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제목의 소설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제목에서 보여주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궁금했다.
한참을 읽다보니 뒷부분쯤에서야 나타난 잡동사니의 정체...
미미와 기리코씨의 대화에서 '아하~~'하고 그제서야 제목에 대한 의미가 꿰맞추어졌다.
하나의 소품으로 자리잡아 버릴 수도 그냥 놔둘수도 없는 자질구레한 것들...
어쩌면 잡동사니 속에도 그들마다 각자 사연이 있는 것임을...

기리코 씨는 평생 바깥일이라고는 한 번도 해본적이 없고, 74년 동안 한일이라곤 오직 책을 읽은 것이다.
그녀에게 요리는 '먹는 것', 세탁이나 청소는 '시키는 것', 아이들 학교행사나 친지간의 관혼상제니 하는 것들은 '불참하는 것'이다.
그 시대 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만 열정을 쏟는 독특한 케릭터이다.
슈코는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해, 혹은 그에게서 벗어나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때때로 어머니와 단 둘이 여행을 떠난다.
푸켓으로 여행 간 그곳에서 바비인형을 닮은 미미라는 열다섯살의 소녀를 보게 되는데,
유난히도 팔다리가 길고, 피부가 하얀 소녀인데다가 이목구비가 뚜렷하게 생긴 그녀를 보고는 자연스럽게 시선이 가게 된다.
이국적으로 생긴 소녀를 보며 슈코의 시선은 늘 그녀에게 고정이 되어 버린다.
슈코는 여행지에서도 남편을 생각하며, 그의 존재감만으로도 행복해하고, 그의 향기를 느끼며 가슴 설레여한다.
많은 사람들이 있는 장소에서도 슈코의 눈에는 남편만이 들어온다.
새로 산 스웨터를 남편이 촌스럽다고 하자 그 스웨터를 미미에게 줘버린다.
해바라기처럼 남편만을 바라보고 사는 슈코와는 다르게 남편은 바람둥이다.
바람둥이이지만 구지 티내지 않고, 슈코도 그런 남편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사람이 사람을 소유할 수는 있어도 독차지할 수는 없다는 걸 알기에...
독특한 것은 바람둥이임에도 자신의 아내에게 늘 다정한 연인을 대하듯 한다는 것이다.
함께 다닐 때는 늘 손을 꼭잡고 다니기도 하고, 슈코의 모습을 보고 틀림없이 내가 좋아하는 슈코라는 둥, 빨리 보고 싶다는 둥
연인에게만 들려줄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남들 앞에서도 자연스럽게 한다.
여행을 다녀온 후 미미는 기리코 씨에게 몇장의 사진을 보내오게 되고,
그것이 인연이 되어 미미와 기리코씨, 슈코, 하라 다케오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친구와 어울리는 것보다는 자신을 평범한 사람 대해주는 기리코 할머니가 더 편안하고 좋다.
간호사로 근무하는 엄마는 집에 늦게 들어오는 날이 많기에 미미는 자신과 처지가 비슷할거라 생각한 기리코 할머니의 집을 종종 찾아간다.
슈코와 만남이 있다보니 슈코의 남편인 하라도 만나게 되고, 미미는 대화가 잘 통하는 하라 다케오가 마음에 든다.
처음에는 편안해서 좋았는데 하라 다케오에게 조금씩 빠져들게 된다.
평소 말이 없는 미미가 그 앞에서는 이야기를 하면서 흥분하기도 하고, 그와 함께한다는 것이 즐겁다는 걸 알게 된다.
특별하지 않지만, 어쩌면 하라는 미미의 외로움을 달래줄 만한 사람이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그 사람과 마음이 맞아. 함께 있으면 즐거워. 하라 씨도 그래 보이고. 하지만 그게 다야. 엄마는 남자를 만나면 자기가 그 남자를 금방 좋아하게 돼버리니까, 그리고 그렇게 되면 그 남자한테만 찰싹 붙어 다니게 되니까 누구나 다 그렇게 되는 줄 아는 모양이지만, 다를 수도 있잖아?" <본문 p.267 일부 발췌>
"나는 하라 씨가 보고 싶어졌다. 나를 나로서만 봐주고, 알아주고, 이해해준 하라 씨가. 할 수만 있다면 지금 당장 만나고 싶었다.
나이도 한참 위인 데다 자신이 인기 있다고 여기며, 예쁜 아내가 있고, 나 같은 건 상대도 해주지 않는, 번번이 전화 연결도 안 되는 남자가." <본문 p.297 일부 발췌>
열 다섯 소녀의 마음을 사로 잡고, 자신의 아내에게도 사랑받는 그 남자...
소설 속에서 그리 멋지게 등장하는 부분은 없지만, 그에게서 어떤 매력이 있는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