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모퉁이 카페
프랑수아즈 사강 지음, 권지현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길모퉁이에 카페가 있다면 사람들은 거기에 카페가 있다는걸 얼마나 알 수 있을까?

그곳을 한번쯤 가봤거나, 특별한 느낌이 들지 않으면 어쩌면 존재조차도 모르고 지나갈지도 모른다.

늘상 다니는 길이라고 해도, 자신만의 목적지를 향해 바쁘게 가고 있다면, 주위에 뭐가 있던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어느 날 길모퉁이를 돌았는데, 내 눈에 문득 카페가 보인다면 들어가 보고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고 보니 카페를 찾은적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내가 생각하는 카페는 커피향이 가득하면서 잔잔한 음악이 있어 언제든지 쉬어갈 수 있는 곳이다.

누군가를 기다리며 음악에 취해보기도 하고, 친한 사람과 담소를 나누어도 좋은 곳...

차를 마시며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도 좋은 곳...

음... 생각만 해도 벌써 내 마음은 카페에 가 있는 것 같다.

책 표지가 은은한 커피색이었다면 어쩌면 커피 향이 느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표지에 보이는 민트색이 약간 차갑게 느껴지기도 하는데, 책에 들어있는 내용 역시 위로와 냉소적인 느낌들이 많이 잇다.

이 책에는 19편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데 해피엔딩보다는 차갑고도 가혹한 고독의 파편들이 보여지고 있다.

 

처음엔 길모퉁이 카페를 담은 하나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 줄 알았다.

요렇게 짤막짤막한 단편이 책 한권에 들어있는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차례를 안보고 책을 읽어내려갔는데, 뒤로 가면서 주인공들이 매칭되지 않는걸 보면서 그제서야 각각의 이야기가 들어 있는걸 알았다.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여자는 나이트클럽에서 잘생긴 남자들을 만나곤 했는데, 그런 시간이 오래되다 보니 이젠 신물이 나기도 했다. 새벽이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나이트클럽을 나선 그녀는 자신의 차를 지키며 졸고 있는 문지기 소년을 발견한다. 그 소년이 가여웠던지 그녀는 소년을 태워다 주기로 한다. 그녀는 가는 길에 한때 자신이 찾았던 마구간으로 들르기로 한다. 기수가 되고 싶었다던 소년은 차와 말을 좋아한다고 한다. 그녀는 소년을 차에 태우고 200킬로미터까지 속력을 낸다. 마구간에 도착한 그녀는 소년에게 구보하는 말을 보여주고 싶어 승마복과 장화로 갈아신고 말에 올라탄다. 말은 안탄지 2년이나 됐지만 거절할 수 없어 말에 올라타게 되고, 그녀는 말을 타고 가다가 흙덩이가 얼굴에 날아들게 된다. 안장에서 서서히 미끄러지게 되고, 말이 그녀를 걷어차게 되어 쓸쓸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사람의 운명이란 알 수가 없다. 모든 걸 다 가지고 스스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여인이 생각지도 않게 자신의 말을 타다가 초라하게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자신이 가진 걸 소년에게 보여주고 싶은 과시욕이 있었지만, 그 욕심이 자신의 목숨을 앗아갈 줄 생각지도 못했을테니 말이다.

 

레이디 개럿은 수많은 기사와 연애로 이른바 '커리어'를 쌓아왔다. 그녀의 애인 샤를은 잘생기고 남자다웠지만, 그녀는 샤를과 마지막으로 만나 결별을 위해 기차를 타고 여행을 간다. 기차 안에서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왼쪽눈썹부터 마스카라를 칠하기 시작한다. 정차했던 기차가 심하게 덜컹거리며 출발하는 바람에 그녀는 비틀거리게 되고 볼에는 마스카라가 위아래로 검은 자국이 생긴다. 그녀는 화장실을 나가려고 했지만, 화장실 문은 잠겨서 나갈 수 없게 되고, 그녀는 한참 동안이나 화장실에 갇히게 된다. 누군가 화장실에 왔었지만 안에서 잠긴 문 때문에 들어오는 사람은 없었고, 그녀는 샤를에게 말할 이별을 연습하기도 한다. 웃다가 울다가 하면서 정신 나간 사람처럼 행동하기도 하지만 말을 듣지 않는 손잡이 때문에 기괴한 상태로 갇혀버린 그녀는 자신을 구해줄 남자만을 생각하게 된다. 다행히 기차역에 도착할 때쯤 그녀는 구출되었고, 평온한 상태에서 기차에서 내린다. 그리고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샤를을 만나 이별 통보 대신 언제 결혼하느냐는 말을 하게 된다.

사람은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렇게 변할 수도 있다는 걸 알게 된 소설이었다. 아무 걱정이 없을 때는 주변의 소중한 사람이 아무렇지도 않게 느껴지는데, 막상 홀로 남겨진 자신의 모습을 생각할 때는 누군가를 생각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기차 안에서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녀는 분명 샤를에게 이별 통보를 했을 것이다. 그럼 화장실 문이 순간적으로 오작동 된 것은 샤를에게는 대단한 행운인 것이다. 

 

각 이야기에 등장하는 삶의 순간순간들은 잔인한 현실과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맞닥뜨림으로써 빠지게 되는 충격과 상실감을 반경한다. 그리고 이 모든 이야기의 결말은 상상을 초월한다. 인간의 운명을 바꿔놓는 것은 의외로 하나의 시선, 한마디의 말, 한 순간의 충동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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