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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곰묘묘 이야기 - 「어서와」 고아라 작가의 따뜻한 감성 만화
고아라 글 그림 / 북폴리오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따뜻한 봄을 연상케하는 핑크색 표지가 마음을 따스하게 해준다.
이렇게 추운 겨울 날 이 책을 보고 있자니 마음은 벌써 봄 앞에 성큼 다가간 듯 싶다.
딱 보기에도 별로 어울릴 것 같지 않은 곰곰이와 고양이 묘묘의 사랑이야기.
커다란 곰과 작은 고양이가 서로 어울린다고 생각해 본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요즘은 세상이 좋아져서인지(?) 간혹 이렇게 보기 드문 사랑이야기가 등장하곤 하는데 독특한 설정에 호기심이 생기기도 한다.

4월 곰곰이 묘묘네 집을 찾아오고 둘은 함께 밥을 먹게 된다.
커다란 가방을 들고 온 곰곰은 갈곳도 없고, 연락할 곳도 없면서 묘묘 앞에서 눈물까지 흘린다.
곰곰이의 계획 너무 재미있다.
정말 갈 곳이 없는건지, 아님 처음부터 묘묘와 함께 살고 싶었던건지 그건 알 수 없다.
산책을 하다가 네잎크로버를 찾는 곰곰을 보고는 묘묘는 예상외로 곰곰의 순수함을 발견하기도 한다.
며칠 후 묘묘 혼자서 산책을 나갔다가 지난번에 곰곰이 네잎크로버를 찾던 자리에 앉아 자신도 네잎크로버를 찾게 되는데...
언제 따라왔는지 산책 나온 곰곰을 보고, 지난번 곰곰의 뒷 모습이 생각나 옷을 쓱 내리기도 한다.

묘묘가 장을 보러 갔다가 자신이 먹을 통조림은 사오고, 곰곰이 좋아하는 꿀을 사오지 않았다.
곰곰이 마중을 나갔는데, 장바구니가 무거워서 들어주려고 하자 묘묘는 장바구니 두개 중 한개만 곰곰에게 준다.
혹시라도 곰곰이 장바구니를 열어볼까봐 장바구니를 주지 못하는데,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 묘묘를 보고 장바구니를 들어준다고 하자 묘묘는 자신이 들고 가겠다며 성질을 부리기도 한다. 그래도 묘묘는 일말의 양심은 있구나.. ㅋㅋㅋ~~

곰곰은 요즘 들어 수상한 묘묘를 미행하기도 하는데, 묘묘는 도서관 직원과 데이트하다가 딱 걸리게 된다.
도서관에서 다독왕으로 선정된 묘묘를 위해 곰곰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면서 축하파티를 열어주겠다고 하자 별것 아니라며 유난떨지 말라고 한다.
어느새 겨울이 찾아오고 곰곰은 겨울잠을 자게 된다.
봄이 오기 전에 곰곰의 외투를 빨려고 하다가 주머니에서 쪽지를 발견하게 되는데...
크리스마스날 묘묘는 가족이 생기기를 기도한다.

우직한 곰곰과 까칠한 묘묘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보자니 사람들이 사는 모습을 보는듯 했다.
우리가 사는 일년도 이렇게 만화로 표현하면 재미있을까?라는 생각을 가져본다.
살면서 즐겁고 재미있는 일도 많은데, 한해를 지나보면 그런 기억들은 어찌 다 생각나지 않는건지...

묘묘는 곰곰이와 함께 하는 생활이었기 때문에 덜 외로웠을지도 모른다.
곰곰은 밥 먹을 때 짭짭거리면서 먹는다고 숟가락으로 머리통을 맞기도 하고, 이유도 모른채 묘묘의 화풀이 받기도 하지만, 아무 말없이 그걸 다 받아준다. 묘묘가 걸려 넘어질뻔한 돌부리를 지나는 길에 치우는 모습에서 묘묘를 향한 곰곰의 마음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묘묘에게 잘해주고 싶지만, 한 성질 있는 묘묘를 위해 참아야 했던 곰곰이가 조금 안돼 보이기도 했지만, 무던히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자세도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곰곰이 겨울잠에서 깨면 봄에는 묘묘와 곰곰이 예쁜 사랑을 할 것만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