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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ㅣ 장자크 상페의 그림 이야기
장 자크 상뻬 지음, 김호영 옮김 / 별천지(열린책들) / 2009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만약에 내 얼굴이 남들과 달리 하루 종일 빨개져 있다면 어떨까?
친구들에게 놀림을 받게 될테고 그것이 싫어 당장 병원에 가서 얼굴 빨개지는 병을 고치고 싶을 것이다.
지금은 의학이 발달해서 현대에서 나타나는 모든 병들은 거의 다 고칠 수 있으니까...
솔직히 이상한 외모로 남들에게 특별히 눈에 띄는 걸 원하는 사람은 없을테니 말이다.

여기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마르슬랭은 바로 얼굴이 빨개지는 병에 걸린 아이이다.
마르슬랭은 얼굴이 빨개져야 할 순간에는 빨개지지 않고, 그가 예상치 못한 순간에 아무때나, 아무런 이유없이 얼굴이 빨개졌다.
마르슬랭은 아이들이 자기 얼굴 색깔에 대해 말하는 것이 견디기 힘들어지자 친구들과 어울리지 않게 되고, 조금씩 외톨이가 되어 갔다.
그러다 보니 혼자 노는 것이 훨씬 더 좋았다.

어느 날, 마르슬랭은 여느 때처럼 얼굴이 빨개진 채 집으로 돌아오다가 계단에서 재채기 소리를 들었다.
계속해서 재채기를 해대는 그 아이에게 마르슬랭은 감기에 걸렸냐고 물어보았지만, 그 아이는 감기에 걸리지 않았는데도 재채기를 하는 병에 걸렸다고 한다. 그 아이는 새로운 이웃 르네 라토였다.
서로 독특한 병에 걸린 두 아이들은 쉽게 친해졌고, 둘은 함께 어울려 놀았다.

마르슬랭이 할아버지 댁에서 일주일 정도 방학을 보낸 후 집에 돌아와서 르네 집에 찾아갔지만 르네 가족은 이사가고 없었다.
르네가 새 주소와 편지를 남겨놓고 갔지만, 편지를 찾을 수가 없었다.
마르슬랭은 르네 라토를 잊지 않았고, 그를 자주 생각했지만 어느덧 어엿한 어른이 되어 갔다.
마르슬랭은 대도시에 살게 되었고, 버스를 타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데 어디선가 재채기 소리가 들려왔다.
사람들이 모두 웃음을 터뜨리고, 마르슬랭은 그 감기 환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그가 르네 라토라는 걸 알았다.
르네 라토는 바이올린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어 있었다.
둘은 어린시절을 생각하며 달리기 경주도 해 보았다.

그들은 자주 만났고, 마르슬랭은 어디에 도착하든 르네가 있는지를 물어보았다.
마찬가지로 르네 라토도 항상 마르슬랭 까이유를 찾았다.
어릴 때처럼 여전히 짖궂은 장난을 하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얘기도 하지 않아도 둘은 행복했다.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주는 친구였으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다.
여기 나오는 마르슬랭과 르네 라토도 그랬는데 두 아이는 독특한 특징 때문에 더 친하게 지내게 된다.
내가 가지고 있는 컴플렉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면 괜찮은데, 우린 너무 주변을 인식하고 사는 것 같다.
그렇기에 어쩌면 더 적응하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여기 나오는 마르슬랭처럼...
마르슬랭과 르네 라토가 서로의 컴플렉스를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하듯 그렇게 평범하다고 생각하고 살면 어쩌면 더 즐거울지도 모른다.
어차피 내가 가지고 있어야 할 부분이고, 없어지지 않는 부분이라면 받아들이는게 최선의 방법이니까 말이다.
만약에 둘의 만남이 없었다면 마르슬랭은 삶에 재미가 없었을지도 모른다.
진정한 우정과 행복한 삶에 대해 보여주는 이 동화는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