 알고 지냈던 이혼남 변호사 아저씨도 합세하고, 젊은 두 남녀가 와서 미희와 함께 시간을 보내주기도 한다. 유난히 빗소리 듣는 걸 좋아하는 그녀는 베란다를 침실로 사용하곤 했었는데 지후를 사랑한 나머지 모든 부탁을 지후에게 하곤 한다.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고 있는 레이첼이 미희네 집을 드나들게 되면서 지후에게 감정이 있다는걸 얘기해도, 지후는 미희를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데 그 부분에서는 정말 헌신적인 사랑을 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함께 어울리는 멤버들이 노래방에 갔다가 미희는 갑자기 쓰러지게 되고, 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날이 생각보다 줄어들게 된다. 그녀는 그 모든걸 미리 예감하고 자신이 들어놓은 암 보험과 모든 재산을 지후 앞으로 돌려놓는다. 처음엔 그 모든 것을 고아원에 기증할 생각이었지만, 오직 자신만을 위해 모든걸 내어주는 지후에게 자신이 돌려줄 수 있는 것은 그녀가 가진 것을 그에게 돌려주는 것이었다. 그녀는 그와 함께하는 시간동안 참 많은걸 추억으로 담아 두었다. 와인을 마시며, 코르크 마개에 특별한 날들을 체크해 놓기도 했었는데, 그것들이 추억이 된다는 생각에 행복해했다. 그녀의 죽음이 안타깝기는 했지만, 뒤에 반전이 없었으면 어쩌면 밍숭맹숭했으려나?

 

<맛소금>에서는 오빠의 친구를 만나게 되어 사랑이 이루어지는 듯하다가 별것 아닌 오해로 갈라지게 되는 내용이었는데, 거기서도 남자 주인공은 멋지게 등장한다. 하지만, 작은 오해를 풀 생각도 없이 그렇게 허무하게 이별하는 부분은 조금 싱겁기도 했다. 사랑이 고작 그 정도밖에 되지 않는 것인지 아쉬움이 들기도 했다.

 

<회색 레몬>은 트랜스젠더가 나오는 클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한 남자를 사랑하는 두 여자의 이야기가 재미있다. 여자들이건 남자들이건 젊고 예쁘면 누구나가 한번쯤 관심을 가지고 본다는 것은 똑같았다. 괜찮다 싶으면 내 사람이 되길 바라면서 내가 소유하고 싶어하는 그 마음이 과하다 보니 결국 한 여자는 젊은 남자를 사이에 두고 살인까지 저지르게 되는데, 그것이 진정한 사랑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남자를 소유하기 위해 집안에 철창까지 들여놓은 유진을 보면서 그 남자가 가여워지기도 했다. 사랑을 떠나서 때론 유혹에 넘어갈 수도 있지만, 소유하려는 욕심이 화를 부르는걸 알려준다. 때론 양보할 줄도, 때론 비울 줄도 알아야 하는데 꼭 그렇게까지 해서 죽음을 맞이해야 했는지...

 

세 편의 소설 중에서 그래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건 솜사탕이었는데 내가 아플 때 아무것도 바라지 않으면서 내 모든걸 포기하고 상대방에게 헌신적인 사랑을 해준다면 그 사람은 정말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걸 추억으로 남겨두고 떠나야 해서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추억으로 남겨줄 만한 사람이 있다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어쩌면 미희에게 지후의 존재가 없었다면 하루하루가 괴로웠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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