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 푸른도서관 56
천주하 지음 / 푸른책들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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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도 책 표지에서도 무얼 의미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책을 보기 전에 눈썹이라는 제목과 함께 흔히들 여성들에게 중요한 美에 관한 것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든 책이었다.

궁금한 마음에 책을 펼쳐보곤 했는데 책 속에 등장하는 아이는 중학생 소녀였다.

왜 암에 걸렸는지는 나타나지 않으나, 암 수술을 하고 학교를 1년 4개월 동안 쉬다가 중학교 3학년에 복학을 한 이서현.

다행히 수술 후 건강한 몸으로 학교에 복학했지만, 빈 공백기간이 서현이에게는 무척이나 크게 다가왔다.

학교란 곳이 낯설게만 느껴지고, 아는 사람 하나도 없이 학교에선 스스로 외톨이가 되어가곤 했다.

 

수술 후 항암치료를 받으면서 빠져버린 머리카락과 눈썹 때문에 가발을 쓰고 다니고, 매일 눈썹을 그리고 학교에 갔던 아이.

그 아이에게 가발과 눈썹은 남들에게 자신이 아팠었다는 걸 보여주지 않기 위한 자신만의 자존심이었다.

서현이는 가끔씩 중학교 때 친했던 소영이와 지연이를 만나기도 했는데 고등학생이 되어버린 그 아이들과는 서로 대화가 공유되지 않는다. 자신들의 학교 얘기만 하는 그 아이들 사이에서 대화에 끼여들 틈조차 없다.

그렇게 친한 친구들이 자기 몰래 자신의 아픔이 그대로 배어있는 놀이 동산에 갔다는 걸 알게 된다.

그러면서 소영이와 지연이는 그의 친구 목록에서 자연스럽게 빠지게 된다.

 

서현이에겐 대화를 함께 공유할 사람이 없었는데 병원에 있는 진아 언니가 그나마 위로가 되긴 했었다.

진아 언니도 수술을 했는데 재발로 다시 병원에 입원했다.

자신의 허전하고 외로운 마음을 말하고 싶지만, 진아 언니에 비하면 너무나 행복한 자신의 생활을 차마 말로 하지 못하기도 한다.

 

서현이는 한달에 한번씩 케모포트에 약을 넣으러 병원에 가는데, 그날 우연히 병원에서 짝꿍인 선정이를 보게 된다.

선정이 역시 서현이와 같은 복학생이었고, 한때 날라리였던 그 아이 역시도 친구가 없다.

일진으로 있다가 작년에 사고가 터져 필리핀에 유학을 갔다가 올해 복학을 했고, 서현이와 짝꿍이긴 하지만 말이 없는 둘의 관계는 서먹서먹하다.

선정이는 서현이에게 시험 전 날 선생님이 정리해 주신 종이를 나눠주면서 조금씩 마음을 열어간다.

학교에서 졸업 여행을 가는 날 둘은 함께 자리에 앉게 되고 친구가 되어간다.

함께 방을 쓰게 된 선정이는 욕실에서 준비하는 서현이에게 급하다는 핑계를 대고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서현이의 가발을 벗기게 되고, 그걸 계기로 서현이는 가발을 쓰지 않아도 괜찮은 자신의 모습을 찾게 된다.

 

서현이는 매일 그리는 눈썹이 번거로워 눈썹 문신을 하고 싶어하지만, 엄마가 반대를 한다.

병원에서 퇴원한지 1주년이 되는 날 가족끼리 파티를 하게 되고, 1주년 기념으로 아빠가 받고 싶은 선물을 해주겠다고 하자 서현이는 과감히 눈썹 문신을 하겠다고 한다. 눈썹 문신를 하기로 한 날 병원을 찾게 된 서현이는 선정이를 보게 되고, 선정이에게 병원에서 암 수술을 한 엄마가 있다는 사실과 선정이의 아픈 과거의 모습도 우연히 보게 된다.

자신이 외롭고 힘들었던 순간에 언니가 데리고 간 그 곳을 선정이와 함께 찾게 되고, 선정이의 마음의 친구가 되어주기도 한다.

 

이 책은 청소년 아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평범하게 살고 싶지만, 평범하게 사는 방법을 잃어버린 서현이의 모습과 자신의 아픈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 않는 선정이.

어쩌면 두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말을 하다 보면 자신의 아픈점이 드러날까 두려워서일지도 모른다.

암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위로해 주며 친구가 되어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는데, 선정이가 한때 일진이 되어 그렇게 되어버린 그 아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사람들은 겉모습만 보고 판단하는데 그게 바로 선입견임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의 고통만 생각하며 주변인들이 자신을 무조건 이해해야만 했다고 생각했던 서현이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가기 시작하면서 자신도 누군가를 위로해 줄 수 있다는걸 알게 되기도 한다.

진아 언니의 죽음으로 자신이 선물했던 책을 다시 받게 되고, 그 책을 자신의 보물상자에 보관하려다 자신이 서운했었던 소영이와 지연이와의 관계가 자연스럽게 풀리기도 한다.

이 책은 눈썹에서 시작하고 있지만, 결국 서현이는 자신이 그렇게나 원했던 눈썹 문신은 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그 사이 눈썹이 많이 자라나 있었으니까...

요즘은 중학교에 다니면서 화장하는 아이들이 참 많이 있다.

보기에도 안좋고 참 안타까운데, 이 책을 통해서 서현이가 눈썹을 그려야만 하는 이유와 그 아이의 심정을 보듬어볼 수 있는 시간이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평범한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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