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소녀 미랑 푸른도서관 59
김자환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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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가 아홉개 달린 구미호... 

여름이면 무더위를 식혀주기 위해 어김없이 등장하는 구미호 이야기.

이런 무서운 이야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척이나 좋아하지만 나는 아직까지도 구미호가 무섭기만 하다.

구미호는 꼭 밤 깊은 산중에 등장하는데 예전에 보았던 전설의 고향을 생각하면 아직도 아찔하다.

<여우 소녀 미랑>도 '늑대 소년'이나 '트와일라잇'처럼 특별한 존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곤 하는데, 여기서도 미랑은 특별한 존재로 등장한다.

비록 여우이긴 하지만, 사악한 기운이 하나도 없는 심성이 고운 여우이다.

엄마 여우와 살고 있는 미랑은 묘남이라는 남자를 사랑하게 된다.

그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그것만으로도 미랑은 행복감을 느낀다.

미랑은 묘남을 보면서 사람이 되고 싶어하고, 엄마 여우는 그런 미랑을 위해 사람의 간을 구해다 주고, 마침내 백년 산삼까지 구해다 준다.

 

 




사람의 업연이란 뭔지 모르지만 참 무섭다.

걸레 스님은 묘남을 보고 훗날 크게 될 인물이라고 판단하지만 그에게는 목에 녹두알만한 액점이 있어 열서너살에 양친을 잃는 상을 갖고 태어났다고 한다. 그로부터 십년 후 묘남의 아버지는 여우산 구미호에게 봉변을 당하게 되고, 그 충격으로 어머니마저 세상을 떠나게 된다.

오갈데가 없는 묘남을 걸레 스님은 은적암으로 데리고 오지만, 묘남은 양친을 잃은 충격으로 몇달 동안이나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

 

한편 여수 앞바다에 살고 있는 쌀례의 마을에 왜군이 쳐들어오고, 쌀례는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다.

마을은 불바다가 되고, 마침 걸레 스님이 그곳을 지나가게 되어 쌀례는 남장을 하고 미산이라는 이름으로 은적암으로 온다.

 

 

 

 

 

은빛 여우 미랑은 묘남을 보기 위해 은적암 근처에서 자주 묘남을 지켜보곤 한다.

구미호는 하나뿐인 미랑을 위해 백년 산삼을 구하러 명산을 돌아다니게 된다.

한달 반이 넘도록 온 산을 다 뒤졌지만, 백년 산삼은 귀한 것이라 쉽게 찾을 수 없었다.

어렵고 힘들었지만 기뻐할 딸의 모습을 생각하며 정성을 드린 구미호는 마침내 백년 산삼을 손에 쥐게 된다.

그러나... 미랑은 그걸 먹으면 자신이 사람으로 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귀한걸 묘남에게 먹이게 된다.

백년 산삼 덕분에 묘남은 정신이 돌아오게 되고, 미산과 함께 쌍검 훈련을 걸레 스님께 배우게 된다.

 

 

'못된 년! 그게 어떤 건데…… 그것도 날 원수로 삼고 있는 놈에게……. 그놈이 이 어미보다 중하단 말이냐?'

 

 

흥국사에서 전갈이 오게 되고, 왜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는 걸 알게 된 걸레 스님은 묘남과 함께 흥국사로 떠난다.

왜에게서 자신의 땅을 지키고자 그때부터 백성들은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 시작된다.

 

 

 

 

 

<여우 소녀 미랑>은 단순한 로맨스 소설이 아니라 설화와 역사, 무협을 아우르는 특별한 4중주의 소설이다.

미랑과 묘남의 인연도 특별하지만, 묘남을 사랑하게 된 미랑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다.

묘남의 아버지를 자신의 어머니가 죽였다는 이유로 묘남의 칼에 구미호는 죽게 되고, 미랑은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묘남을 죽이려고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을 차마 죽일 수가 없다. 그리고, 그를 위해서는 죽어도 좋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다.

걸레 스님이 일본 최고의 검술인 후쿠이와 칼싸움을 벌일 때 걸레 스님을 몰래 뒤따라갔다가 스님을 구하기도 하고, 여우골에서 벌어진 왜군과의 싸움에서 묘남과 미산의 쌍검이 후쿠이와 대전할 때도 아픈 몸을 던져 묘남을 구하게 된다. 주인공들이 사랑과 역사적 아픔 그리고 시련을 극복하는 이야기는 단순한 재미의 차원을 넘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준다. 사랑하는 이를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내어주고, 자신의 어머니를 죽인 원수임에도 사랑이라는 이름 앞에 모든 게 무너져 버린다. <여우 소녀 미랑>은 순수한 사랑을 그리워하는 어른들과 사랑의 의미를 배워 나가는 청소년들에게 참다운 사랑을 가르쳐 주는 또 하나의 고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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