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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에서 하버드까지
리즈 머리 지음, 정해영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리즈의 어린시절은 참 우울하고 비참했다.
한참 사랑받고 자라기에도 부족한 나이에 어린 아이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현실이었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으련만, 현실을 그렇지가 못했다.
부모는 마약 중독자였으며, 정부의 생활 보조금으로 살아야만 했다.
부모는 매달 보조금이 나오는 날을 눈이 빠지게 기다리며, 보조금이 나오면 그 돈은 마약을 사는데 다 써버려서 식구들은 많은 시간을 굶어야 했다. 음식이라고 먹는 것이 계란과 소시지뿐이었는데, 질려서 더 이상 먹을 수가 없을 정도였다.
텅빈 냉장고와 욕실엔 배수구가 막혀 물이 빠지지 않고, 집안은 담배꽁초로 널려 있었다.
마약에 빠진 엄마와 아빠는 밤마다 마약을 사러 나갔고, 리즈는 까칠한 언니로부터 부모를 도와주기 위해 밤을 지새우기가 일쑤였다.
언니가 잠든 틈을 이용해 부모가 나가면 리즈는 부모가 돌아올 때까지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부모의 이야기를 들어주다가 새벽에서야 잠이 들었다. 이런 생활이 반복되다 보니 리즈는 학교에 가는 것도 버거웠고, 자꾸만 학교를 빠지게 되었다.
어렸을 때는 아빠가 주워다 주는 장난감을 가지고 놀았고, 몸에서는 찌든 담배 남새와 샤워를 하지 못해 오물 냄새가 풍겼다.
집에서 마음을 붙이지 못한 리즈는 마음에 맞는 아이들과 길거리에서 방황하며 돌아다니고, 못된 장난으로 위험한 아이가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는 에이즈에 걸리게 되고, 정신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다가 결국엔 엄마는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리즈는 어린 나이에도 엄마의 힘듦을 위로해주고, 들어주면서 친구가 되어 주었다.
엄마가 죽은 뒤 가족은 뿔뿔히 흩어지게 된다.
언니는 따로 나가 살았고, 아빠는 보호소로 보내졌으며 리즈는 그때부터 거리에서 방황하기 시작한다.
리즈는 예비학교에 다니면서 친구들의 집에서 돌아가면서 잠을 자기도 하고, 잠을 자기 어려운 상황에는 몰래 옷장 속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잠을 자다가 어른들이 깨기 전에 새벽에 나와 부족한 잠을 계단에서 채우기도 했다.
무거운 책과 자신의 짐을 가방에 들고 다니며, 턱없이 부족한 수면 시간과 어디서 자야하고 무엇을 먹어야 할지는 늘 고민이었다.
그런 장애물들이 리즈를 괴롭혔지만, 리즈의 목표는 예비학교에서 고등학교 1년 동안 배워야 할 것들을 한 학기에 마치는 것이었다.
가끔 편안하고 안락한 곳에서 잠을 잘 때는 담요의 유혹을 뿌리칠 수가 없었는데,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장애물들을 이용하여 담요를 걷어차게 학교로 갔다. 그러나 예비 학교에서 최고의 수업은 바로 교사들 자체였다고 한다. 역할모델이었던 선생님들은 어둡고 혼란스러운 세상에서 나침반이 되어 주었다.
우리는 사람들을 똑같은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
리즈가 어쩌면 우리나라에서 태어났다면 지금의 멋진 모습을 보여줄 수 없을지도 모른다.
그런 환경에서 나침반에 되어줄 만한 선생님도 없지만, 부모들은 내 아이가 그 아이한테 나쁜 영향이 끼칠까봐 가까이 지내려도 하지 못했을테니 말이다. 리즈가 학교 생활에 열심히 할 수 있었던 이유는 사람들과의 유대관계 때문이다. 남들보다 더 많은 수업을 들어야 했기에 버겁고 힘든 시간도 있었지만, A학점에 대한 성적표를 생각을 하면서 자신 말고는 아무도 대학을 보내줄 수 없다는 현실을 알았기에 더 열심히 했을지도 모른다. 의지할 곳 없는 생활 속에서 오직 학교를 통해서만 자신의 빈 자리를 채워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집도 없이 떠도는 상황에서 많은 등록금이 들어가는 하버드에 입학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과의 싸움과 피나는 열정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버드에 입학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기 위해 노력한 리즈의 열정은 정말 대단하다. 앞 부분에 마약중독에 관한 부모의 얘기가 많이 나오지만, 자신만의 삶을 꿋꿋하게 만들어간 리즈는 정말 대단하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하기 위해 보여지는 부분들과 하버드에 입학하기 위해 장학금을 받으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에서 감동이 느껴지는데, 한 사람의 인생이 담긴 한편의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든 책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