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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선행학습을 금지해야만 할까?
열린사회참교육학부모회 지음 / 베이직북스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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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학습 하니 예전에 신문에서 본 기사가 생각난다.
보편적으로 학원을 선택하면 아이의 레벨에 맞게 반편성을 하기 위해 레벨테스트를 한다.
아이를 선행학습 시켜 본 경험이 있는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고등학교 선행학습이 어느정도 되어 있고 선행이 되어있지만, 학원을 바꿔 다른 곳에서 다시 한번 선행을 시켜주기 위해 학원을 찾았다. 고등학교 선행과정까지 마스터했다는 엄마 말대로 학원측에서는 고등학교 문제를 아이에게 주었더니 아이는 10문제 중 2문제를 맞췄다. 고등 문제가 너무 어려운 것 같아서 아이 학년에 맞는 중학교 2학년 문제지를 줬더니 그것도 아이는 2~3개 정도 맞았다. 그래서 중학교 1학년 문제지를 줬더니 아이는 급기야 울기 시작한다. 그건 배운지 더 오래되어 모른다면서...
몇달 전에 본 기사지만 나는 이 기사가 머릿속에서 잊혀지지 않는다.
도체가 누구를 위한 선행이며, 이렇게나 높게 선행학습을 해는게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이들에게 이런 부담을 주면서까지 꼭 선행을 해야 하는건지 모르겠다.
부모들은 아이를 학원에 보내면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어쩔 수 없이 학원을 가고, 학원에서 미리 교과를 배웠다는 이유로 학교에서 학원 숙제를 하고 수업시간에는 잠을 잔다.
과연 선행학습이란 학원을 위한 것인가? 아님 아이들을 위한 것인가?
아이들을 키우면서 선행학습이 왜 필요한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곤한다.
선행학습을 한다고 아이들이 공부를 꼭 잘하는건 아닌데, 남들이 다 하기 때문에 내 아이만 안하면 뒤처진다는 생각...
사실 그 생각으로 아이들이 얼마나 힘든지 부모는 알런지 모르겠다.
아이들이 마땅히 해야 할 것이 공부이기는 하나 정작 아이들은 뛰어놀 시간이 없고, 학원과 학원 숙제를 하느라 정작 중요한 책 읽기을 시간이 없다. 자라나는 미래의 어린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부모들이 망각하고 사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공교육의 불신으로 사교육의 시장이 엄청 커지기도 했지만 사교육 시장에 불을 지피는 건 바로 엄마들이 아닐까 싶다.
사교육을 잡겠다고 국가에서는 이런 저런 정책을 내놓지만 새로운 교육 정책을 내놓으면 그에 맞게 또 새로운 학원이 생긴다.
여기저기 듣도 보도 못한 학원들이 생겨나고, 부모는 학원을 안보내면 죽는 줄 안다.
사교육 시장이 이렇다보니 오죽했으면 선행학습을 법으로 금지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아이들은 학교에서 수업을 듣고, 또 학원에서도 수업을 듣고 오로지 주입식 교육만 받는다. 배운 것을 내것으로 만들고 싶어도 그럴만한 시간이 없다. 아이들이 기계도 아니고 밤늦게 집에 들어와서 학원 숙제를 하는 것도 버거울 따름이다.
선행학습으로 인해 공교육이 붕괴되고 있다.
핀란드 같은 경우는 교사에게 모든 재량을 맡겨 우수 교사에게는 해외로 여행을 보내주기도 한다. 교사에게 모든 재량권을 주는 이유는 그 만큼 교사를 신뢰하고, 교사에게 아이들을 믿고 맡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교사들은 '학원에서 배웠겠지'라는 생각에 공부를 가르친다기 보다 시간을 때우고 월급만 받으면 된다라는 생각이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교사란 자신이 맡은 바 책임을 다해야 하고, 아이들에게 지식을 주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찾고 연구해야 하는데 몇년 전에 쓰던 자료를 그대로 쓴다. 아이들은 나날이 발전하고 교과서들도 새로 나와서 알아야 할 것들은 많은데, 한참 전에 쓰던 자료를 그대로 쓰다 보니 아이들은 발전할 수가 없다. 심지어 교과목 담당 선생님께 물어봐도 모른다는 답변을 주어 아이들은 도대체게 누군한테 물어보고 배워야할지 갈피를 못잡는다. 학원 선생님이 답변을 더 잘해주니 학원에만 의존해야 하는건지... 사실 우리나라 교사들이 학원 강사보다 못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들은 남들보다 열심히 공부하고 높은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교사가 된 사람들이다. 우수한 사람들이 교사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학원 강사보다 답변이 허술한 이유는 무엇인지, 이런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공교육을 신뢰하라고 할 수 있을지... 우리나라 아이들은 대학 입학이라는 관문을 통해서 무조건 외우고 암기하는게 전부가 되어 버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됐는지 모르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바로 우리나라 현행 입시제도에 있다고 생각한다. 공교육 강화를 외치고, 아무리 좋은 방안을 제시해봐도 잘못된 입시제도 앞에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사교육이 꼭 나쁜 것은 아니다. 사교육도 나름대로 장점이 많고, 학생의 상황에 따라 적절한 사교육이 도움이 되는 경우도 존재한다. 하지만 요즘 사교육의 폐해는 심각한 수준인데, 금전적인 부담을 넘어서 정신적인 소외계층을 만들어 내고 있다는 것이 더 큰 문제이다. 공부를 잘하려면 '스스로 사고하는 능력'을 갖추어야 하는데 학원에서 단순하게 문제풀이 기술만 배우고 있기 때문에 학습 능력이 향상되지 않는다. 습관적으로 학원을 의존하다 보면 초등때는 좋은 성적을 나올 수 있을지 모르지만 상급 학교로 진학할수록그 성적을 유지해 가기가 어려워진다. 주입식 교육을 받은 아이들은 자가학습능력을 잃어버리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공교육만으로도 공부를 잘할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주는게 대안이 아닐까 싶다. 사교육에 기죽지 말고 본인의 의지로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일깨워 주어 아이들이 스스로 일어날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그 부분은 바로 공교육 현장에 있는 선생님들과 부모들이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내 아이를 창의적인 인재로 키우고 싶고, 더 크게 자라길 바라는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필요한 것이 어떤건지 알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