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공자 비룡소 클래식 32
프랜시스 호즈슨 버넷 지음, 레지널드 버치 그림, 김선애 옮김 / 비룡소 / 201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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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고전이 필요하고 고전을 읽어야 한다는 건 알지만,

요즘은 책이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하게 나오고 있으니 재미도 없고 딱딱하다고 생각하는 고전을 아이들 손에 쥐어주기란 쉽지가 않다.

나 역시도 고전보다는 내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에 먼저 손이 가는걸 보면 아이 역시도 마찬가지리라...

 

내가 어렸을 때 보아왔던 고전 중에 하나인 소공자를 보게 되었다.

워낙 유명했던 도서인지라 책의 내용은 몰라도 제목쯤은 누구나가 다 알고 있을 법한 그런 도서.

사실 나도 제목만 들었을 뿐 내용은 모르고 있었다.

집에 아이들 고전이 있긴 하지만, 그것까지 읽어보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야 하나... 아님 내가 너무 게을렀다고 해야 하나...

솔직히 얘기하면 책장 한쪽면을 꽉 채우고 있던 고전 읽기에 관심이 없었고 그 책은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처음 소공자를 봤을 때 꽤 두꺼운 책이라 쉽게 손이 가지는 않았다.

초등 4학년인 우리 아이에게 한번 읽어보라고 하니 '엄마 이건 아닌거 같아요...' 하면서 겁을 낸다.

역시 책 두께감을 보고 아이는 질려버린 듯 하다.

읽기 싫은 걸 억지로 보게 하면 오히려 책에 질려버릴 수도 있으니 나는 억지로 권하지는 않는다.

가끔 두꺼워서 아이가 엄두를 못내는 책들은 엄마인 내가 먼저 읽어보고 내용을 살짝 흘려주어 아이의 흥미를 끌어 내기도 하고, 궁금하게 해서 아이가 스스로 책을 보게 해주는게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국 백작이 될 운명을 가지고 태어난 세드릭.

세드릭은 한적한 동네의 싸고 좁은 집에서 태어나긴 했지만 정말 행운아였다.

늘 건강해서 아무런 걱정을 끼치지 않았으며, 성격이 순하고 귀여워서 누구나 좋아하는 데다 외모 또한 그림처럼 예뻤다.

세드릭은 외모만으로도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지만, 붙임성이 좋고 누구에게나 친절하고도 다정했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세드릭은 누구를 만나든지 간에 겁내지 않고 명랑하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이었다.

모르는 사람을 처음 만났을 때 상대방이 내게 친절하고 다정하게 대해주면 자신도 모르게 끌리는 것처럼 세드릭은 그런 아이었다.

사람들을 잘 믿고 함께 공감하며 다른 사람을 편안하게 해 주려는 다정한 마음이 있었기 때문인데 이건 세드릭 엄마의 영향이 컸다.

세드릭의 엄마는 다른 사람을 배려할 줄 알고,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려는 성품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었다.

 

 

 

 

세드릭은 좋은 아빠와 엄마를 두었지만, 아빠는 아이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기억도 나지 않는다.

아빠가 돌아가신 후 세드릭은 엄마의 눈에서 슬픔이 가득한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아이의 마음도 좋지는 않았다.

아이는 그런 엄마를 슬프지 않게 하려고 했고, 엄마를 기쁘게 해드리려고 노력하는 아이었다.

세드릭은 엄마를 '내 사랑'이라고 불렀는데, 세드릭의 아빠가 엄마를 내 사랑이라고 불렀기 때문이다.

엄마를 내사랑으로 부른다는 것도 재미있었지만, 그만큼 엄마를 사랑하는 마음이 가득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엄마도 세드릭을 많이 사랑했지만, 그만큼 세드릭도 엄마를 사랑했다.

 

 

 

 

세드릭에게는 친한 친구가 있었는데 식료품 가게의 주인인 홉스 아저씨와 구두닦이 딕 형, 그리고 과일장수 할머니였다.

세드릭은 엄마와 가장 친하게 지냈지만, 엄마 다음으로 홉스 아저씨와 친하게 지냈다.

시간이 날 때마다 홉스 아저씨의 식료품 가게에 가서 친구가 되어주기도 했고,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그날도 세드릭은 홉스 아저씨의 가게에서 아저씨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유모가 찾아왔다.

집으로 간 세드릭은 드린코드 백작 가문의 변호사인 해비셤 씨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백작의 후계자라는 사실과 얼마 후 영국으로 가야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세드릭은 미국에서 살았기 때문에 백작이란 것에 대해서 몰랐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이 싫어 백작이 되기 싫다고 한다.

하지만, 엄마는 아빠가 살아계셨다면 세드릭이 영국으로 가서 백작이 되길 원했을 거라고 얘기하자 순순히 엄마의 말을 따르기로 한다.

 

 

 

 

세드릭은 영국으로 떠나기 전에 백작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친구들을 도와준다.

류머티즘에 걸려 일을 못하는 남편과 밀린 집세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브리짓 아줌마에게 돈을 주어 어려움을 해결하게 해 주고, 비가 올 때마다 뼈가 쑤신다는 사과 장수 할머니의 가판대를 찾아가 천막과 난로, 숄을 준비해 준다. 그리고 구두닦이 딕 형에게는 돈을 주어 맘이 안맞아 일하기 힘든 제이크를 내보게하고 구두닦이 사장이 되게 간판과 구둣솔 등 새 도구를 갖춰 준다.

