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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살 전에 떠나는 엄마 딸 마음여행
박선아 글.사진 / 위즈덤하우스 / 2013년 3월
평점 :
여행하면 괜히 설레고 마음이 들뜨게 된다.
아이들이 소풍가기 전날 밤 마음이 들떠 잠을 못이루는 것처럼...
여행이란 그 자체만으로도 삶의 활력소가 되는데, 바로 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여행을 떠나는가 싶다.
특별한 계획이 없어도 훌쩍 떠나고 싶을 때가 있는 데 그때는 마음에도 휴식이 필요할 때인 것 같다.
저자는 딸과 함께 8년 동안 여행을 다녔다.
흔히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여행지를 찾은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살고 있어 사람 냄새가 나는 곳들을 둘러보게 해 주었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자연과 함께하는 그런 곳들을 둘러보는 것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자를 따라 여행하면서 그곳을 함께 둘러보며 삶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여행을 간다는 게 쉽지 않으니 여행을 계획하게 되면 이왕이면 알차게 가고 싶다는 생각이 크다.
그렇다보니 찾은 여행지에서 그곳에서 유명한 곳을 다 둘러보고, 그곳에서 유명한 음식도 먹고 싶다.
사실 요건 어른들만의 생각이다.
이왕 찾은거니 아이들에게 뭔가를 얻게 해주려는 어른들의 욕심...
그러다 보니 일정이 빡빡하고 여행에서 많은 곳을 둘러봤다고 생각은 들지만 정작 남는 것은 없는 허탈감은 무엇일까?
진정한 여행의 의미가 무엇인지 한번쯤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안동 하회마을을 찾다가 길을 잘못 들어 당황하고 있는 엄마를 보며 겁이 날 땐 노래를 불러 보라는 손양의 말에서 엄마는 위로를 받는다.
내색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아이는 벌써 엄마의 마음을 눈치챘나 보다.
여행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한 아이의 모습을 봤을 때 엄마는 얼마나 뿌듯했을까?
대문조차 필요 없는 인심 좋고 순박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가정마을에서 하룻밤을 보내며 방 열쇠가 없어서 마을회관으로 달려가야만 했던 저자의 마음을 그곳 사람들은 알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열쇠? 우리는 열쇠 같은 거 없는디…… 아마 필요 없을 건디!"
빡빡한 도시 생활을 하는 사람들하고는 너무도 거리가 먼 모습에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심정을 이해할 수 있었다.
예전에 살았던 사람들은 이렇게 착했을텐데 지금은 너무나 삭막한 곳에 살고 있는건 아닌지 모르겠다.
나도 도시보다 사람들 사는 냄새가 나는 이런 시골이 훨~~씬 더 좋다.

광명 새마을시장에서 만나 본 책읽는 할머니의 모습은 아름답게만 느껴졌다.
시장에서 곡물을 팔고 계셨지만, 일본어 소설을 읽고 계신 모습에서 삶의 여유가 느껴진다.
꽃씨를 사가는 손양을 불러 뜯어진 꽃씨를 주시는 할머니의 손길...
손양은 화분에 예쁜 꽃들을 심었겠지?

버스가 다니지 않아 물건을 사려면 택시를 타고 나가야 하는 무주 방재마을.
사는 가구가 얼마 안되어 버스도 운행을 안한단다.
할머니는 라면 몇개 사러 가기 위해 왕복 택시비 14,000원을 지불해서 읍내 가게에 다녀온다.
집 앞에는 커다란 감나무가 있지만, 할머니는 힘이 없어 감나무에 달린 감을 못딴다면서 따가라고 한다.
안그래도 있는 감 마저도 타지 사람들이 다 따간다면서...
시골에서만 느낄 수 있는 넉넉함이다.
지금 같은 도시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달동네를 추억하며 골목 여기저기를 걸어보고, 오래된 대문에 감꽃을 놓아주기도 한 손양은 돈이 없어 학교를 못 다녔다는 말에 이해가 안간다.
비가 오면 길이 물에 잠기고 엄마와 아파가 누워 있으면 대신 일을 해야만 했던 아이들 이야기에 손양은 눈시울을 적신다.
여행은 특별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아이와 손 붙잡고 사람 사는 곳을 둘러보는 곳이 진정한 여행이 아닐까 싶다.
여행을 위해 한가득 짐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목적지만 정한 채 가볍게 나서서 아이들에게 뭔가를 보여주고, 뭔가 느낌을 만들어 주는 것...
이런 여행을 통해 구지 말하지 않아도 아이는 스스로 알아가고 배우게 된다.
나도 복사꽃 핀 시골동네를 아이와 손 붙잡고 걸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