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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함께 보면 아이의 숨은 마음이 보인다
차승민 지음 / 전나무숲 / 2013년 2월
평점 :
어른들이 보기에 아이들은 아무 스트레스 없이 살고 있는거 같지만 아이들의 내막을 들여다 보면 생각보다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아이들이 말하지 않아 부모가 알지 못하는 부분이 더 많은데, 그 부분이 치유되지 않으면 우울증과 학교 폭력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그런 아이들에게 누군가 이야기를 들어줄 상대가 있으면 좋지만, 아이들은 부모가 자신의 이야기를 공감해 주지 않을 것 같아 쉽게 털어놓지 못한다.
아이의 마음을 치유할때 그림을 그리거나 자신만이 볼 수 있는 비밀 노트를 만들어서 적어 놓으면 그것도 스트레스를 푸는 데 도움이 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 책에서는 영화를 통해 아이의 마음 치유를 이야기하고 있는데, 영화를 보고 함께 공감하면서 아이의 마음이 열린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부분이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영화는 단지 노는 즐거움으로 생각했었는데, 영화에 이런 좋은 점이 숨어있다는걸 처음으로 알았다.
저자는 초등학교 교사로 15년 동안 생활하면서 아이들과의 영화 수업으로 교육에 대해 긍정성을 보여주고 있는데, 처음에 영화를 보여준다고 했을 때 학교 교장선생님부터 학부모들까지 공부는 안가르치고 영화만 보여준다는 쓴소리도 들어야 했다. 수업 진도를 일찍 끝내고 나서 일부러 영화를 보여주곤 했었는데, 아이들과 영화를 함께 보면서 아이들이 달라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영화가 단순한 즐거움이 아닌 수업을 더 집중력있게 이끌어내는 계기가 되었고, 영화를 본 것을 토대로 토론과 논술 수업으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상처투성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영화 속 인물들을 통해 자기 자신을 들여다보고 다른 사람의 입장도 이해할 줄 알게 되었다.
그동안 아이들 교육을 복잡하고 어렵게만 생각했었는데, 콩나물을 키우듯 아이들 마음에 물을 주는 노력부터 시작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 출발점이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영화를 본다고 무조건 다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영화를 선별해서 봐야 하고, 아이와 함께 공감할 수 있으면 더 좋다. 어디에서 영화를 보든 아이들과 함께하는 것이 중요한데, 부모와 자녀가 무언가를 함께 하는 것이 바로 소통의 시작이다. 평소 자기 이야기를 말하기 싫어하는 아이들도 영화를 보면서 자신의 감정이 일치하는 상황이나 인물이 있으면 그 상황과 인물에 대해서 말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아이들 마음이 고스란히 들어 있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나누면서 자신을 반성하는 기회를 갖게 되기도 한다.
남들이 보기엔 우리 아이는 참 괜찮아보이지만 부모들이 생각하기엔 이것저것 부족한 부분만 보인다.
아이들에게 불만이 많은 부모들에게 방학 생활을 위한 팁을 알려주고 있는데, 최소한 1주일 이상 아무것도 하지 말고 늘어지게 놀도록 해주라는 것이다. 맛있는 음식도 해주고 아이들이 무얼 하며 지내든지 못 본 척하라. 충분히 쉬고 나야 새로운 것을 시작할 수 있다고...
학원을 다니든 집에서 공부를 하든 그때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는 말과 함께...
특히 남자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아이들이 흥미 있어 하는 걸 찾아 충분히 그걸 가지고 놀도록 해주라고 한다.
공부는 꿈을 이루는 과정일 뿐이다. 내 아이가 꿈이 없는 아이라면 꿈을 가질 수 있도록 격려하고, 꿈이 있는 아이라면 차근차근 꿈에 가까워지도록 함께 길을 찾아줘라. 그리고 아이를 믿고 기다려줘라. <본문 p. 94 일부 발췌>
영화에 이런 숨은 매력이 있다는 건 놀라운 사실이었다.
이책에는 영화 수업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고 있는데, 영화수업을 인성교육부터 모든 분야에까지 교육적으로 잘 활용하신 선생님은 참 지혜로우시다. 제일 마지막 부분엔 영화 공개 수업을 하면서 부모님께 잘못한 일을 공개적으로 용서를 비는 자리가 나온다. 이 부분에서 아이들이 하지 말아야 할 얘기까지 하게 되는데, 책으로 읽었는데도 정말 재미있었다. 공개수업에 갔으면 배꼽이 빠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더 기가막힌 재미있는건 아이들이 용서를 비는 과정이 반도 나오지 않았는데, 부모님들은 그걸 보면서 무척이나 즐거워하셨다는거다.
이런 기회가 아니었다면 감히 아이들이 어떻게 그런 잘못을 얘기할 기회가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