홉스 아저씨와의 대화를 통해 백작이 별로 좋지 않은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할아버지가 주신 돈으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세드릭은 백작이 되는 것도 참 괜찮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국으로 간 세드릭은 엄마와 따로 살아야 했다.

할아버지는 미국 여자인 에롤을 며느리로 인정하고 싶지 않았고, 며느리를 싫어해서 얼굴조차 보기 싫어했다.

그렇다고 사람들의 이목이 있는데 구질구질하게 살게 할 수 없어 집 근처에 에롤이 살 집을 주었다.

세드릭은 처음으로 할아버지를 만났을 때 긴장하지도 않고, 자신의 친구처럼 다정하게 대해 주었다.

할아버지가 준 돈으로 사람들을 도와주게 되어서 감사하다는 인사를 하고 그 돈을 어떻게 썼는지 할아버지께 요목조목 말씀드렸다.

저녁 식사가 준비되었을 때 세드릭은 통풍 때문에 다리가 불편한 할아버지를 위해 자신의 어깨를 빌려드리기도 했다.

일곱 살짜리 꼬마가 자신의 어깨에 기대라고 했을 때, 백작은 손자를 시험해 볼 요량으로 아이의 어깨를 잡았다.

아이가 부축하기에 할아버지의 무게는 상당히 힘에 부쳤지만 아이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식당까지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세드릭은 그 이후로도 할아버지와 많은 시간을 보냈다.

할아버지의 나쁜 점을 전혀 모르고 있었던 세드릭은 할아버지의 좋은 점만 바라보려고 했고, 할아버지의 친구가 되어주고 싶었다.

그러면서 자신은 할아버지 같은 백작이 되겠다고 했다.

백작은 성미가 나쁘고 무정하고 세속적이었지만 손자가 자신을 신뢰한다는 데서 전에 맛보지 못했던 기쁨을 느끼기 시작한다.

자신을 믿고 무서워하지 않으며 자신의 추한 면을 전혀 모르는 듯한, 자신을 의심 한 점 없는 맑은 눈으로 바라보는 누군가를 만나는 것은 그 사람이 어린아이일지라도 기분 좋은 일이었다.

백작은 많은 것을 가졌지만 그동안 자신을 위해서만 썼고, 자신의 아이들에게조차도 무정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가 손자를 좋아하게 될 줄 그리고 사랑하게 될 줄은 아무도 몰랐다.

백작은 부자였지만 아무도 그를 좋아하지 않았고 진정한 친구 하나 없어 외로웠다.

백작의 외롭고 쓸쓸했던 그 시간들을 세드릭이 행복이라는 것으로 채워주고 있었다.

백작은 세드릭을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서 손자가 말하는 걸 전부 들어주었고, 다른 사람을 도와주고 베풀어 주면서 그렇게 얻는 기쁨이 크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 그 애는 날 사랑해. 나도 그 애를 사랑하고. 전에는 무언가를 좋아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말이야. 난 그 애를 사랑한다고. 처음 봤을 때부터 마음에 들었지. 난 나이를 먹을 만큼 먹었고 사는 게 지긋지긋했어. 그런데 그 애는 나한테 살아갈 이유를 줬어. 난 그 애가 자랑스럽다네. 언젠가 그 애가 백작이 될 거라는 게 기뻤지."  <본문 p. 251 일부 발췌>

 

 

백작은 세드릭과 함께 그렇게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정말로 황당할만한 특별한 사건이 발생한다.

죽은 큰아들과 결혼해서 아들을 낳았다는 여인이 나타나게 되고, 세드릭은 백작의 자리에서 물러나야 하는 상황이 생기게 되는데...

과연 세드릭의 운명을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세드릭을 너무나 사랑하는 백작은 어떻게 그 일을 해결할 수 있을까?

 

 

 

 

오랫만에 접해 본 한편의 고전 속에서 참 많은 걸 느끼고 배울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것이 바로 고전의 매력이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처음에는 그닥 재미있다는 느낌을 받지 않았지만 페이지가 넘어갈수록 흥미진진해져 이야기 속에 푹 빠져들 수 있었다.

할아버지 앞에서는 당당하고 다정하며,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는 마음 씀씀이에서 세드릭은 백작다운 풍미가 느껴졌다.

몸이 아파 일을 하지 못해 소작료가 밀려있는 사람에게 아량을 베풀 줄 알고, 발이 다친 아이에게 자신의 말을 태워 집까지 데려다 주고,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집을 새로 지어주기도 한다. 이건 꼭 많은 걸 가졌다고 해서 가능한 부분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모든 부자들이 가난하고 힘없는 사람들을 생각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아름다울테니까 말이다.

세드릭의 엄마인 에롤 부인은 참 아름다운 여인인데, 외모에서 풍기는 이미지 못지 않게 마음도 아름다운 여인이다.

가난하고 불쌍한 사람들을 도와주기도 하고, 할아버지와 세드릭의 관계가 나빠질까봐 백작이 자신을 싫어해서 따로 살게 한다는 걸 세드릭이 모르게 하는 걸 보면 생각이 깊은 여인임에 틀림없다. 세드릭의 아빠와 엄마가 좋은 성품을 가졌기에 세드릭 같은 아이가 만들어지지 않았나 싶다. 세드릭이 백작이 되지 못한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한 것은 내 사랑에게 준 마차와 집을 뺏기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에롤 부인을 보면서 나도 아이를 위해 올바른 교육을 하고 있는지 한번쯤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다음번에 나올 비룡소 클래식은 어떤 책이 나올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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