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미의 일기 중학년을 위한 한뼘도서관 5
공지영 지음, 허구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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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때는 아이들에게 일기 쓰기를 숙제로 내주는데, 아이들은 일기 쓰는 것이 무척이나 지겹다. 

매일 써야 하는 것도 귀찮고, 나만의 비밀일기를 누군가가 본다는 것도 싫다.

일기를 쓰면 좋은 점이 많다는 이유로 억지로 쓰는 일기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누군가가 내 일기장을 보는 것은 싫지만, 내가 다른 사람의 일기장을 들여다 보는 것은 재미있다.

일기장에 특별한 비밀 이야기가 있는건 아닌데도 말이다.

이 책은 일기 형식으로 된 동화이며 동화 속에서 미미가 제제에게만 이야기하는 부분을 통해 미미의 마음을 들여다 볼 수 있다.

어쩌면 아이들도 이렇게 미미처럼 자신만의 이야기를 일기장에 털어놓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을 해본다.

 

 


 

주인공은 열살 소녀 미미이다.

열번째 생일 날 아빠에게 선물 받은 일기장에 '제제'라는 이름을 지어주고, 자신의 모든 비밀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해서 미미는 아빠와 할머니와 살고 있다.

엄마도 없고, 전셋집에 살고 있지만 당당하고 쉽게 기가 죽는 아이는 아니다.

나무타기를 좋아하고, 밝고 명랑하지만 가끔은 엉뚱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 귀여운 소녀이다.

엉뚱한 생각을 행동으로 옮겨 그것이 문제가 될때도 있지만 말이다.

 

 

 

 

미미의 생일 날 할머니는 백설기와 짜장면을 준비해 주신다.

친구들처럼 미미도 치킨, 피자, 햄버거를 먹고 싶은데 말이다.

미미는 생일 날 자신이 좋아하는 현수를 초대하지만 현수는 과외 수업이 많아 미미의 생일에 올 수가 없다.

짜장면을 먹고, 친구들과 놀고 있는데 위층에 있는 쌍둥이 할머니가 쌍둥이를 맡기고 볼일을 보러 나가신다.

위층 쌍둥이로 말할 것 같으면 말썽꾸러기 중에서도 대단한 말썽꾸러기라 대책이 없는 아이들이다.

그날도 말썽을 부러 미미는 어쩔 수 없이 쌍둥이들을 벽장에 가두고 숲에 있는 토끼 굴을 찾아 집을 나선다.

 

 

 

 

며칠이 지나 현수는 다른 친구 생일에 가는 길에 미미 집에 들러 미미에게 생일 선물을 주는데,

고마운 나머지 미미는 현수에게 벚꽃 나무를 꺽어 선물하지만, 현수는 그걸 무시한 채 그냥 가버린다.

다음 날 미미는 학교에 가서 현수에게 사과를 받으려고 했지만, 현수는 미미에게 나무에 올라가고 엄마 없는 버릇없고 가정교육 못받은 애라는 말을 하게 되고, 미미는 홧김에 현수를 때리게 된다. 선생님이 엄마를 모셔오라는 말씀을 하지만, 엄마와 따로살고 있는 미미는 학교에 모셔 갈 엄마가 없다. 미미는 학교에 가는 대신 숲에 가게 되고, 나무 위에서 자고 있다가 까미라는 소녀를 만나게 된다.

아빠가 편찮으셔서 아빠가 하시는 쓰레기 수거하는 일을 엄마와 대신하기도 하고, 동생을 돌보며 밥을 짓는 까미를 보면서 자신이 훨씬 낫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미미는 쓰레기 수거를 하는 까미에게 새벽에 따뜻한 보리차를 주기 위해 까미를 기다리기도 한다.

 

 

 

 

이 책은 미미의 일상을 고스란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책이었다.

보통 열살짜리 평범한 소녀의 이야기였지만, 한편으론 평범하면서도 독특한 느낌을 주는 이야기였다.

미미는 나쁜 아이도 아니고, 생각이 없는 아이도 아니다.

단지 남자아이 같은 외모와 말괄량이 같은 행동을 즐겨할 뿐이다.

학교에 다니는 게 싫어서 백 년쯤 방학을 하는 학교를 생각하기도 하고, 자신의 아빠를 위해서는 작곡 사무실을 지어주고 싶고, 진희 아줌마에게 들은 환경 운동을 실천하고 싶어하는 착한 아이이다. 어린이날 기념으로 글짓기 시간에 미미는 글 대신 동화를 쓴다. 미미는 동화를 쓴다는 생각으로 재미있게 지은 글을 선생님이 오해를 하셔서 정서가 불안하다고 생각을 하기도 한다. 미미가 쓴 동화는 새 엄마가 싫어서 쓴 글도 아니고 단순히 자기가 겪었던 일들을 혼합하여 재미있게 쓴 글인데 말이다.

 

 

 

 

"새엄마인 마귀 할멈은 아버지 몰래 미설 공주에게 온갖 힘든 일을 시켰습니다. 냇가에 가서 빨래도 시키고 곡식도 찧게 하였습니다. 쓰레기차도 밀게 하고 어떤 때는 밥 대신 무공해 빨랫비누를 도시락으로 싸 주는 일도 있었습니다. 그건 쓰다 남은 식용유로 만든 거니까 먹어도 된다고 하면서요. 그리고 미설 공주가 말을 듣지 않으면 쌍둥이들을 시켜서 미설 공주를 벽장 속에 가두어 버렸습니다."  <본문 p.167 일부 발췌>

 

 

 

 

저는 미미가 쓴 이 동화를 읽으면서 빵 터졌습니다.

이런 글은 그 누구도 아닌 미미만이 쓸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미미는 아빠 결혼식 전 날 담임 선생님께 아빠가 결혼을 한다는 말씀을 드리기가 그래서 작은 아빠가 결혼식을 한다고 거짓말을 한답니다. 작은 아빠가 결혼식을 해서 학교를 하루 빠질 수 있는데 아빠가 결혼하면 학교를 한 일주일 쯤 빠질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이지요. 역시 미미다운 생각이네요~~

부잣집에 살고 있지만 과외를 스무 개나 하는 현수를 보면서 과연 부모 말을 거역하지 않아야 어른이 되었을 때 많은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서는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걸 소화하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쓰러지기까지 하는 현수를 말이지요. 요즘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을 보여주는 부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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