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컷 그리고 수컷 : 오페라 카르멘과 함께 하는 성 이야기
주석원 지음 / 세림출판 / 2013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암컷과 수컷이라는 독특한 제목에서 오묘한 느낌이 든다.

이 책은 오페라 카르멘을 주제로 하여 성 이야기를 담고있다.

저자는 메조소프라노 배지연이 즐겨 부르는 오페라 <카르멘>의 유명한 아리아 하바네라를 듣고 영감을 얻어 썼다. 

오페라 <카르멘>은 단지 카르멘이라는 강한 개성과 카리스마를 지닌 한 여성의 단순한 사랑이야기로만 치부할 수는 없는, 여러 각도에서 다양한 해석이 가능한 문제작이다. 인간의 성·사랑·야망·질투·이별·결혼·양육과 같은 인간 삶의 본질적 주제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이걸 동물의 본능과 결부시켜서 한권의 책으로 출간되었다.

 

카르멘은 자신을 유혹하는 다른 사람들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자신에게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는 어리숙한 호세에게 주파를 던지는데, 일반적으로 인간을 포함한 동물의 세계에서는 수컷과는 다른, 암컷만이 갖는 생리적 특징이 이러한 까다로운 구애의 시나리오를 만들 수 밖에 었다고 한다. 이는 난자와 정자의 생성과정이 다르기 때문인데, 처음부터 유한한 난자를 가지고 있는 여자에 비해 평생동안 수도없이 만들어 낼 능력이 있는 정자 때문에 여자는 까다롭고 남자는 헤프다는 소릴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우수한 수컷만이 암컷을 차지할 수 있는데, 가장 기발한 것 중 하나는 코스타리카에서 사는 긴꼬리마나킨새 암컷이 주최하는 콘테스트이다. 수컷들은 목청을 돋아 기이한 소리를 내며 노래를 한다. 이때 서로 호흡을 맞춰 완벽하게 동일한 음으로 듀엣을 해야 하는데 이 동일한 선율을 암컷이 방문하기까지 시간당 무려 1000회 가량 반복한다고 한다.

수컷은 단지 훌륭한 자손을 많이 낳기 위해서 암컷을 위해서 갖은 노력을 다한다. 성과 먹이 제공이 연관된 가장 엽기적인 경우는 사마귀의 경우인데, 교미가 끝낸 후 암컷 사마귀는 수컷 사마귀를 먹어 치운다. 수컷이 자신의 몸을 제공함으로써 그것을 먹느라고 정신이 팔린 암컷이 다른 수컷과 재차 정사를 하지 못하게 시간을 벌고, 자신의 몸으로 2세가 무럭무럭 자랄 수 있는 양질의 영양분을 제공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는 대개 암컷보다 수컷이 화려하고 아름다운 경우가 많다. 까다로운 암컷에 잘 보이고 그것으로 환심을 사 암컷과 짝짓기를 하고자 하는 수컷들 사이의 경쟁 때문이다. 암컷이 여러 가지 까다로운 기준으로 수컷을 선택하는 것은 결국 건강하고 섹시한 수컷을 고르기 위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남자가 대개 단기적 짝짓기전략을 구사하고, 여자가 장기적 짝짓기전략을 구사하는데 반해, 여기 오페라 <카르멘>에서는 반대로 여자인 카르멘이 단기적 짝짓기전략을 구사하고, 남자인 호세가 장기적 짝짓기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여기에 오페라 <카르멘>의 묘한 뒤틀림 구조가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위에서 발견하는 가장 흔한 그림이란 대개 사람들이 이 두 가지의 전략을 혼용해서 사용한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결혼생활을 영위하면서 배우자 몰래 이따금 외도를 감행하는 것이다.

 

이 책은 카르멘에 녹아있는 성과 사랑에 대한 이야기를 의학적으로 해부하고, 감성적으로 터치하여 음악적 감동과 함께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그리고 마침내는 성에 대한 상식의 테두리에서 우리를 자유롭게 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