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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 스물아홉, 임신 7개월, 혈액암 판정
이미아 지음 / 한국경제신문 / 2013년 3월
평점 :
세상의 모든 엄마는 내 아이가 행복하길 바란다.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만큼 예쁘지만, 시간이 지나고 아이들이 커가면서 아이들은 사랑이 아닌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 폭탁이 되어간다.
여기서 쿵! 저기서 쿵!
이쪽이 조용하면 다른 한쪽에서 사고가 터진다.
아이들 때문에 바람 잘날이 없고 엄마의 시간은 아이들에게 뺏겨버려 저녁이 되면 엄마는 넉다운이 된다.
신문사 기자로 있던 그녀도 이렇게 평범한 엄마가 되고 싶었다.
하지만, 둘째를 가진지 7개월 되었을 때 혈액암을 판정 받았다.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고, 다른 것보다 아이가 가장 먼저 걱정이 되었다.
뱃속에 아기가 있을 때 두려운 생각을 가지면 아이에게 좋지 않을까봐 오히려 강해지려고 했다.
다행히 혈액암은 완치가 가능했고, 아이는 예정일보다 한달 일찍 수술해서 3.2kg의 건강한 아이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그때부터 암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항암제를 맞아가며 어려움을 견뎌야 했고, 조혈모세포 이식 수술을 받으며 난관을 잘 견뎠다.
힘들었지만 아이들을 위해 꾹 참았다.
작은 아이 백일을 앞두고 몸상태가 안좋아 갑자기 병원에 입원해야 했을 때 자신도 모르게 의사들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난리를 치기도 했다.
어렵게 낳은 아이이기에 더 챙겨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으니까...
딸 아이는 엄마 뱃살이 세상에서 제일 푹신푹신하다고 했다.
살이 너무 쪄서 부끄러운 나머지 살 빼겠다는 말을 하자 아이는 살 안빼도 되니까 병원에만 오래 있지 말라고... ㅠ.ㅠ
그동안 말로 표현하진 않았지만, 아이는 엄마가 병원에 자주 가 있는게 싫었던 거다.
한참 사랑받아야 할 시기에 할머니와 동생뿐인 집에서 얼마나 외로웠을까...
딸이 병원에서 링겔을 맞게 되었을 때 그 어린 아이가 링겔을 맞으며 엄살도 부리지 않고 눈물을 흘리지도 않았다.
엄마도 참았으니 자기도 그래야 한다면서 어른다운 소리를 했다.
그때 엄마의 가슴은 얼마나 아팠을까...
병원 생활을 하는데 다행히 시어머니가 아이 둘을 돌봐 주시고, 직장 다니는 친정 엄마가 병원에 자주 들러 주셨다.
두분 다 힘드셨을텐데 내색 한번 하지 않으시고, 그저 건강하게 돌아오길 바랬던 양가 어른들의 마음...
엄마에게 힘들고 아프다고 투정을 부렸지만, 저자는 엄마의 마음을 아이를 키우면서 조금씩 알아갔다.
"자존심은 개나 줘버러. 진짜 중요한 건 지금 잘 버텨서 몸 다 낫고 여기서 나가는 거지. 여기 있는 사람들 다 그 마음으로 버티는 거야. 새댁, 아줌마가 됐으면 모든 걸 각오해야 하는 거야. 새끼들한테 눈앞에서 제 어미 죽는 꼴 보이기 싫으면, 속상해 할 시간에 걸어. 울면 백혈구 수치 안 올라." <본문 p.108 일부 발췌>
"이미아 님 본인을 하늘이라고 가정해보세요. 하늘은 맑을 때도 있지만 흐리고 비를 내리기도 하잖아요. 암에 걸린 것도 살면서 만날 수 있는 일종의 먹구름이나 비바람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요? 먹구름도 언젠가는 물러가고, 비바람도 그치고, 하늘은 다시 맑아지죠." <본문 p. 184 일부 발췌>
혈액암 같은 경우는 환자의 마음에 따라 회복 속도가 다르다고 한다.
내 생각엔 혈액암 뿐만이 아니고 모든 병이 그렇지 않을까 생각된다.
병과 이기겠다는 마음과 얼른 건강해지겠다는 마음이 함께 있어야 더 빨리 회복될 가능성이 높지 않을까 싶다.
정말 다행인건 저자는 3년 정도의 휴직 끝에 완쾌되어 다시 직장생활을 할 수가 있었다.
이젠 아이들과 놀아줄 수도 있고, 외출도 할 수 있다.
젊은 나이에 암에 걸리긴 했지만 그녀의 의지로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던 것 같다.
건강도 어느정도 되찾았고 복직을 위해 살을 빼러 헬스클럽에 갔을 때 림프종이라는 말을 듣고 받아주지 않았던 곳에서 받았을 그녀의 상처는 얼마나 컸을까? 아팠던 시간들을 지우개로 지우고 싶겠지만, 엄마였기 때문에 더 강하게 버틸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