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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과 사귀다
이지혜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3년 1월
평점 :
누군가를 사귄다는 생각만으로 마음이 설레이고 행복하다.
흔히 사귄다고 하면 애인이나 연인이 될 누군가를 생각하게 된다.
내가 늘 찾던 장소를 사귄다는 생각을 해본 사람들은 얼마나 있을까?
독특한 제목으로 내게 다가온 책이라서 신선한 느낌을 받았다.
자신이 찾았던 장소를 다시 밟아가면서 추억을 생각하기도 하고 그곳에서 다른 이들을 만나기도 했다.
총 50개의 장소를 다니면서 그곳에 대한 느낌을 적은 책인데, 저자가 찾은 장소는 아니었지만 나도 그 장소를 떠올리며 추억에 잠기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놀이터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그네와 미끄럼틀인데, 이젠 아이들이 커버려서인지 놀이터를 찾을 일이 없다.
가끔 지나가다가 놀이터에서 흙장난을 하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나도 내 아이들 어렸을 적 모습이 생각나곤 했다. 말 한두마디에 친구가 되어버린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아무 스스럼 없이 다가가고 친해지는 아이들...
지금은 놀이터에서 놀 시간이 없는 아이들의 모습을 생각하면서 텅빈 놀이터의 모습에 마음이 싸~~해지기도 했다.

시간이 정지된 것처럼 옛 추억을 고스란히 담아주고 있는 사진을 보면 아름답고 예쁜 모습들로만 채워져있다.
사진을 보면서 이렇게나 많이 흘러간 시간들을 다시금 느끼곤 했다. 그러고 보니 사진관을 언제 찾았나 모르겠다.
예전엔 사진을 찍으면 현상을 해야 해서 사진관을 찾곤 했었는데 이젠 손안에서 내 사진을 볼 수 있으니 사진관이 사라져가고 있는 것 같다. 사진관과 더불어 사라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비디오 대여점이다. 내 마음대로 인생을 골라볼 수 있다는 매력이 있는 곳이었는데 이젠 그곳을 찾기도 어렵다. 아이들 태아때 녹화가 된 비디오들이 아직도 있는데 비디오 기계가 없으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겐 소중한 시간들이고, 꼭 그 비디오 테잎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말이다. 과학이 생활을 편리하게 해주고 있지만, 옛 추억들이 사라지는걸 보니 변화되는 사회가 꼭 좋은것만은 아닌 것 같다.

요즘 손편지를 쓰는 사람은 드문 것 같다. 손편지를 쓰는 사람들은 줄어들었어도 우체국은 사라지지 않아서 다행이기도 하다. 우체국하면 사랑을 전달해 주는 집배원 아저씨가 생각난다. 집배원 아저씨들은 대부분 좋은 소식만 전해줄거라는 생각했는데, 독촉장이나 고지서를 배달해야 할때는 마음이 불편하다는 His stroy를 보면서 꼭 즐겁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꼈다. 나도 한때는 친구와 정말 많은 편지를 주고 받았는데, 지금도 그 편지를 상자에 넣어 보관하고 있다. 버려지는 것들이 많은 요즘 쉽게 쓰여진 문자나 메일은 버릴 수도 있지만 그 시절 그때의 모습을 담은 친구와의 추억을 버린다는 건 너무나 아까운 일이다.

사람들은 항상 위를 보고 살아간다. 누구나 일등이 되길 바라고, 항상 위만 쳐다보고 살다보니 현실에 만족하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올라갔으면 반드시 내려와야 하는 곳이 있는데 바로 산이다. 올라갈 때 힘들지만 정상에 도착해서 기쁨을 맛보고 기분좋게 내려온다. 오르막이 있으면 내리막이 있는게 바로 인생사인데 사람들은 왜 위만 바라보고 사는걸까?
아내의 생일날 꽃을 고르는 남편과 엄마를 위해 꽃을 고르고 있는 소녀의 모습을 보면서 나도 한때 꽃을 받았던 추억이 생각났다. 직장에서 근무할 때 나를 찾아오는 후배가 있었다. 나보다 한살 어렸었는데, 자신이 좋아하는 백합을 주로 선물하곤 했었다. 자신이 좋아하면 나도 좋아할거라는 생각으로 선물한 것 같은데, 그 아이로 인해 나도 하얀 백합과 그향을 좋아하게 되었다. 지금도 백합을 전해주면서 보여주었던 그 아이의 미소와 백합의 향이 느껴진다. 세상을 다 주는 것 같은 그 행복한 미소가 내 눈엔 선한데 그 아이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서로 찾는 곳이 다르고 취향이 다르지만, 책에 나온 장소들을 보면서 옛 추억에 잠기기도 하고, 저자와 같이 공감하는 곳도 있었다.
삶의 여유와 느긋함을 느낄 수 있는 한편의 쉼 같은 책이었다.
장소 하나하나마다 옛 추억에 잠기느라 책을 한참동안이나 붙잡고 있어야 했지만, 오랫만에 행복한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 지어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가끔 혼자라는 생각이 들때나 삶의 여유를 느껴보고 싶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늘 거기있지만, 미처 생각지도 못한 곳에 아름다움이 있는 일상의 모습을 말이다...