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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표수필 75 - 중고생이 꼭 읽어야 할, 개정증보판 ㅣ 수능.논술.내신을 위한 필독서
피천득 외 지음, 박찬영 외 엮음 / 리베르 / 2013년 1월
평점 :
수필이란 특별한 형식 없이 내 마음대로 쓰고 싶은대로 쓰는 글이다.
걸림이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에게 오랫동안 감동의 여운을 주기도 하고, 독자들에게는 풍요로움을 선사해 준다.
이 책에는 중고생들이 꼭 읽어야 할 한국대표 수필 75가지가 들어 있다.
문학 작품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혼란스러운 학생들에게 교과서의 수록 빈도, 예술성, 대중성을 작품 선정의 기준으로 삼아 담아 주었다.
다양한 콘테츠를 제공하여 작품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구성했으며 질문과 답변을 통해 독서 효과를 극대화할 수도 있고, 강화된 논술 시험에 대비하는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이해하기 어려운 토속어, 방언, 전문어 등 어휘풀이는 각주가 아니라 내주로 처리하여 가독성을 높였다.
나도 가끔 책을 읽다가 조금 난해한 단어가 나오면 주석 부분을 찾아보곤 했었는데, 이 책에서는 옆부분에 바로 적어주어 책을 읽는데 훨씬 수월했다. 어려운 어휘들은 작품의 성격을 규정짓는 키워드일 수도 있는데, 이런 어휘들을 소홀히 넘기면 감상의 포인트를 놓칠 수 있기도 하다.
내가 학창시절이었을 때 그때는 책갈피가 많이 나오곤 했었는데, 책을 사면 책갈피를 꽂아주곤 했었다.
그 책갈피 속에서 자주 본 시 중에 하나가 바로 유안진의 '지란지교를 꿈꾸며'인데, 오랫만에 읽어보니 느낌이 새로웠다.
작가는 편안한 사람을 좋은 친구라고 하는데 권력이나 재력, 인기를 얻기 위해 사는 사람보다 자신이 하고 싶어하는 일에 몰두하는 사람을 좋은 친구라고 한다. 학창시절을 되돌아보며 나도 친한 친구들을 생각해 보았고, 내가 생각하는 친한 친구들이 나를 친한 친구로 생각하는지 한번쯤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피천득의 나의 사랑하는 생활을 보며, 사랑이란 작은 느낌에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그는 새로 나온 나뭇잎 만지기를 좋아하고, 잔디 밟기를 좋아하고, 아가의 머리칼 만지는걸 좋아하고, 젊은 웃음소리를 좋아하고, 스치듯 보이는 자연 현상들을 좋아한다고 했다. 작가가 사랑하는 생활은 화려한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인데, 일상생활 속에 숨겨진 사소한 것들이라 대부분 사람들이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었다. 작가의 글 속에서 아기처럼 순수한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는데,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것은 거창한 것이 아니라 작고 소박한 것이다. 사람들이 작은 것에서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건 행복을 너무 멀리서 찾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이효석'하면 메밀꽃 필 무렵이 제일 먼저 생각난다.
이 책에서는 '낙엽을 태우면서'를 볼 수 있었는데, 가을의 낙엽 밟는 소리와 낙엽 타는 냄새가 그대로 전해지는 듯 했다.
그는 낙엽 타는 냄새가 갓 볶아 낸 커피의 냄새가 난다고도 하고, 잘 익은 개암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나도 낙엽을 한번 태워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부분이었다.
손수 물을 긷고 혼자 불을 지피면서, 목욕물 속에서 전신을 깊숙이 담글 때 느낌이 천국에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고 했다.
글을 보고 있자니 그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목욕물 속에 들어갔을 때 그때의 그 느낌과 온몸이 쫘악 풀어지면서 노곤노곤해 지는 그 느낌을 그는 천국에 비유를 했다.
얼마나 좋았으면 그 순간을 천국에 비유할 수 있었을까?
75편의 수필 속에는 자연에 대한 예찬, 사람과 동물에 대한 예찬, 기행문, 생활의 발견, 일상의 철학, 달관의 철학, 물건에 얽힌 이야기, 동양적 문화, 강직한 정신, 장인 정신, 국가와 사회, 글과 말, 책과 공부, 소중한 인연, 행복의 의미, 옛사람의 교훈 등 다양한 주제들이 들어 있었는데, 나는 생활에 대한 발견 부분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일상 속에서 느껴볼 수 있는 그 느낌들을 책을 통해서 간접적으로 느껴볼 수 있었으니 말이다. 수필과 함께 하면서 마음이 평온해지고, 행복에 빠지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자연과 함께 있는 수필을 보고 있노라면 나 자신도 자연 속에 함께 있는 듯하 느낌이 들었고, 기행문을 볼 때는 여행지를 답사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흔하게 접하고 볼 수 있어서 더 공감이 갈 수 있었던 수필을 보면서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간이었다. 책을 읽을 시간이 없는 중고생들에게 한권에 많은 수필이 들어있는 이 책을 선물해 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