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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괄량이와 철학자들 ㅣ 클래식 보물창고 16
F.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김율희 옮김 / 보물창고 / 2013년 4월
평점 :
<위대한 개츠비>를 출간하면서 인생의 황금기를 맞은 피츠제럴드의 작품을 한번 만나보고 싶었다.
그는 평생 동안 로맨스, 판타지, 희곡 등 여러 장르를 넘나들며 160여편의 중·단편 소설을 발표했는데, 그는 작품을 통해 미국 역사상 최고의 황금기였던 '재즈 시대'를 조명했고, '길 잃은 세대'로 일컬어지는 당시 젊은이들의 고민과 방황을 세심하게 그렸다.
<말괄량이와 철학자들>는 제목에서 보여지는대로 발랄한 말괄량이가 등장하는 소설인줄 알았는데, 8개의 단편이 들어있는 책이었다.
처음엔 책 제목 중에 하나가 소설 제목으로 쓰인 줄 알았는데, 의외로 책 제목에 있는 소설은 찾을 수 없었다.
단지 8개의 단편 속 주인공 아가씨로 등장하면 말괄량이로 그리고 총각들이 등장하면 철학자들로 지칭해 쓰여진 소설이었다.
'앞바다의 해적'에서는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대단한 말괄량이 아가씨가 등장하는데, 남자와 함께 당당히 담배를 피우며 남자들 앞에서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을 즐기고 버릇없을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등장한다. 그녀는 자신의 결점을 보완해 주는 장점이 담력 하나는 끝낸준다는 것이었는데, 땅이나 하늘 어디에 있는 것이든 세상에 무서울 것 없는 스무살의 아가씨이다. 그런 아가씨에게도 자신이 원하는 걸 과감하게 포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있으니 그게 바로 사랑이다. 여가를 즐기고 있던 그녀의 배에 해적이 올라타게 되고, 처음 만난 남자였지만, 인도의 국왕이 되고 싶다는 그를 따라 갈 생각을 한다. 잘 가다가 배는 세관 감시정에 포획되고 마는데, 처음부터 마지막까지 아디타를 잡기 위한 삼촌의 계략이었던 것이다. 아디타는 귀찮은 삼촌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어했고, 마침 해적은 아디타에게 구세주나 다름없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해적의 우두머리인 칼라일 역시도 삼촌이 보낸 사람이었다는 사실...
'컷클라스의 그릇'에서는 특별한 사연이 담긴 그릇이 등장한다.
에벌린이 결혼한다고 말한 날 칼튼 캔비라는 젊은이는 에벌린에게 특별한 선물을 준다.
에벌린처럼 단단하고 아름답고 텅 비어 있고 속이 쉽게 들여다보이는 그런 선물...
이런 표현을 빌린 선물이 궁금한데 의외로 이 선물은 둘레가 75센티미터가 되어 그릇장에 들어갈 수 없는 커다란 그릇이다.
그 그릇에 에벌린의 딸은 손이 비어 덧난 상처 때문에 패혈증에 걸리게 되고, 결국엔 의수를 달고 살아가게 된다.
그 커다란 그릇은 집에 손님이 왔을 때 남편이 펀치를 만들 그릇으로 쓰기도 한다.
한참이 지난 후 가정부는 자기도 모르게 그 그릇에 편지를 놓아두게 되고, 결국 그녀는 그 그릇을 버리게 된다.
그 남자가 무슨 이유로 그 그릇을 주었는지는 모르겠다.
자신의 여인을 뺏겼기 때문인지 아니면 복수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그 그릇으로 인해 에벌린은 많은 걸 잃어버린다.
여자에게 그릇이란 보관하기 힘들어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물건인데, 그 그릇으로 이렇게까지나 큰 일이 벌어질 줄은 생각도 못했을 것이다.
진작에 버렸으면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임을...
<말괄량이와 철학자들>은 지금과 다른 시대, 다른 배경의 인물들이어서 향수와 동질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품으로 영원히 포착된 젊음의 모습에서 향수를, 반항하고 방황하는 젊음의 고뇌에서는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사실 이런 젊음과 그 젊음을 둘러싼 사회의 모습은 피츠제럴드가 탐구한 주제였는데, 그의 작품에는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돈에 대한 갈망과 환상과 환멸이 느껴지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